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시화한 대부업체 영업 축소...“마진 안 남는다” 아우성
대부업계 관계자들은 연 24% 이자를 받으면 마진이 남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대부회사를 이용하는 고객층은 저신용자인데, 부실 위험이 커 대출로 내준 원금을 상환받지 못하면 오히려 역마진이 나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꺼리고 있다. 그 때문에 주력 취급 상품을 담보대출로 선회하고 있다. 상환이 어려우면 담보물을 처분해 원금을 건질 수 있어 신용대출보다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대부업 전체 대출 중 담보대출 비중은 2017년 말 23.6%에서 지난 6월 말 36.4%까지 늘어났다.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업체들은 이전보다 까다롭게 심사해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중이다.
전반적으로 대부업계는 쪼그라들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국내 대부업체(개인 대부업자 포함)의 올 상반기 대출 잔액은 16조7000억원으로 6개월만에 3.4%(6000억원) 줄었다. 대부업 이용자 수는 2015년 이후로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지난 6월 말 200만여명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 72.4%를 차지했던 저신용자 거래 비중도 같은 기간 1.2%포인트 감소했다. 이런 이유에서 대부업체마저 거절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위 회사들은 대출을 중단하거나 잔액을 줄이고 있다. 업계 1위 산와대부(산와머니)는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신규 대출을 하지 않고 있다. 대출 중단이 장기화에 접어들자 국내 영업 철수를 위한 작업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2위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와 4위 웰컴크레디라인대부(웰컴론)는 저축은행 인수를 계기로 2024년에는 대부업에서 철수해야 하는데, 현재는 대출 잔액을 지속해서 줄이고 있다. 3개사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6조3000억원에서 반년 사이 90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올해 대형사들이 채권 매각익, 인력 축소, 지점 폐쇄 등 비용을 축소한 덕분에 순익 규모가 전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부업계는 자금 조달 규제 해소를 원하고 있다. 원가 비용률을 낮추면 공급 기능은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대부업권은 공모사채 발행과 은행 및 저축은행으로부터의 차입 제한을 받고 있어 대출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평균 차입금리 5.8%, 최대 차입금리 7.1%로 중소형 대부회사일수록 차입 비용부담이 클 것으로 조사됐다.
◇ 대안으로 떠오른 P2P금융
P2P금융은 2005년 영국에서 처음 나타났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15년이지만 관련 법이 생겨난 건 올해다. 그간 P2P금융 모델이 새로운 형태인 까닭에 금융당국은 궁여지책으로 대부업법을 끌어들였다. P2P 업체가 금융감독원에 연계 자회사로 등록한 대부회사가 대출을 실행하는 형태다. 급격히 커지는 시장의 건전성을 위한 대책이었지만, 대부업체가 자회사로 있는 구조를 투자자와 차주에게 설명하기 위해 P2P업체들은 진땀을 뺐다. 대부업법으로도 관리되지 않는 부분은 가이드라인으로 지도해왔다. 그럼에도 투자와 대출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횡령·대출 돌려막기 등의 불건전 행위들이 나타났다.
P2P금융 법제화를 향한 금융당국과 국회의 지원사격 덕분에 지난 10월 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P2P 관련 법률이 도입됐다. P2P금융의 비즈니스 모델이 최근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중금리와 혁신금융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 자금 몰리는 P2P, 높은 연체율 ‘투자 주의보’
P2P투자는 수익이 쏠쏠하고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높은 접근성과 최근 법제화 소식까지 보태지면서 고속 성장했다. P2P업계 현황이 집계되기 시작한 2016년 10월 누적대출액은 3394억원에 그쳤지만 3년 사이 시장은 5조원대 규모로 불어났다. 특히 10% 내외의 고수익을 제공하고 투자 기간이 짧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빌라나 다세대 등 건축자금 대출)은 P2P금융 상품 가운데 가장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 45곳의 누적 대출액 5조5800억원 가운데 부동산 PF 대출액은 1조6937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 매출담보, 동산담보 등 협회가 집계하는 상품 중 가장 큰 비중(30.4%)을 차지한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협회 비회원사까지 고려하면 부동산 PF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PF 대출은 복잡한 사업구조, 다수의 이해관계자, 시행사 등 사업 주체가 영세한 경우가 많아 리스크가 높은 상품 중 하나다. 부동산 경기에 민감할 뿐 아니라 미분양으로 사업이 실패할 경우 원금 상환이 어려워 투자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P2P업체들의 부동산 PF상품은 시공업체의 자금 수혈과 짧은 기간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 만족을 위해 만기연장 또는 재대출하는 상품(리파이낸싱)이 많다. 실질적으로는 투자자를 재모집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차입자의 부실을 손쉽게 이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대출 심사와 관련된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있어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P2P업체의 심사·추심 능력이 회사마다 다르고 연체나 부실 채권 산정 기준 역시 모호하기 때문이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연체율은 7.89%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말 연체율이 8.08%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소폭 낮아진 수치지만 타 금융업권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올 3분기 저축은행 총여신 연체율은 4.2%였다. P2P대출 관련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드레이트 공시 자료를 보면 지난 26일 기준 P2P업체 150곳의 평균 연체율은 11.17%나 된다. 온투법 시행령이 마련돼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내년 8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할 때는 우선 금융위 등록업체인지 확인한 후 연체율 등 재무 공시 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 상품정보, 연체내역, 업체 평판 등을 확인하는 것도 좋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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