올 초 출범한 캐롯손보는 IT 기술력을 앞세워 그간 국내 보험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실험적인 보험 상품들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다.
디지털 보험사란 상품을 직접 개발해 모바일 앱과 웹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보험영업 전 과정에서 활용하는 보험사를 뜻한다.
기존 보험사와 달리 따로 지점이나 설계사를 둘 수 없고 텔레마케팅(TM) 영업을 하지 않는다. 설계사 수수료 등 인건비를 줄여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130여명에 달하는 본사 인원 가운데 디지털 기술기반 인재의 비중이 50%를 넘는다. 보험사에서 경력을 쌓은 젊은 인재뿐 아니라 전자·통신, 이커머스, 게임, 광고·마케팅 출신 등 비보험, 비금융 인재들이 다수 포진했다.
정영호 대표는 캐롯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일반 금융사들과 차별화되는 백그라운드 인재 구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퍼마일보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만 지난해 5월부터 올 2월까지 총 10개월이 소요됐다. 또 상품 기획과 판매준비, 마케팅에 참여한 인력보다 운행기록수집장치와 전산 개발에 더 많은 인력이 공을 들였다.
퍼마일 차보험은 캐롯손보가 지난해 디지털 손보사로 예비인가를 받으면서부터, 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출 시 도입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모델로 고려됐던 상품이다. 디지털 보험사로서의 인슈어테크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온라인 전용 채널에서 판매하기 적합한 구조기 때문이다.
퍼마일 차보험은 주행거리에 비례해 보험료를 내는 상품으로, 처음 가입할 때 가입 보험료만 납부하면 이후 매월 주행거리에 따라 산출되는 보험료를 후납할 수 있다. 휴대폰 요금과 유사한 형태다.
또 계약 시에 보험료를 일시 납부하고, 1년 후 만기 시점에 실제 운행한 거리에 따라 km 단위로 정산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된 신개념 보험 상품이다.
캐롯손보는 퍼마일 차보험에 운행기록수집장치 역할을 하는 ‘캐롯 플러그’와 실시간 운행거리를 확인할 수 있는 ‘캐롯 모바일 앱’을 도입했다.
플러그를 자동차의 시거잭(다용도 소켓)에 꽂으면 실시간 주행거리를 측정하고 자동으로 보험료를 산출한다. 개발 과정에서 캐롯손보는 주요 주주사인 SKT의 ICT 기술에 자체 기술력을 접목해 캐롯 플러그의 완성도를 높였다.
SKT의 사물인터넷(IoT) 전용망인 Cat.M1과 연계한 IoT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고, 실시간으로 센서데이터의 처리와 주행 거리별 보험료 계산을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퍼마일 차보험의 ‘자동차 트립 정보에 기초한 보험료 자동 산출 시스템’은 특허청으로부터 비즈니스모델 특허권을 받기도 했다.
캐롯손보는 주요 주주사인 SK텔레콤, 현대자동차는 물론 현대카드, 토스 등 여러 제휴사를 통해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판로를 확대하면서 퍼마일 차보험은 출시 100일 만에 가입자 수 1만명을 넘어서는 등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외에도 캐롯손보는 출시하는 상품마다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으면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 2월 11번가와 협업해 입점한 판매자를 대상으로 물건 구매 후 변심에 따른 반품비를 보험사가 대신 지급하는 반품보험을 선보인 데 이어 이미지 인식 머신러닝에 필요한 복제생성 기술까지 만들어 ‘폰케어 액정안심보험’을 내놓기도 했다.
캐롯손보는 ‘애자일(Agile)’ 조직을 활용해 조직 운영의 신속성도 높였다.
애자일은 ‘민첩한’, ‘기민한’이란 뜻으로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 문화다. 규모가 작고 애자일 문화를 통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어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거나 일상생활 맞춤형 보험상품을 내놓는 데 유리하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후 약 2주 만에 출시된 질병보장 상품이 애자일 방식의 대표적 결과물이다. 트렌드를 반영한 단기보험 영역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캐롯손보는 지난달 초·중·고 학생들의 전염병 등 단기적 질병위험시기를 대비한 특화 상품을 내놓았다.
가입 이후 3개월 이내에 발생한 질병에 기인한 입원 위로금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이 보험은 전염병 등으로 질병 발생 위험이 큰 시기를 대비하고 싶으나, 장기간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 부담스러운 수요자를 위해 개발됐다.
최근 국내 손해보험 시장은 디지털 바람이 거세다. 이달 1일 출범한 하나손해보험이 ‘디지털 기반 종합 손보사’로의 전환을 예고한 데 이어 카카오 역시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예고한 바 있다. 비대면을 주력으로 한 회사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디지털 손보사가 국내 손해보험시장에서 어떤 경쟁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정화 기자 uhw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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