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연계 ABCP 디폴트-국내 증권사 영향] “현대차투자증권, 올해 순이익 감소 불가피”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가 보증한 자회사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관련 유동화증권(ABCP)를 보유한 증권사들이 타격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ERCG의 역외자회사가 발행하고 CERCG가 보증한 1억5000만달러화 채권이 만기 상환되지 않았다. CERCG 지급보증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특수목적법인(SPC) 금정제십이차가 발행한 ABCP까지 채무불이행이 위험이 생기면서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 동반 채무불이행)’가 발생했다.

해당 ABCP는 6개월 만기물과 1년 만기물 각각 1635억원, 10억5000만원 규모로 지난 8일 발행됐다.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는 현대차투자증권, BNK투자증권, KB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등 5개사다. 투자금액은 현대차투자증권이 500억원 규모로 가장 크고 나머지 증권사는 각 100~200억원 가량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정제이십차의 자산관리자인 한화투자증권은 채무 보증인인 CERCG와 채무조정 또는 담보설정 등 협의를 통한 회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ABCP에 투자한 증권사들은 올해 상당 규모의 손실처리 부담을 지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투자증권은 해당 ABCP에 600억원을 투자하고 100억원을 판매해 현재 5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84.9%, 자기자본의 6.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현대차투자증권이 큰 폭의 순이익 감소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이번 투자자산 부실화로 올해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해 보이며 리테일 매각 관련 평판이슈도 부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지난 2014~2015년 기업여신, 2016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발생으로 매년 100억원 내외의 대손 부담이 발생하기도 했다. 안 연구원은 “2015년 이후 업황 호전과 구조조정을 통해 우수한 영업실적을 이어가면서 그 영향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연이은 자산 부실화는 경영 및 리스크관리 측면의 부담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최대 손실 가정 시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타 증권사 대비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우호적인 증권 업황과 회사의 IB 부문 강화 전략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78억원을 시현했으나 이번 ABCP와 관련한 일회성 감액손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손실 인식 시 올해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현대차투자증권은 자산관리 및 투자은행(IB) 부문 영업기반을 바탕으로 이익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손실의 영향은 이익창출규모 및 자본력 내에서 흡수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