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PCA생명 인수라는 굵직한 이슈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하만덕 부회장은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 아래 또 한 차례의 연임을 일찌감치 확정한 상태다.
자산규모 역시 2017년 말 29조원에서 이듬해 PCA생명과 통합 후 34조7000억원으로 불어나며 업계 5위로 도약했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의 전통적인 강점이었던 변액보험을 한층 더 강화해 자산의 60% 가량을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글로벌 분산 투자’로 눈길을 끌었다.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기준 시장 점유율은 30% 수준으로 보험업계 1위를 차지했다.
올해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저성장과 시장포화,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금융당국 규제 등으로 어려운 영업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하 부회장의 리더십과 경영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증권통’ 변재상 사장 선임, ‘변액 자산운용 강화’에 방점 찍을까
변재상 사장은 지난 2016년 4월 미래에셋생명의 사장을 맡아 PCA생명 인수, 베트남 시장 진출 등을 이끌었던 바 있지만, 2018년 1월 다시 미래에셋대우로 옮겨가 ‘혁신추진단’ 사장 자리를 역임했던 바 있다.
변재상 사장은 미래에셋생명 사장을 지낸 적은 있으나, 2000년에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한 이후 대부분의 경력을 미래에셋증권에서 쌓아온 ‘증권통’에 가깝다. 그는 미래에셋증권의 채권본부장을 시작으로 경영지원, 홍보, 스마트Biz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왔지만, 보험업 경력은 상대적으로 길지 않다.
보험업계는 증권사에서 잔뼈가 굵은 변재상 사장의 인사이동을 두고 올해 미래에셋생명이 ‘자산운용’에 방점을 찍지 않겠냐는 관측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면서,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시장 포화와 회계기준 변화 대응으로 인해 보험 영업에서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산운용을 통한 이윤 창출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커지고 있는 것이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장기적 금리상승이 예상될 경우 보험사는 요구자본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산의 평가손을 줄이기 위해 자산듀레이션을 축소하는 전략을 실행할 수도 있지만, 장기금리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지 않는다면 금리위험이 큰 보험사는 금리위험액 축소를 위한 자산운용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변액보험에서 13.51%의 자산운용수익률을 거두며 국내 22개 생명보험사 중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생명은 MVP펀드로 대표되는 변액보험 포토폴리오로 업계에서 손꼽히는 안정성과 영업력을 자랑하고 있다.
2014년 4월에 출시된 미래에셋생명의 글로벌 MVP(Miraeasset Variable Portfolio)펀드는 변액보험을 활용해 글로벌 자산배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계 최초의 펀드 포트폴리오다.
기존의 변액보험이 계약자가 알아서 선택하는 소극적 운용의 개념이었다면 MVP펀드는 자산관리 전문가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면밀히 점검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분기별로 자산 리밸런싱을 실시하는 등 변액보험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MVP펀드는 지난해 출시 4년 만에 순자산 1조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연간 영업이익으로 1420억 원으로 전년대비 122%나 성장한 수치를 보였다. 보험사의 매출을 의미하는 수입보험료 부문에서는 4조 원을 돌파해 4조780억 원으로 전년대비 16% 늘어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변재상 사장의 이동은 이러한 성장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그룹 차원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변 재상 사장은 이미 미래에셋생명에 오랜 기간 몸담고 있는 ‘베테랑’ 하만덕 부회장과 합을 맞춰 각자대표 체제를 이어갈 예정이다.
변 사장의 최종 선임 및 하만덕 부회장의 연임은 오는 3월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변재상 사장이 증권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지만, 미래에셋생명의 가장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함께했던 만큼 자리가 낯설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처럼 보험업계의 자산운용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태에서 변 사장의 능력이 발휘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희망퇴직·영업지점 대형화…IFRS17 대비 효율화 작업 분주
올해 미래에셋생명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지난해 물리적 합병을 마친 PCA생명과의 화학적 결합 과정에서 진통을 줄이고 화학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룩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10월 전체 임직원 1100명 중 약 10%인 118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대상자는 근속 7년 이상의 만 50세 혹은 40세 이상으로 나이와 관계없이 12년 이상 근속자도 신청을 받았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이에 대해 “IFRS17 도입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회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진행했다”면서 “제2의 삶을 시작하려는 직원들의 요구에도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 개편도 단행한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달 80여개의 전속 설계사(FC)채널 지점을 이전 및 통합해 33개로 개편하고 사업본부로 격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편된 지점들은 설계사들이 출근하고 고객이 방문해 업무처리를 진행하던 곳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번 개편이 “중장기적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점포 대형화는 오는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비용을 줄여야 하는 보험업계가 택하고 있는 공통된 전략이다. 지점 수가 줄어들면 임대료나 관리비를 비롯한 고정 지출이 줄어 자연스럽게 비용 감축이 가능하다.
보험사들의 지점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15개 생보사와 11개 손보사의 점포 수(대리점 제외)는 5587개로 지점 수가 정점을 찍었던 2013년 대비 19.2% 줄었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 다이렉트 채널을 통한 보험가입도 늘어나고 있어, 불필요하거나 능률이 낮은 지점을 줄이고 다이렉트 채널을 강화하는 전략이 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역시 최근 지점의 초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실현하는 동시에, 사업본부 대형화로 중간단계를 단순화해 보다 민첩한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또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업무 효율화를 위해 한국후지제록스(대표 오타니 타카시와 손잡고 ‘통합인쇄문서관리센터(Total Document Center, TDC)’를 구축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생명 ‘통합인쇄문서관리센터(TDC)’는 사내에서 제작되는 마케팅 홍보물, 제안서 및 교육자료 등 다양한 인쇄물의 생성부터 보관, 폐기까지 모든 문서 관련 업무 프로세스를 통합 관리하는 공간이다.
통합인쇄문서관리센터는 미래에셋생명의 △스마트 워크 프로세스 수립 △핵심업무 집중을 위한 환경 제공 △문서 및 개인정보 보안 강화를 실현하며 전사적 문서 관련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까지 향상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통합인쇄문서관리센터 구축을 통해 기존에 각 부서별로 실시하던 인쇄물 제작, 관리 업무를 일원화했다. 또한 웹 주문 시스템을 개선해 직원들이 언제든지 편리하게 문서 제작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웹 주문 페이지에서 인쇄물 별 주문 이력, 주문량, 폐기량 등 과거 데이터를 확인 가능케 해 과다 주문을 예방하고 낭비를 줄였다. 더불어 문서고 시스템을 개선, 센터 문서 이관 담당자를 투입해 문서 저장 시스템을 통합 관리한다.
미래에셋생명은 문서 스캔 아웃소싱 서비스를 적용해 문서 보안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통합인쇄문서관리센터는 한국후지제록스의 담당 직원이 스캔 업무를 포함해 고객 개인 정보가 담긴 자료 및 사내 기밀자료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정보 유출을 차단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통합인쇄문서관리센터는 미래에셋생명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이를 통해 최근 주요 화두인 워크 다이어트(Work Diet)를 실현하고 모든 임직원들이 핵심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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