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등 잡음이 일었던 오비맥주가 향후 3년간 1조 투자 계획을 밝혔다. 맥주 투자를 단행해 경쟁사의 신제품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 지난해 영업익 5145억…견실한 성장세
오비맥주는 수입 맥주 수요로 인한 업황 악화에도 불구, 지난 5년 간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최초로 30%를 넘겼다. 최근 수입맥주 공세로 인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 경쟁사들이 맥주부문에서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성과다.
국내 맥주업체들이 수입맥주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비해 오비맥주는 매출과 영업이익 동반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2017년 성장세가 가팔랐다.
최근 5개년 실적을 살펴보면, 2014년 영업이익이 30% 감소를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3000억원대 이익을 유지해왔다. 2017년 4000억원 후반대를 기록하고 지난해에는 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오비맥주의 카스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류 업계 분석에 따르면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외에는 하이트진로가 30%대를, 롯데주류가 10% 미만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수입맥주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발맞춰 수입맥주 라인업을 꾸준히 늘려오기도 했다.
세계 1위 맥주업체인 AB인베브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오비맥주는 호가든, 버드와이저, 스텔라아르투아, 코로나, 산토리 등 수입맥주를 유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의 안정적인 실적은 카스 점유율로 인한 규모의 경제가 달성 가능한 점 및 다양한 수입 맥주 라인업으로 경쟁사 대비 수입맥주 공세를 방어하기 유리한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판관비 등 비용 절감에도 성공하며 수익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오비맥주의 판관비는 5370억원으로 전년 5465억원 대비 감소했다.
순이익은 3806억원으로 전년대비 16.3% 증가했다. 투자부동산, 유형자산 등 처분손실 등 영업외 손실이 전년대비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AB인베브에 지급한 배당금은 3450억원이었고 올해 배당금은 책정하지 않았다. 오비맥주는 그동안 2년에 한번 꼴로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 3년간 1조 투자 계획…매각설 잠잠
오비맥주는 향후 3년간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수입 맥주의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카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무성하던 매각설 루머가 이로 인해 해소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신제품 개발과 시설 확충 등에 최소 1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대규모 재정집행 계획을 수립했다.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은 국내 주류업계에서는 역대급 규모다. 오비맥주의 지난 2018년 영업이익이 514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2년 치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쏟아붓는 셈이다.
이번 투자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오비맥주는 맥주 소비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경기 이천공장에 크래프트 맥주(수제맥주) 생산라인을 신설하는 등 3년간 신제품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 확충에 약 30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구스아일랜드’와 ‘핸드앤몰트’ 등 기존 크래프트 맥주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갈수록 다양화, 고급화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생산라인 확충을 통해 이달부터 광주공장에서 버드와이저 500㎖ 병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가정용 시장이 아니라 주로 음식점이 타깃으로 한국 시장에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패키지다.
대표 브랜드인 카스의 경쟁력 강화에는 4000억원이 투입된다. 성장 동력을 가속화하기 위해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로 했다.
앞으로 3년간 4000억원을 투자, 카스 맥주의 품질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영업력 및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카스 브랜드는 오랫동안 시장 1등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수입맥주 공세에 맞서 국산맥주의 아성을 지키기 위해 카스 브랜드에 가장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각종 시설장비를 친환경시설로 대체하는 환경 분야에도 투자를 결정했다. 제품생산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목표 아래 3년 이내에 이천과 청주, 광주 등 3개 공장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태양광 패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는 세계 최대 맥주전문기업으로서 과거 단기차익 실현에 치중했던 사모펀드 주주와 달리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지 기업의 인프라 확충과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2014년 AB인베브와 재통합한 이후 지난해까지 약 5200억원의 설비투자가 이뤄진 데 이어 앞으로도 투자 규모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카스 가격 인상으로 하이트 ‘테라’ 견제 통할까
오비맥주는 지난달 26일 카스 등 맥주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출시함에 따라 이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오비맥주가 맥주 가격을 인상한 것은 2년 5개월 만이다. 이달 4일부터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가 평균 5.3% 인상됐다.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147원에서 1203원으로 56.22원(4.9%) 올랐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제반 관리비용 상승 등 전반적인 경영여건을 감안할 때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16년 11월 맥주 가격 인상(병당 1081.99원에서 1147.00원으로 6.01% 인상)이 2012년 8월 이후 4년 3개월 만에 이루어진 것을 고려하면 이번 가격 인상은 인상 시기가 빨라졌다고 할 수 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의 오비맥주 소비자 가격은 약 70~100원 정도 올랐다.
국내 1위 맥주의 기습 가격 인상을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맥주 업황 악화로 오랫동안 주류 가격 인상에 목말랐던 참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고 평가한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맥주업체는 페트병, 알루미늄, 맥아 등 주요 원/부재료 가격이 상승한데다 소비량 감소, 물류비, 인건비, 광고/선전비 등 판관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이 없으면 매출 성장과 이익 증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으로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인상도 시간 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하이트진로의 경우 최근 신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는 지체될 수도 있다.
이번 가격 인상은 하이트진로의 테라 출시를 염두에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발표한 시점은 지난달 21일로 오비맥주가 인상안을 발표하기 5일 전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 도매상들의 사제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물류 창고가 카스로 채워지게 된다”며 “막 신제품을 출시한 출시한 업체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고가 인상으로 인한 매출 감소분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다. 백 연구원은 “출고가격 인상을 들어 주점이나 음식점에서 맥주 가격을 인상한다면 일시적으로 소비 감소가 예상돼 출고가격 인상의 효과가 축소될 수도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맥주 소비는 비탄력적이기 에 가격 인상에 의한 소비 감소는 없을 전망이다.
2012년과 2016년 맥주 가격 인상의 사례를 보면 맥주 가격 인상이 맥주 소비량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오비맥주를 따라 맥주 출고가격을 5% 정도 인상한다면 각각 약 300억원, 60억원 수준의 매출액 증가, 맥주 사업 적자 축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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