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안정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연기금과 같은 장기 기관투자자의 국내 주식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증시는 이달 들어 빠르게 반등했으나 지난주 다시 0.16% 약세를 나타내며 보합권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 증시는 3%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주식·채권자금은 42억7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은 데다가 미·중 무역분쟁, 미국 기준금리 가속화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문제는 다른 나라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와 낙폭이 과도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가 해외 주요국 증시보다 낮게 평가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만성적으로 작용하는 이유로는 △국내 기업의 인색한 배당 △지배구조 문제 △반도체 및 화학 등 특정업종으로의 이익 쏠림 △한국 가계의 주식 외면 △높은 중국 경제 의존도 △미국과의 디커플링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시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증시의 구원군으로 나서 지수를 받쳐줘야 한다는 ‘역할론’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권용원닫기권용원기사 모아보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국내 주식 시장은 외국인 비중이 높은 반면 기관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어서 외국인의 대규모 급매도시 기관의 물량 소화 역량이 부족하다”며 “기관이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은 국민 모두의 자산을 운영하는 것인데 지금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수익성이 낮아져서 그렇다는 얘기는 너무 근시안적이다.
길게 내다보고 우리 증시의 안정을 위해서 국민연금이 좀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인 운용 방향에 따라 국내 주식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수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국내 주식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리기로 한 것은 몇 년 전 결정된 사항”이라면서 “장기 목표를 갖고 자산 배분을 하다 보니 위험자산을 많이 갖게 됐다. 리스크를 어떻게 완화할지 고민한 결과 글로벌 시장으로 다양하게 분산시키는 정책을 택해 해외의 다양한 위험자산에 분산투자하고 국내 주식을 줄이는 의사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공성 원칙과 장기적 계획에 따라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면서 해외로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는데,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이 부분에 대한 마찰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단기투자자보다는 장기투자자로서, 국내 주식 시장의 양적인 팽창보다는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 투자자 저변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 20% 수준이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올해 말까지 18.7%까지 줄이기로 했다.
내년에는 18%, 오는 2023년 말까지는 15% 내외로 축소하고 해외 주식 투자를 30%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123조6000억원, 전체 기금 적립금 중 19.0%를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0.3%포인트를 더 줄여야 한다.
국민연금의 지난 8월 말 기금운용 전체 수익률은 2.25%로 집계됐다. 이 중 국내 주식 수익률은 -5.14%를 기록했다.
지난해 25.88%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성과다. 평가손실은 약 8조원 수준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평가액은 123조602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조9180억원, 약 6% 줄었다. 지난달 급락분까지 반영하면 손실은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해외주식 7.55%, 국내 채권 2.89%, 해외채권 2.58%, 대체투자 5.17% 등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국민연금은 8월 말 현재 기금 적립금 650조9000억원 중 30.1%에 해당하는 195조9000억원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주식 123조4000억원, 채권 24조8000억원, 대체투자 47조2000억원 등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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