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청와대와 정치권 일부에서는 계속해서 추경을 거론하고 있었고, 마침 올 겨울 유례가 드물었던 초고농도 미세먼지로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결국 3월21일 경제부총리는 추경여부에 대해 경기 상황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포항 지진이 발생하고, 강원도 산불도 일어나 당연히 대책을 예산안에 반영해야 했다. 명분이 갖춰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얼마나 편성할 것인지의 문제였다.
기획재정부 안에서도 의견은 갈려서, 정책라인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9조원 이상을 주장했지만, 예산실 등이 반대하면서 결국 추경 규모는 6조7천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추경은 지난 2년간 2017년 11조원, 2018년 3조9천억원 규모였다. 물론 이건 중앙정부의 예산일 뿐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추경도 따로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156개 광역·기초 자치단체에서 편성해 지방의회에서 의결한 추경예산이 13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4월까지 편성한 것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자체도 해마다 추경을 편성해왔는데 추경 규모는 2017년 8조8천억원, 2018년 7조7천억원이었다. 정리하자면 올해 추경은 중앙정부 6조7천억원, 지방정부 13조5천억원이다. 모두 합치면 20조원이 넘는다.
추경이 확정되기까지 재정확대에 대한 청와대와 당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항상 그랬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서 소득 주도 성장론을 주창했던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 가장 후회스러운 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제대로 못 펼친 일을 꼽았다. 가능하다면 추경 규모를 훨씬 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4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을 수밖에 없다는 부총리의 보고에 대통령은 40%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주문은 고용 확대와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과 같은 고용안전망 강화에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적극 재정’에 대한 요구다.
세입과 세출의 균형을 최대한 맞춰야 한다는 '균형 재정'을 금과옥조로 여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당에서는 정부의 추경 규모 6조7천억원에 대한 불만이 많다. 너무 적다고 보는 사람들은 재정 확대에 소극적인 관료들에 대한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재정 확대는 국내 일부 정치권만의 주장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기구들조차 몇 년 전부터 줄곧 한국 정부에 재정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투자와 성장을 위해 정부가 이를 보완하는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우리는 그럴 여력도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현재 39.4%로 미국은 107%, 일본은 2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13%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그 나라들은 빚이 얼마가 되던 자기가 돈을 찍어서 갚으면 되는 나라들이니 말이다. 아무튼 국가채무비율은 이제 해마다 조금씩 높아질 것이다. 지난해 발표했던 2022년 국가채무비율 예상치는 41.6%였다. 아마 예상치보다 채무비율 수준은 조금 더 높아질 듯하다. 그래도 아직은 재정 확대를 견딜만한 건 사실이다.
문제는 빚으로만 재정을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증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사실 증세 없는 재정 확대는 허구다. 하지만 지금 증세 얘기를 하는 곳은 없다. 이번에 6조7천억원의 추경을 편성하기 위해 발행해야 하는 적자 국채는 3조6천억원 규모다.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前 인하대 겸임교수/前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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