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농심에 따르면 중국법인의 올해 매출은 2억8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7% 늘어난 1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농심 해외법인 최초로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이 20억달러를 넘어섰다.
농심의 중국 첫 진출은 1996년 상하이에 생산공장을 가동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대만의 한 회사와 합작형태로 진출했으나 장기적이고 주도적인 중국사업을 위해 1998년 지분을 인수하고 1999년부터 독자노선의 길을 걸었다. 동시에 청도 공장(1998년), 심양 공장(2000년) 등을 잇따라 가동하며 중국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농심은 우선 '우리 브랜드를 중국에 그대로 심는다'는 전략 아래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신라면과 너구리 등을 시장에 내놨다. 현지화된 제품과는 달리 한국의 얼큰한 맛은 물론 제품의 규격, 디자인, 브랜드까지 그대로 시장에 선보였다.
한국식 '끓여먹는 라면 문화'도 그대로 가져갔다. 중국은 그릇에 면과 스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데워먹는 포면(包面) 문화가 보편적인데 농심은 한국의 라면 조리법을 고수했다.
낯선 식문화에 많은 소비자들이 외면했지만 농심은 '라면은 끓여먹어야 맛있다'는 구호 아래 지역 곳곳에서 시식행사를 벌였다. 지금은 중국 현지 유명 라면업체들도 끓여먹는 라면 신제품을 지속 출시할 만큼 한국식 라면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이 신라면을 찾는 가장 큰 이유"라며 "신라면의 빨간색 포장과 매울 辛자 디자인을 두고 중국인들도 종종 자국 제품이라고 여길 만큼 신라면은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농심은 상하이, 칭다오 등 동부 해안 대도시에서 충칭, 시안 등 서부 내륙도시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온라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와 함께 농심은 중국 현지 정서와 문화를 접목한 대표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신라면배 바둑대회(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를 창설했다. 20주년을 맞은 신라면배는 1999년 창설 이후 지금까지 중국 인기스포츠인 바둑을 통해 신라면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중국 진출 당시 농심은 바둑에 대한 열기가 높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농심의 인지도와 신라면 브랜드를 동시에 부각시키고자 했다. 이에 1999년 7월 한국기원과 함께 국가대항전인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창설했다. 기업의 제품명을 대회 타이틀로 내세우는 세계 기전으로는 신라면배가 처음이었다.
중국에서 두 차례 치러지는 대회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대국을 관전하기 위해 대국장이나 TV 앞에 모여들었고 이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신라면 소비로 이어졌다. 중국이 처음 우승했던 제9회 대회는 중국 전역 700여개 언론사를 통해 집중 보도돼 수백억원 대의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조인현 중국법인장은 "언론보도와 입소문 등의 광고효과는 특약점과 대형마트 입점 등 유통망 확대를 가져왔고, 이는 곧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며 "신라면배가 사업의 난관을 헤쳐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 2015년 17회 대회부터 우승상금을 국내∙외 최고 수준인 5억원으로 인상하며 대회 위상을 높였다. 올해 대회는 지난 10월15일 중국 베이징에서 막을 올렸다. 이세돌, 박정환 등 국가대표 기사들이 출전해 중국, 일본 기사들과 베이징, 부산, 상하이를 거치며 승부를 벌인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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