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KB증권까지 베트남 자회사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증권사들이 베트남 현지에서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월 베트남 자회사 ‘KBSV(KB Securities Vietnam)’의 출항을 알렸다. 앞서 KB증권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현지 투자은행(IB)과 브로커리지에 강점을 가진 마리타임증권을 인수하고 동남아시아 지역 확대를 위한 거점으로 삼았다.
KB증권은 KBSV의 기존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정보기술(IT) 등 KB증권의 강점인 역량 이식을 통해 현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베트남에 진출했거나 진출 계획이 있는 한국 기업고객을 위해 인수합병(M&A) 자문, 자금조달 주선, 신사업 추진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09년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CBV증권의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베트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현지 파트너와 합작법인 형태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 1년여간 현지지분 인수작업에 들어갔다.
또한 약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인프라 개선과 현지 영업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에 힘을 쏟았다.
같은 달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현지법인 ‘KIS Vietnam’의 자본금을 대규모로 확대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380억원 규모의 KIS Vietnam 유상증자 의안을 통과시켰다. 증자 후 자본금 규모는 900억원으로 늘어나 자기자본 기준 베트남 증권업계 7위의 대형 증권사로 도약하게 된다. 신용공여 한도도 기존의 2배가량 증가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0년 베트남 50위권이었던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한국형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10위권 증권사로 도약시켰다. 한국투자증권은 향후 시장점유율 기준 상위 5위권 안에 진입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대규모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크게 늘린 만큼 증권중개영업(브로커리지)를 비롯해 기업공개(IPO), M&A, IB 사업의 추진력에 힘을 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가장 먼저 베트남 시장을 선점한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6월 베트남 법인에 650억원 규모의 증자를 결정하며 자본금을 1000억원 수준으로 늘렸다.
이로써 베트남 내 증권사 70여 개 중 자본금 규모로 3위에 올랐다. 미래에셋대우 베트남 법인은 현재 호치민에 본사를 두고 호치민과 하노이에 각각 1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 1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자본금을 바탕으로 주식중개 업무수행을 위한 신용공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모바일 및 웹 트레이딩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주식중개 서비스 향상에도 주력하고 있다. 호치민 시내에 1개 지점을 추가로 출범하고 하노이에서도 신규점포를 지속적으로 개설할 계획이다.
올해로 베트남 법인 출범 3년 차를 맞은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국내 증권사 최초로 베트남 현지기업 회사채 발행 주관에 성공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베트남 주요 전력 장비 그룹이자 호치민 증권거래소 상장사인 젤렉스(GELEX)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다. 발행 규모는 총 4000억동(약 190억원)이다.
앞서 베트남 법인은 현지 소비자금융회사들의 자산 유동화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CJ CGV의 베트남법인의 상장 주관사로 선정됐다.
◇ 미래에셋만 순이익 독주…한투·NH·신한 부진
다만 지난해 증권사들이 베트남에서 올린 성적은 다소 부진하다. 베트남 정부가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베트남 시장의 정보가 아직 불투명한 부분이 남아있고 현지 네트워크나 인프라, 시장 인지도를 확장하는 데 장기적인 입지 다지기 작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지난 2007년 베트남에 진출했으나 손실이 지속 되자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법인을 보유한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 4곳 가운데 지난해 수익을 늘린 곳은 미래에셋대우뿐이다.
미래에셋대우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55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매출액도 62% 늘어난 117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는 설립 초기부터 호치민 및 하노이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에 대한 중개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노이 거래소에 별도로 개설된 업컴(UPCOM) 시장과 베트남 국채중개 서비스도 수행하고 있다”며 “올해 파생상품시장에도 진출해 베트남 파생상품도 중개할 수 있도록 전산 인프라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적극적인 기업금융 업무 및 자기자본 투자 확대를 기반으로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증가와 함께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한 3개 증권사는 모두 흑자폭을 늘리는 데 실패했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억3600만원으로 전년 19억원 대비 93% 량 줄었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적자폭이 늘어났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주식시장 활황에 따라 직원 성과급이 늘어 인건비가 증가했다”며 “매매시스템 개발 및 신설점포 관련 비용도 반영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11억원의 적자를 내 전년보다 손실이 10억원 가량 증가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현지지분 인수를 통해 합작법인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며, 기존 베트남 경영진들의 과거 부실요소들을 모두 반영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6년 8억8000만원에서 지난해 9억2200만원으로 적자 폭이 소폭 늘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아직 베트남 진출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지난해에는 현지 인력 채용이나 기타 판관비로 인한 투자비용이 반영된 결과”라며 “이번 1분기에는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전환한 만큼 향후 IB 네트워크를 더욱 확장하면서 실적이 우상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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