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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봉 사장, 체질개선 불구 실적 악화…교체 무게

기사입력 : 2018-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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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저축성 5대5 전략 성공…미래 성장 기반 마련
농협 1+1 CEO 임기 만료·경영지표 저조 등 걸림돌

▲사진 :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
▲사진 :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통상적으로 1년 임기에 추가로 1년이 주어지는 식으로 계열사 CEO 임기를 지내는 농협지주의 특성상 올해 첫 1년 임기를 마친 NH농협손해보험 오병관 사장과는 달리 2년째 임기 만료를 앞둔 NH농협생명 서기봉 사장(사진)은 오늘(17일)로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농협생명의 전 사장이었던 나동민 사장이 출범 직후 우수한 경영능력과 시장 안착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장수 CEO에 등극한 전례가 있어 서기봉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 사장 체제 이후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오는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에 대비하기 위한 체질개선 작업으로 인해 전반적인 실적 저하를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협생명의 실적 또한 부진이 이어지면서, 서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더욱 낮게 만들고 있다.

◇ 디지털 혁신으로 젊은 고객층 공략…5대5 전략 성공적 안착

서기봉 사장은 취임 이후 ‘균형전략 5대5’를 내놓으며, ‘지방 고객 대 대도시 고객’, ‘농·축협 채널 대 신 채널’, ‘저축성보험 대 보장성보험’ 등의 비율을 균형 있게 맞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NH농협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서도 후발주자로 출범했다. 통상적으로 NH농협생명은 이미지 상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농민이나 고령자를 대상으로만 주로 영업을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박혀있었다.

취임 초기만 해도 “처음에 NH농협생명 사장으로 가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보험을 잘 모르는데 어떡하나’라는 걱정 때문에 힘들었다”는 고충을 토로했던 그였지만, 서 사장은 임기 내 보장성보험의 판매 증가와 온라인보험 서비스의 강화 등에 힘쓰며 NH농협생명의 체질을 개선을 이끌었다.

임기 시작 시에 약속했던 모든 공약들을 훌륭하게 이행한 셈이다.

‘생활비받는NH암보험’을 비롯한 신상품 출시를 통해 보장성보험 비중 늘리기에 나선 것은 물론, 대도시 및 신채널 공략을 위해 온라인보험을 론칭하는 등 전방위 세력 확장에 힘써왔다.

이들은 지난해 말 NH농협금융의 모바일 앱 ‘올원뱅크’에 보험계약대출을 비롯한 보험 서비스를 탑재하고, 암·실손·연금보험 등 3가지 상품도 출시했다.

이와 같은 꾸준한 노력에 힘입어 NH농협생명 온라인보험 사이트는 지난 4월 열린 제5회 아시아 태평양 스티비상 기업 웹사이트 혁신 분야에서 ‘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누리기도 했다.

생보업계에서는 최초로 ‘레몬헬스케어’ 앱과의 연동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스템을 도입한 것 역시 서 사장의 업적 가운데 하나다.

서 사장은 NH농협은행 부행장 시절에도 모바일플랫폼사업을 총괄했던 IT사업 경력자다. NH농협생명이 온라인채널 강화 및 체질 개선을 놓고 서 사장의 연임을 결정한 것도 이런 경험이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부행장 시절 서 사장은 영업추진본부장을 맡으면서 스마트금융부를 총괄, NH농협은행의 핀테크사업을 담당했던 바 있다.

당시 농협은행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올원뱅크’를 선보이며 핀테크 회사를 지원하는 ‘NH핀테크 클라우드’를 여는 등 관련 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다만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대형3사가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온라인보험 시장에서 후발주자에 해당하는 농협생명이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실제로 대형 3사의 온라인보험 점유율은 합계 77%로 과반 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농협생명은 상반기 기준 2% 수준으로 아직까지 인상 깊은 실적을 나타내고 있지는 못한 상태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농협생명의 온라인채널은 지난해 막 오픈된 채널이므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까지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보장성 위주로 포토폴리오를 개편하는 과정에 온라인보험 진출 역시 포함돼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NH농협생명의 보장성보험 매출 비율은 2013년 13%가량에서 2017년 3분기에는 약 51%까지 높아졌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이미 5대5전략은 목표를 초과달성해 현재는 거의 70% 수준까지 보장성보험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농업인안전보험과 같이 농협생명 특유의 보험상품이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2018년 11월말 기준 농업경제활동인구의 62.4%인 80만409명의 농업인이 가입했으며, 이는 1996년 사업 실시 이후 가장 높은 가입률이다.

농업인안전보험은 농작업 중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고 농업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96년 ‘농업인안전공제’로 시작했다.

2012년 3월 NH농협생명 출범에 따라 보험으로 변경·운영되고 있으며, 2016년 제정·시행된 농업인안전보험법에 근거한 정책보험이다.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보험료가 동일하고, 만 15세부터 최대 87세까지의 농업인이라면 누구나 전국 농축협에서 가입할 수 있다.

올해 가장 높은 가입률을 기록한 배경에는 지난 2월 새롭게 출시된 산재형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농업인안전보험 산재형(1형, 2형)은 산재보험 가입이 어려운 농업인을 위해 보장 혜택을 대폭 강화했으며, 가입 비중은 11.1%에 달한다.

더불어 보험료 수준을 전년 대비 약 10% 인하해 농업인의 부담을 줄이고, 지자체 및 지역농협 설명회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친 것 역시 가입률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 서기봉 사장은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1호 가입자에 이름을 올리는 등 솔선수범 경영을 선보여 왔다. 신상품 ‘생활비받는NH암보험)’에 1호 가입하고 있는 서기봉 사장.이미지 확대보기
▲ 서기봉 사장은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1호 가입자에 이름을 올리는 등 솔선수범 경영을 선보여 왔다. 신상품 ‘생활비받는NH암보험)’에 1호 가입하고 있는 서기봉 사장.


◇ IFRS17 대비 체질개선 과정에서 실적 급락…멀어진 ‘유종의 미’

다만 저축성보험 위주에서 보장성보험 위주로, 대면 채널에서 온라인 채널로의 저변 확장과 대대적인 체질 개선 과정에서 수반되는 일시적인 실적 악화에 대한 고민은 농협생명의 과제로 남아있다.

여기에 생명보험업계 전체가 시장 포화와 경쟁 과열 등으로 인해 성장정체에 빠진 상태라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같은 불운이 겹치며 2번째 임기 만료를 앞둔 서 사장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비록 현재 생보업계에 닥친 불황이나 농협생명의 실적 급락이 서기봉 사장의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1+1년을 고수하는 농협 계열사의 CEO 인사 특성을 고려하면 실적이 좋아도 연임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실적까지 나빠진 현재 서 사장의 교체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NH농협생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993억 원, 순이익은 47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1228억 원의 영업이익, 695억 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다소 하락한 수치다.

통상 1+1년 임기를 보장받는 계열사 임원, 부사장들 중 일부가 단 1년만 자리를 지킨 채 교체됐다는 점 역시 업계의 어려움을 단면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포토폴리오가 보장성상품 위주로 재편되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현상”라며, “다른 보험사들도 모두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농협생명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며, 오히려 IFRS17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플러스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농협 계열사 CEO 1+1 임기제로 교체 가능성 무게…후임 내·외부까지 폭넓게 고려

농협 계열사는 전통적으로 기본 1년 임기를 지낸 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1년의 추가 임기를 보장해주는 방식의 CEO 인사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2년을 넘기고도 자리를 지킨 계열사 CEO는 거의 없어, 2년째 임기를 마치는 서 사장의 연임 가능성 역시 거의 없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미 농협지주는 내부·외부를 가리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새로운 수장 후보를 추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됐던 ‘외부 인사 영입설’에 대해서는 농협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은 농협중앙회나 농협금융지주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농업인에 초점을 맞춘 움직임을 보일 수 밖에 없으므로 다른 보험사와 성격이 크게 다르다”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사가 CEO를 맡는 것이 그림이 더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만약 외부인사가 영입된다고 해도, 1년이라는 짧은 첫 임기 동안 농협의 시스템만 파악하다 시간이 다 지나갈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비록 후보군을 폭넓게 가져가며 외부인사를 통한 생보업계 불황 돌파 역시 여러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긴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내부인사 발탁이 합리적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협 측은 농협생명의 후임 CEO 유력 후보군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행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며 말을 아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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