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로 금융감독에 관심이 많아,
친근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제가 금융감독원의 원장으로
부임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한편으로 설레고 기쁘지만,
그간 여러분들이 짊어졌던
금융감독이라는 책임의 무게가 느껴지면서,
저 또한 어깨가 무거워 집니다.
저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또 큰 조직의 장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감히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여러분들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부족하나마 제가
원장으로서의 할 일을 다 하면,
나머지는 여러분들이 메워주실 것으로
믿고 기대하며,
첫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Ⅱ. 금융감독의 본질
임직원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먼저 ‘금융감독’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금융에 잠재된 여러 위험은,
금융회사의 부실이나
불합리한 관행 등의 형태로 드러나
금융시스템의 불안과
금융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곤 합니다.
그리고 자칫 위험이 누적될 경우에는,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심각한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잠재 위험이 가시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동시에 현실화된 위험에는
엄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오롯이 집중해야 할
‘금융감독’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금융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금융질서의 확립,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금융감독원의 소임은,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이를 통해 금융감독원은
국가 위험 관리의 중추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견실한 금융감독으로
국가 위험이 적절히 관리되어야만,
정부는 올곧은 금융산업정책을
펼칠 수 있고,
금융회사들은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개발과 혁신에 전력(專力)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Ⅲ. 국가 위험 관리자로서의 신뢰
하지만 그간 국가 위험 관리자로서
금융감독원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우호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외부 이해관계자들로 인하여,
국가 위험 관리라는
금융감독 본연의 역할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금융감독원 또한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한 채,
금융시장에
혼선을 초래한 점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외부의 다양한 요구에 흔들리고
내부의 정체성 혼란이 더해지면서,
금융감독원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미흡하였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수많은 과제들에 포획되어
금융감독의 지향점을 상실함으로써,
‘국가 위험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일관되게 수행되지 못하였고,
감독의 사각지대 또한
심심치 않게 발생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금융시스템 건전성과 관련하여
자금의 쏠림 현상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이,
가계부채 문제가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또한, 잘못된 영업관행과
불공정한 거래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결과,
저축은행 사태나
동양그룹 사태에서와 같은
금융소비자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때때로
과도한 금융감독의 집행이
창의적인 금융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거듭되면서,
금융감독원에 대한 신뢰가
자라지 못하고 있습니다.
Ⅳ. 금융감독원의 정명(正名)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
저는 금융감독원의 신뢰회복이
우리의 이름을 찾는 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국가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제자 자로(子路)의 질문에,
‘정명(正名)’,
즉, ‘이름에 합당한 실질을 갖추는 것’
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금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금융회사와 금융이용자,
그리고 금융당국 모두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할 때,
건강한 금융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감독당국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금융감독원(金融監督院)’이라는
이름 그대로,
금융을 ‘감독(監督)’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유지가 필요합니다.
금융감독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위험관리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서
그리고 소신을 가지고,
시의적절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합니다.
이는 때로는 환영받기 힘든 일이지만,
대한민국 금융과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금융감독원일 것입니다.
Ⅴ.임직원 당부사항
금융감독원 가족 여러분,
우리는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안녕(安寧)을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자세를 바로하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금융법규를 집행하는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청렴함과 도덕성을
갖춰야 하겠습니다.
또한,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여,
감독‧검사의 질적 수준을
업그레이드 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금융감독의
전반적인 역량 강화를 위해,
감독 유관기관들과의
정보공유와 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원장으로서,
우리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이
‘금융감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밖으로는
금융감독 역할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당당한 목소리로
금융시장과 소통하고,
안으로는
묵묵히 자신의 임무에 전념하는 직원들이
그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제가 먼저 소통의 문을 활짝 열고
여러분의 고견을 경청할 것이며,
언제라도 토론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Ⅵ. 맺음 말씀
친애하는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분,
여러분은 금융감독의 혁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가는 것이
금융감독의 혁신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혁신’을 가리켜
“가죽을 벗기는 아픔을 견뎌냄으로써
새로운 가죽이 돋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금융감독원의 이름을 회복하는 일,
이를 통해
국가 위험 관리자로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분명 더디고 아픈 혁신의 과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와 여러분이 함께
금융감독의 본분(本分)을 잃지 않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한다면,
금융혁신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5월 8일
금융감독원 원장 윤 석 헌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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