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최근 이스라엘 자동차 반도체 업체인 ‘오토톡스(Autotalks)’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오토톡스는 자동차 반도체에 높은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은 2008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돼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 해외 판매회복 속 글로벌 공격적 투자 행보
특히, 글로벌 자동차 및 IT 업체들과의 다양한 협업, 그리고 실증 경험 등을 바탕으로 강력한 커넥티비티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오토톡스는 도요타와 삼성 등 글로벌 유수 업체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연이어 이끌어 내고 있다.
커넥티드 카의 통신 칩셋은 차량 외부의 무선통신과 내부의 유선통신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커넥티드 카의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이 원활하게 구현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현대차는 오토톡스와의 협업 과정에 현대모비스, 현대오트론 등 계열사들을 적극 참여시켜 그룹 차원의 미래기술 개발 역량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오토톡스의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칩셋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 분야에서도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전체에 IoT 기술이 적용돼 도시 전반의 효율화와 지능화가 가능한 기술 주도형 도시로 차와 도로가 통신하는 인프라가 갖춰있어 높은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테스트 베드로 꼽힌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궂은 날씨 상황에서도 차량이 주변 차량 및 교통 인프라와 유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해가며 위험 상황을 사전에 경고 받고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등 안정적인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앞으로도 현대차는 네트워크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지속적인 협업 모색을 통해 세계 최고 기술력이 집약된 커넥티드 카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이 잇따라 이스라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정 부회장이 주도로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 부회장은 지난해 5월 해외 출장 도중 이스라엘에 들러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타트업 모빌아이를 방문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 회사의 암논 샤슈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의 유망 스타트업과 손잡고 미래 자동차 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고 한 달 뒤 첫 투자로 이어졌다.
현재 이스라엘은 스타트 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현지 이스라엘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7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양성했다.
특히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외부와 인터넷으로 연결된 자동차)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많다. 이스라엘 정부도 글로벌 기업의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이에 현대차는 최근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피탕고의 7번째 투자펀드에도 220만달러(약 24억원)를 출자했다. 피탕고의 7번째 펀드는 미래형 이동수단,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 AI·IoT·빅데이터 기업 투자·육성
자동차 업계는 정 부회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 가운데 대부분 인공지능(AI) 반도체·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투자가 선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인 바이두(百度)와 손잡고 차량용 인공지능(AI)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양사는 6월 10일 중국 베이징 바이두 본사에서 ‘전략적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양사가 협업하는 분야는 △음성인식 △커넥티드카 △AI 로봇 개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등 4가지다. 이중 음성인식과 커넥티드카 연구개발은 이미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아시아’에서는 바이두의 음성인식 서비스(두어OS오토)를 탑재한 현대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가 등장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둥펑웨다기아차가 출시한 준중형 세단 포르테에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내비게이션(바이두맵오토)을 장착했다.
양사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계기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차량용 인공지능을 만든다. 샤오두(小度)로 명명한 인공지능은 운전자가 구두로 내비게이션·에어컨디셔너·히터 등 차량 조작을 명령하면 스스로 주요 장치를 제어한다. 또 카메라로 운전자를 주시하면서 졸거나 안전 운전을 위협하는 부주의한 행위를 하면 경고하기도 한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과 차량 간 연결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와 거주지를 연결하는 IoT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가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정 부회장이 주도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현대자동차·SK텔레콤·한화자산운용이 인공지능(AI) 기술 투자를 위한 ‘삼각동맹’을 구축했다. 3사는 ‘AI 얼라이언스 펀드’ 설립 협약을 체결했다. 각 1500만 달러씩 출자해 총 4500만 달러(약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유망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캐나다의 AI 솔루션 기업 ‘엘리먼트 AI’는 펀드 투자 자문 역할로 참여한다.
올해 출범한 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은 AI와 미래 이동수단, 핀테크 관련 유망 스타트업이다. 미국·유럽·이스라엘 등의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할 뿐 아니라, 각 회사에서 운영 중인 벤처 육성 시스템과 기업 벤처캐피털(CVC) 등을 통한 스타트업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펀드 조성은 미래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통한 수익 실현보다,
새 기술을 찾고 트렌드를 탐색해 미래 전략을 세우고, 협업 네트워크를 개척하는데 무게를 뒀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차에 대한 정의선 부회장의 관심이 각별하다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생존 전략과 맞닿아 있다”며 “특히 해외 기업들과의 협업을 정 부회장이 주도하는 만큼 실질적인 성과들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반도체·IoT·빅데이터 기술에 대한 선제 투자를 통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며 “과거 경쟁사간 협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면 정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 “경쟁사와의 협업으로 글로벌 시장 확장”
실제 현대차그룹은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가 각 그룹을 대표해 수소전기차 관련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2016년 생산 대수 세계 2위, 현대차그룹은 2위를 기록했다. 해당 협약은 기아차와 폴크스바겐 등 양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에 효력을 미친다.
두 회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수소전기차와 관련해 현재 보유 중이거나 앞으로 출원할 예정인 다수의 특허 및 주요 부품 등을 공유(Cross License)하게 된다. 또한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향후 기술 협업 범위를 지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업계에서 수소전기차 개발에 가장 앞장선 회사다. 관련 기술 역시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구축했고, 2015년엔 수소전기차 최초로 미국 조사기관 워즈오토(WardsAuto)에서 선정하는 ‘세계 10대 엔진’에 포함되기도 했다.
2025년까지 80종의 친환경차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폴크스바겐 역시 한 축이 될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 개발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h-트론 콰트로’를 선보인 바 있고, 2020년 수소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아우디는 폴크스바겐 그룹 내 수소전기차 관련 연구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고민을 안고 있다. 현대차는 기술 개발에 공을 들여왔지만, 막상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도 수소전기차 시장의 확장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또한, 아우디는 현대차나 도요타·혼다 등 발 빠르게 수소전기차 기술에 투자한 회사들에 비교해 움직임이 더뎠다.
이번 협약은 이 같은 두 회사의 고민과 전략적 이해관계로 맺어졌다. 현대차는 아우디와 동맹을 통해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와 수익성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아우디 입장에선 수소차 양산 모델 개발과 관련 기술 확보에 도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는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와 에너지 수급 불안, 자원 고갈 등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일찍부터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아우디와 협약이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의 활성화는 물론 수소 연관 산업 발전을 통한 혁신적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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