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주 금요일인 12일부터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즉시연금 관련 공동소송 첫 공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지난달 정무위에서 윤 원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로부터 “즉시연금 검사는 이해상충 문제가 있으므로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종합검사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윤 원장은 “보험상품 가입과 즉시연금 논란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윤 원장에게 “즉시연금 사태가 결론지어질 때까지 종합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일갈했지만, 윤석헌 원장은 ‘약속할 수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금감원은 이달 초 종합검사 평가지표를 확정한 뒤 이르면 중순께 검사 대상 금융사에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하반기 종합검사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즉시연금이나 암보험 등의 이슈가 종합검사를 통해 부각될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태다.
◇ 삼성생명, 김앤장 등 유력 로펌 서포트…분쟁 쟁점은 ‘약관 해석’
이번 금소연과 보험사간 분쟁은 사실상 금감원이 법률자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소송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실상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대립 구도를 띠게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소송에는 금감원은 감독기관으로서의 위상이, 보험사 측은 1조 원대의 대규모 손실이 걸려있어 양 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긴 싸움이 될 전망이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은 처음 가입 때 고액의 보험료를 일시에 납부하고, 보험사가 매달 보험료를 굴려 얻은 이자를 가입자에게 연금으로 지급하며, 만기시 최초에 낸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매월 일정 금액을 떼 준비금으로 적립하는 상품구조에 대해 약관에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고, 가입자에게 고지되지 않았다는 부분이 논란이 됐다.
지난해 삼성생명은 상품 약관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매달 가입자에게 주는 이자에서 만기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공제했다는 분쟁에 휘말렸으며, 해당 분쟁에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민원인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생명 역시 이 결정을 수락하고 과소지급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되나 했으나, 금감원이 해당 결정 내용을 생보업계 전체로 확대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생보업계 ‘맏형’격인 삼성생명이 이처럼 총대를 메자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도 같은 입장을 보이며 사태는 장기화되어 해를 넘긴 상태다.
금감원은 가입자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즉시연금 민원을 받으며, 보험사에 보험금 과소 지급액 지급 계획을 포함한 세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즉시연금 관련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1700여 명이고, 민간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을 통해 소송을 제기한 사람도 2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은 이번 소송을 위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등 유력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미 삼성생명은 수많은 법률자문을 통해 약관 해석을 진행한 상태다.
이번 분쟁의 핵심 쟁점은 ‘약관에 사업비를 따로 뗀다는 조항이 없다’는 부분인데, 삼성생명을 비롯한 보험업계는 해당 부분이 보험업의 기본 원리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금감원이 문제로 삼고 있는 부분은 이 부분이 보험약관 명시 및 설명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이것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사유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생명이 소송의 첫 주자가 되긴 했으나, 사실상 삼성생명이 업계 부동의 1위사인데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도 가장 커, 이번 소송 결과가 생보업계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 때도 그랬지만, 결국 삼성같은 대형사들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다른 회사들도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생명 측이 제시하고 있는 근거 중 하나는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다. 해당 서류에는 ‘매월 연금지급 시점에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고 명시했다’는 점이 명시돼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산출방법서는 보험회사 내부의 계리적 서류이므로 약관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즉시연금 관련 분쟁 조정결정서를 통해 “약관에서 매월 연금 지급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았다”며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해서 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기재된 산출방법서의 내용이 약관에 편입됐다고 볼 근거도 없으므로 매월 연금지급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하지 않고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약관에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넣었는지 여부를 기본으로 판단한 셈이다.
이번 즉시연금 분쟁을 유일하게 피해간 NH농협생명이 ‘가입 후 10년간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방법에 따라 연금월액을 적게 하여 10년 이후 연금계약 적립금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약관을 기재했던 것이 그 예다.
소송이 길어지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시각으로 인해, 오히려 이번 소송이 ‘소비자 보호’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삼성생명만의 문제가 아닌데다, 각 보험사별로 약관이나 산출방법서에 명시된 내용이 조금씩 달라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태다.
◇ ‘유인부합적 종합검사’ 한다지만…삼성생명 예의주시하는 윤석헌 원장
금감원은 2일 올해의 보험감독 기본방향으로 안정·포용·공정·혁신의 4가지 카테고리를 제시하고, 소비자 신뢰 기반의 건전하고 공정한 보험산업을 만들겠다는 업무계획을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보험시장의 공정성·투명성 제고에 나선다는 점이다. 보험금 산정·지급 근거에 대한 설명 강화 등을 추진하는 한편, 판매수수료 지급관행을 개선한다.
민원이 빈발하는 보험상품에 대해서는 집중감리를 실시하고, 자동차보험 및 실손보험 등의 보험료 적정성 점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박상욱 생명보험검사국장은 올해 부활을 알린 종합검사에 대해 “과거의 관행적인 종합검사와 차별화된 검사로서, 순기능은 강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는 동시에, “검사 품질관리를 위해 외부기관 참여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국장에 따르면, 기존 종합검사가 모든 회사에 대해 주기적이고 관행적으로 실시되던 것과는 달리, 올해의 종합검사는 중요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핵심 부문에 대한 평가성 및 준법성 검사를 실시함으로써 수검 금융회사의 부담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다. 주요 평가지표에는 금융소비자보호, 건전성,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시장영향력 등이 있었다.
윤 원장 역시 이번 종합검사가 과거의 종합검사와는 다를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윤 원장은 “과거 진행된 종합검사는 저인망식으로 진행된다는 지적을 고려해 폐지됐던 것”이라며, “현재 금융사들의 피드백을 받아 제도를 꼼꼼히 보완했고, 잘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전성,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봐서 (종합검사 대상을)선정하고 자료제출은 상시감시 수준에서 미리 준비해서 부담이 적어지도록 한다”며 “부문검사와의 중복도 일정기간 동안 지양해 금융사의 수검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이라고 부연했다.
윤 원장의 단호하고 확실한 입장에 보험업계는 당혹스럽긴 하지만 ‘예상했던 바’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 원장은 지난 14일 있었던 금융감독원 기자간담회에서도 “삼성생명 같은 대형 보험사가 모범을 보이길 희망하지만 희망처럼 만족스럽게 행동하지는 않아 고민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윤 원장은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관련 불복할 경우 종합검사 대상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민원이 커지면 종합검사 판단 지표에 영향을 미쳐 검사 대상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확한 회사명을 언급하는 일은 피했지만, 업계는 이번 기자간담회가 사실상 삼성생명에 보내는 경고라는 관측을 보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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