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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IMF 기억 담긴 예보채..코로나 사태로 등장하는 40조원 정부보증채

기사입력 : 2020-04-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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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정부가 22일 기간산업안정화기금 40조원을 기금채권 발행을 통해서 조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IMF 외환위기 때의 예보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보채 발행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4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정부보증채가 시장에 공급되면 시장 수급에 분명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았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앞으로 5년간 운용되며 정부가 보증하는 기금채권을 통해 자원을 조달하게 된다.

■ IMF 외환위기 시절의 기억 담긴 예보채, 그리고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40조원의 정부보증채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금융당국은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나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사용했던 대책들도 준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기간산업안정화기금을 위한 정부보증채는 과거 예금보험공사 채권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지난 1997년말 IMF 외환위기가 발발한 뒤 정부는 1998년부터 자금소요에 대응하기 위해 예금보험기금과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 1차 64조원, 2차 4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조성했다.

예금보험기금채권은 정부보증을 받아 3년~7년 만기로 발행됐다. 1차 부실금융기관정리 재원용으로 43.5조원(98년~2000년), 2차 추가 발행분으로 40조원(2001년~2002년)이 발행됐다. 2002년엔 차환용으로 3.7조원이 발행됐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예금보험기금(예보기금)에서 발행한 예금보험공사채권(예보채)는 정부 보증채로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기 위한 용도였다.

IMF 위기가 끝난 뒤 2004년부터 2018년엔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에서 예보상환기금채(상환기금채)를 정부 보증으로 발행했다. 이 채권은 상환대상 예보채의 만기원리금 지출시기와 특별기여금, 회수자금의 수입시기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자금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보증채 형태로 발행됐다. 공적자금 상환을 목적으로 3~5년 채권 60.7조원이 발행됐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엔 예보기금특별계정에서 예보기금특별계정채권(예특채)을 발행해왔다. 이 채권은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다.

2020년 4월 23일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

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밝힌 40조원 규모의 '위기극복과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을 위한 근거법이다.

개정안은 산업은행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고 재원은 채권 발행과 정부와 한국은행의 차입금으로 조달하도록 했다.

금융기관 부실에 대응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를 활용해 재원을 마련했던 한국 정부가 이제 기간산업의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은행 내 기금 설치에 나서는 것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의 대상이 되는 7대 기간산업은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이었다. 이후 정부는 23일 '주요 주력산업 대응방안' 발표에서 정유산업도 포함시켰다.

■ 채권딜러들, 기간산업안정기금채권 만기와 발행스케줄 확인 필요..추경, 한은 지원도 감안해 접근

채권시장에선 기간산업안정을 위한 채권 발행이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에 따라 시장 영향력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일단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들은 감안하고 있는 모습이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금리와 만기가 문제일 것이다. 적어도 금리인상 기대가 없다는 점이나 시장에 돈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안도감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3년, 5년 이런 식으로 길게 발행하면 시장 심리가 많이 안 좋아질 것이다. 1.5년, 2년 이런 식이라면 큰 영향을 안 줄 것"이라며 "이 문제는 국채공급이 늘어난다는 점을 동시에 감안해야 하며 3년, 5년 공급이 무지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 인수 이런 것은 아닐 것으로 보는데,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공급 스케줄, 물량, 그리고 만기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정부보증채와 관련해선 5월에 보다 구체적인 안이 나올 수 있다. 또 이 채권이 인프라 구축 등에 쓰인다는 점에서 1년, 2년 등 단기로 나오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인식도 강한 편이다.

정부가 만기 5년을 넘기지는 않는다고 하니, 현실적으로 볼 때 5년 구간을 중심으로 채권이 발행되는 것 아니냐는 추론도 적지 않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금융위기 때도 예보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금리가 밀렸다"면서 "사람들이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채권이 인프라 구축 등에 쓰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10년, 20년짜리 장기채권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5년을 안 넘긴다고 하니 그 정도를 보는 것 아니냐"라면서 "40조원이 다 나오면 수급 부담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특히 이 채권이 늘어나는 국채와 함께 나온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당장 2차 원포인트 추경에서 적자국채가 3조원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데다 6월에 발표될 3차 추경에선 세입 경정 등을 감안하면 추경규모가 20조원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이 딜러는 "기간산업 안정을 위한 정부보증채와 추경을 생각하면 60조원은 생각해야 한다. 2분기엔 금리인하, 한은 단순매입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확실히 하반기로 가면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5월에 우려들이 커지면 전반적으로 채권시장의 약세가 불가피할 수 있다. 일각에선 5월 인하를 강력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문제는 추경과 관련해선 6월에 발표한다는 점이다. 6월 발표 전에 선제 인하는 쉽지 않고 6월엔 금통위 금리결정회의가 없다. 7월에 인하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큰폭으로는 밀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물량이 5년에 집중된다면 스프레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40조원의 기간산업 구제용 채권이나 2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3차 추경 등을 감안해 시장의 물량 걱정이 앞서지만, 당장 닥친 문제라기도 보다 상황을 지켜보자는 인식도 적지 않다.

아울러 예상을 뛰어넘는 수급 부담을 감안할 때 한은이 미적거리기 보다는 최대한 안전판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C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2차 추경 물량 증가, 3차 추경의 적지 않은 규모, 기간산업용 채권 40조원 등 수급을 달랠 방법을 찾아야 한다. 1차적인 대책이 5월 금리 인하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급상 5년 구간을 약세로 보는 것은 합리적인데, 10년-3년 스프레드가 60bp까지도 갈 수 있다"면서 "금리인하를 전제로 국고3년 0.8~1.1%, 국고10년 1.4~1.7% 정도 볼 수 있을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다들 U자형 경기반등을 보고 있는데, 채권 공급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만약 V자 반등이라면 장기물이 완전히 아작날 수도 있다. 금리인하 후 10-3년 50~70bp 정도는 감안하고 있으며, 의외로 경기가 확 살아나면 100bp까지 갈 수도 있다. 다만 이 확률은 낮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단순매입 등으로 금리가 오르더라도 당국의 방어 등을 감안하면 예컨대 10년이 1.7%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D 운용사 매니저는 "앞으로는 뭘 한다고 해도 채권 발행이니, 그러려니 한다. 한은 쪽에서 열심히 사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예보채 사례에서 얻는 힌트

국가보증 채권 발행은 준정부채권으로 여겨져 국채 발행시장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점도 많다.

기간산업 구제를 위한 채권발행이 국채시장에 미칠 영향과 관련, IMF 사태 이후 예보채 발행 사례가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모습도 보인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1~2002년 예보채 40조원 발행시기와 2005년 7.44조원, 2008년 8.8조원, 2013년 7.27조원 시기로 나눠서 채권금리 영향을 살펴보면 결론적으로는 2001~2002년 예보채 발행시기 세부운용계획확정 발표(2001년 2월 26일) 이후 약 2개월 간 금리 영향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해당기간(2001년 2월 26일~4월 30일) 동안 국고채 3년~10년물 금리는 각각 94bp, 99bp, 86bp 상승하며 발행시장 부담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실제 발행 및 발행액이 급증했던 시기인 2001년 9월~10월에도 국고채 3~10년 금리는 각각 -14bp, +67bp, +57bp 변동하며 5년 및 10년 금리에 상승 부담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상환기금채가 발행된 시기(2004~2018년)에도 유사한 흐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발행규모가 상당했던 2005년, 2008년, 2013년 시기 국고채 금리는 발행월 전후 상승압력이 발생하며 수급 불안감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사례를 감안할 기간산업안정기금채권 40조원이 발행될 경우 국고채 시장 발행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추경 물량과 맞물려 세부안 발표 전까지 발행시장 관련 부담감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간산업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 방안은 회사채 시장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 있다.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등 여러 산업들에 우려가 남아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BBB+), 아시아나항공(BBB-) 등은 영업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의 기간산업 지원은 시장 전반을 흔들 수 있는 크레딧 이벤트 발생 확률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기간산업안정기금채가 대규모로 발행된다면 금융채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점도 제시된다.

시장 지원을 위해 특은채 발행이 늘어나는데다 기간산업안정기금채가 구축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성재닫기이성재기사 모아보기 신금투 연구원은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으로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채는 수급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산은의 경우 3월 24일 지원 방안에서 부담하는 금액은 채안펀드를 제외하고도 10.7조원"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채안펀드는 최대 20조원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1차 3조원 외에 추가 조성에 대한 발표는 없었고 채안펀드의 과거 약정을 준용한다면 산업은행이 부담하는 비율은 20% 내외"라며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산금채를 발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예보채와 비슷해 무보증 특수은행채보다 신용도가 높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시장 지원을 위해 기업은행은 15.8조원, 수출입은행은 8.7조원를 부담한다. 이미 4월 발행이 과거 평균에 비해 크게 늘었다"면서 "특수은행채는 공급부담에 따른
상대적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금채 수요는 국가보증 기금채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고 그간 벌어졌던 시중은행채와 특수은행채 간 갭도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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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신한금융투자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신한금융투자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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