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금리보다는 높아야 한다는 '한은의 지론'을 감안할 때 4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한은이 전날 기준금리를 0.75%로 50bp 인하하면서 한국도 최초의 0%대 기준금리 국가가 됐다.
한은은 또 공개시장운영 대상채권에 은행채를 포함시켰으며,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는 0.25%까지 낮췄다.
■ 2주 남짓만에 비둘기로 파격 변신한 한은 총재
2월 27일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는 금리 여력을 아낄 필요성, 여전한 금융안정의 중요성 등을 거론하면서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이달들어 연준이 두 차례에 걸쳐 50bp, 100bp 인하하면서 한은도 물러섰으며, 이 총재는 2주 남짓 전과 전혀 다른 캐릭터로 변신했다.
이 총재는 금리 50bp 인하 뒤 "한은법상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 필요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추경에 따른 국채 물량 증가 등 수급 부담이 있지만, 한은은 제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총재는 "추경 국채는 시장금리에 일정부분 선반영돼 있다"면서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 곧바로 국채 매입을 하든가 해서 시장안정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총재는 "경제가 아래 쪽으로 갈 리스크가 훨씬 커졌다"면서 "코로나가 실물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했다.
■ 한은 추가인하 여력 거의 소진..25bp 정도 추가 인하룸 가늠하는 시각 많아
국내 기준금리가 선진국보다 높아야 한다는 한은의 관점, 한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신용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현재 수준에서 금리를 더 내리기 쉽지 않다는 진단이 많은 편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향후 금리 인하 룸이 25bp 정도 남은 만큼 당분간은 한은이 금리 여력을 아낄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많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앞으로 한은이 내릴 수 있는 룸은 25bp 정도"라며 "코로나 사태가 더 급박해지면 5월 정도에 내릴 수 있으나 쓸 수 있는 금리 인하 총알이 그 정도이니 쉽게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월 연속적 인하 보다는 금리정책 이외 다른 유동성 공급 조치들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면서 "4월 인하에 대한 전제가 불편해 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환율 급등, CRS 금리의 마이너스 진입 등을 보면서 달러 유동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은도 금리에 손대기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많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대략 25bp 정도 인하룸이 남아 있다고들 본다"면서 "코로나로 한은이 총알을 거의 써버려 시장이 당장은 한은더러 더 내리라고도 하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50bp 인하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다다른 것으로 추정돼 향후 추가 인하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 국고3년 0%대 트라이 여지..커브 놓고는 의견 대립
국고3년 금리가 1% 근처로 내려왔으나 0%대는 아직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0%대 금리에 익숙해질 것이란 관점도 적지 않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국고3년 금리는 0.9%대로 하락하고 추경 등 국채발행 증가로 국고10-3년 스프레드는 40bp대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고3년 금리는 0.9%대까지 반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채권시장은 외국인 국채선물 매도부담이 있지만 국채금리는 안정흐름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고10년은 금융시장 안정 등을 고려하면서 스프레드는 다소 확대될 수 있어 1.30% 내외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커브 스팁 압력은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최근 벌어진 국채 스프레드는 추경 우려가 반영됐다는 점이나 한은이라는 구원투수가 대기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장기국채 투자를 통해 이익 확대를 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또 경기둔화나 물가 상승의 한계 등은 장기 금리가 상승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신동수 연구원은 "0%대 금리가 현실화될 것"이라며 "모든 정책 수단의 활용을 거론하는 등 비둘기로 변심한 한은의 정책 성향은 확대된 스프레드의 축소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추경 증액 논의에 따른 수급 부담으로 스프레드가 확대됐으나 코로나19 충격으로 국내 성장과 물가의 하방 리스크가 높아졌다"면서
경기 환경이나 추경에 따른 국고채 발행 증가로 국고채 금리가 상승할 경우 국채 매입을 통해 안정에 나서겠다는 한은의 스탠스 등을 감안할 때 일드 커브가 스팁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국채 단순매입 확대 가능성은 실제로 높다는 판단"이라며 "적자국채 발행으로 인한 수급 부담 완화는 장기채 매수의 가장 좋은 재료"라고 평가했다.
그는 "4월엔 기준금리를 동결하겠으나 국채매입 확대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높다"면서 펀더멘털과 수급 등을 감안할 때 국고10년 등 만기가 긴 채권을 매수할 때라고 조언했다.
■ FX스왑, CRS 금리 급락...스왑 패닉 속 달러자금 우려 증폭
달러 자금에 대한 우려, 크레딧물에 대한 부담 등은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주식, 채권, 원화값 모두 급락하는 상황을 지켜본 뒤 시장 관계자들은 이 부분에 주의해서 접근 중이다.
전주 금융위기 당시 이후 처음으로 CRS 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하고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을 훌쩍 넘어 폭등하는 모습을 본 뒤 긴장감이 커졌다.
FX스왑 1년물은 -3000전 아래로 추락하고 CRS 금리는 -1.70% 아래로 급락했다. CRS 금리의 대부분 구간이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C 은행의 한 스왑딜러는 "스왑시장이 망가지지만 당국의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 노력이 안 보이다보니 레벨이 급락했다"면서 "에셋도 꾸준하게 나오고 있으며 증권사들의 달러 수요는 계속돼 패닉장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한은의 50bp 인하 영향도 있지만, 이것만으로 설명이 안된다"면서 "시장이 모두 달러선호/캐시선호로 바뀌는 듯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에셋도 1년 언저리로는 꽤 나오는 등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레벨이 이렇게 망가져도 해야 할 것들은 있으니 레벨이 반등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D 은행의 한 매니저는 "달러 이외 자산에 대해선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신용 리스크가 언제든 커질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외국인 동향을 상시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글로벌 신용 차원에선 한국의 주식, 채권, 원화가 코리아 에셋이라는 하나의 자산으로 묶여 평가를 받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면서 "국가별 금리 스프레드도 급격히 서고 있다"고 밝혔다.
한 국가 내 개별 자산들간의 가격 프라이싱 메카니즘이 상당부분 타격을 입은 가운데 소버린 리스크 프리미엄이 크게 평가를 받는 시장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물 전반에 대해 조심할 수 있어 상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 국가·기업 크레딧 전반 등 보면서 신용리스크 경계
달러 자금 문제와 같은 국가 크레딧 우려 뿐만 아니라 기업 신용에 대한 회피 심리도 강하다.
E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국고채, 통안채와 같은 확실한 물건 빼고 크레딧 쪽은 다들 팔려고 한다"면서 "지난주 금요일 원화물이 모두 급락 하면서 느꼈던 트라우마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국가와 기업의 신용에 대한 우려, 달러 유동성 부족이나 자본유출에 대한 걱정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면이다.
아울러 크레딧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나왔던 수단들이 동원될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회사채 시장 등에 자금경색이 나타날 경우 채권시장안정펀드와 같은 카드가 다시 나올 수 있다. 채권시장안정 펀드에 출자한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지원하면 펀드를 통해 민간 채권 매입에 나서는 식의 위기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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