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밴사와 PG사들은 겸업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앞다퉈 키우는 한편 대형사를 중심으로 M&A가 진행되고 있다. 두 사업의 경계는 갈수록 흐려질 것으로 예측된다.
카드결제는 ‘카드사-밴사 or PG사-가맹점’의 3단계를 거친다. 그래서 밴사와 PG사는 카드산업 유관 업체로 불린다.
밴사는 카드 거래 승인·중계 및 단말기(포스·POS) 설치, 가맹점 모집·관리 등 주로 오프라인 영역을 담당한다. PG사는 온라인 가맹점을 대신해 카드사와 대표 가맹점 계약을 맺고 신용카드 결제업무를 진행하는 등 온라인 영역을 맡는다.
밴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PG사는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는다.
각각 온·오프라인 결제 시장으로 분리돼 발전했지만 두 사업 영역 모두 카드 기반 결제 시장이 커짐에 따라 성장세를 보여왔다.
카드 거래가 많아지며 밴사들이 관리하는 정보량과 가맹점, 단말기 수는 더욱 늘어났지만 밴 수익은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지급카드(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하루 평균 2조5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 늘었다.
하루 평균 결제 건수 역시 신용카드 3886만건, 체크카드 2350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7%, 5.3% 늘었다. 이에 따라 밴사가 담당하는 가맹점과 단말기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6%, 3.6% 증가했다.
몸집이 커진 것에 따라 이익도 늘어나야 하지만 밴사들의 올해 상반기 성적표는 영 신통치 않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밴사들은 주 수익원인 밴 사업 영역에서의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8.5%(595억원) 줄어들었다.
2017년과 비교하면 2018년 상반기 밴 사업부문 영업익은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단말기 판매수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금감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같은 기간 카드결제 중계 수익은 73억원 줄었다.
밴사의 본 사업 부문 실적 악화는 카드 수수료 인하에서 촉발된 연쇄반응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또 수익 악화를 걱정하는 카드사들은 비용 감소를 통해 마진폭을 확대하고 있는데,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비용 감소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밴사를 거치지 않고 카드사와 가맹점 간 카드결제를 직승인하는 ‘다운사이징 밴’도 점차 확대할 계획이기도 하다.
신용카드 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서고 오프라인 결제영역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는 추세도 밴 업계 축소에 한몫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PG사는 온라인 거래 성장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 중이다. 올해 상반기 개인 신용카드의 소비유형별 이용실적을 보면 온라인쇼핑 등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했다.
거래량도 늘었지만 밴사에 비하면 매우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돼 있다. 배달 앱 등 다양한 O2O(Online to Offline)가 등장하면서 PG사업자들이 가맹점을 확장하고 있다.
급변하는 온라인 결제 생태계를 헤쳐나가기 위해 기술 고도화와 사업 다각화에 나선 배경에서다. 현재 PG사이면서 밴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는 NHN한국사이버결제 외에도 KG이니시스 등이 있다.
◇ 밴·PG도 결제 시장판도 변화에 ‘변해야 산다’
혁신금융을 강조하는 당국 기조에 따라 PG시장에 신규 플레이어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PG 라이선스를 받은 업체는 올해만 17군데에 달한다. 최근 들어 대형 유통사 등이 앞다퉈 출시하는 간편결제도 시장.
현재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사들은 PG사와 거래대행 계약을 맺고 있어 간편결제 시장이 커질수록 PG사도 이득을 보는 구조다.
다만 대기업의 PG 사업 진입이 확대되는 한편 핀테크 업체들의 진출도 활발해 일각에서 “PG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이 자체적으로 PG사업에 나서기도 하고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들도 속속 진출하는 중이다.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진 밴사는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신 서비스 구축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나서며 돌파구 찾기에 분주하다.
현재 밴사들은 전국에 깔린 결제 인프라를 통한 신서비스 구축에 여념 없다. 나이스정보통신은 최근 앱을 통한 원거리 셀프 주문 ‘나이스 오더’ 서비스를 개시했다.
나이스정보통신에 따르면 이 회사는 시장 점유율 18.4%(조회 건수 기준)을 차지하고 있는 밴 업계 1위 사업자다. 업계 ‘빅5’로 불리는 한국정보통신(KICC), 케이에스넷, 스마트로, KIS정보통신 등은 각각 10% 초중반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급한 대로 PG사업 등록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25개의 밴사가 등록됐는데 이 중 9개 사업자는 PG업을 겸업하고 있다.
밴사와 PG사는 각 법령에서 정한 허가와 등록의 결격사유가 없고 자본금과 시설·장비 및 기술능력 등 요건을 충족하면 사업을 등록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 다각화나 PG사업 전개 여력이 없는 중소 밴 사업자는 영업이익 감소까지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상호 간 겸업이 가능한 VAN과 PG업계가 향후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는 한편 사실상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말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국내 VAN사와 PG사의 경쟁구도 및 수익성 전망’ 보고서에서 정훈 연구위원은 “국내 소비자의 모바일 결제 비중 증가와 전자 상거래의 양적 성장에 힘입어 PG사에 양호한 시장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VAN사의 PG 겸업’은 물론 ‘PG사의 VAN 겸업’도 확대되면서 향후 국내 VAN과 PG 업계가 사실상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대기업의 PG 사업 진입이 최근 확대됨에 따라 기존 중소형 PG사가 시장에서 도태되고, 주요 PG사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밴사·PG사는 여럿 있다. LG유플러스 전자결제사업부(PG)의 원매자로는 토스와 나이스그룹이 거론된다. PG사업부가 없는 토스는 LG유플러스 PG사업부 인수를 통해 신사업 진출을, 기존 PG사업 부문을 갖고 있는 나이스그룹은 사업확대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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