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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중앙회 이순우 회장] 금융의 길과 생산적 금융

기사입력 : 2017-10-23 00:00

(최종수정 2017-10-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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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정책적 지원 통한 중기대출 확대해야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이순우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이순우 회장
“우주에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라고 설파한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혜안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이 변화를 수반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우리들이 그만큼 빠른 변화의 시기 속에 있고, 그 변화를 직접 피부로 느끼며 살기 때문이다.
세계는 벌써 50여년 만에 3차 산업혁명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의 시기를 달려가고 있고, 로봇과 AI는 이제 20여년 뒤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은 머잖아 백세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여년 전만 해도 취업 걱정 없었던 젊은이들은 일터를 찾지 못하고 결혼도 포기해 아이 울음소리가 매년 줄고 있고, 지상낙원일 것 같았던 세계 중심, 미국에서는 국민들이 자국 이기주의를 표방하고 전 세계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몰아넣는 지도자를 뽑아 각 국을 대적시킨다.

새로운 1인 ‘핵심’을 맞은 중국이 대국 재건에 앞장서는 가운데, 불과 72년 전만 해도 세계대전의 죄를 뼈아프게 사죄했던 일본은 반성을 접고 군사력 강화에 골몰하고 있고, 우리와 같은 피를 나눈 북한에서는 젊은 지도자가 핵무기를 꺼내들고 각 국의 제재에 대항하여 60여년 전의 비극도 되풀이할 각오를 보여주고 있다. 변화의 방향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금융도 변화하고 있다. 자금잉여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틀에 박힌 일을 하는 것 같지만 변화는 끊임없다. 세계경제의 변화에 따른 영향과 금리 변동만이 아니라, 금융기법의 발전, 금융규제의 방향과 요구수준에 따라 주요 거래자도 변화하고 포트폴리오도 변화한다.

포트폴리오의 변화는 의외로 가파르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기업금융 비중이 높았던 은행들은 대기업들과 함께 환란의 주범이 되어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하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그 동안 기업금융에 진출하기 어려워 가계금융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던 은행들은 건전경영을 실천한 모범생이 되어 쓰러진 기업금융 은행까지 인수하며 금융계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했다.
지금 우리 경제의 성장을 짓누르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는 이때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그 동안 성장을 구가하던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부채비율과 사투를 벌여 간신히 살아남거나 이자부담을 견디다 못해 쓰러졌다. 그 뒤 생존한 기업들은 은행대출을 기피하고, 현금을 쌓아놓는 한이 있어도 투자를 쉽게 늘리지 않았다.
당연히 일자리도 늘지 않았다. 이후 금융은 기업을 제쳐두고 가계로, 가계로만 달려갔다.
2003년 카드대란과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부실금융기관의 낙인을 피하면서도 금융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부동산 담보와 보증에 의존하는 가계대출을 증가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젠 서민금융의 기치 아래 신용으로 가계대출을 확대해가고 있다. 당장 급해서 대출을 받았지만, 그 부담으로 인해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머나먼 대출상환의 길을 가야하는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우리 금융이 대한민국 경제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으로서 한정된 자금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흘려보내야 하지만, 신체 말단만 영양부족 상태에서 비대해질 뿐 주요기관에는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성장이 정체되고 신체 주요기관이 고사할 위기를 맞고 있다.

그 동안 정부에서 녹색금융 또는 창조금융 등의 이름으로 금융의 제 역할을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고, 일자리 증가는 답보하고 있으며, 서민의 소득은 늘지 않아 파산의 불안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금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현 정부는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금융정책의 핵심가치로 제시했다. ‘생산적 금융’이란 금융기능의 정상화를 통해 소비적인 대출이나 투기적인 부분이 아닌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을 유입시키자는 것이고, ‘포용적 금융’은 금융소외계층과 취약계층이 다시 금융의 울타리 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것이다. 이 둘 가운데 ‘포용적 금융’은 ‘생산적 금융’을 위한 연결고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생산적 금융’에 더 큰 방점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런데 어떻게 실행해 나갈 것인가?
가장 좋은 방법은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고객의 기술과 아이디어만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겠지만, 주식회사인 금융회사는, 특히 투자가 아닌 예대마진을 주 수익원으로 하는 금융회사는 그렇게 손실위험이 높은 일에 뛰어들 수가 없다. 이런 일은 벤처캐피탈 같은 투자자들의 역할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축은행처럼 예대업무를 위주로 하는 금융회사들이 ‘생산적 금융’에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하기 위해서는 충당금 적립기준 완화도 물론이지만 실질적인 손실위험을 낮춰주는 일이 중요하다. 금융회사에게 현재 심사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분야에 대해서는 대출을 늘려가도록 요구하기보다는 심사역량을 배양하여 신용평가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더 나아가 기존 사잇돌2 대출상품처럼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저축은행 같은 중소금융업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일정비율의 보증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부의 보증이나 재정지원 없이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위험한 곳을 찾아가 생산적이고 포용적인 금융을 제공하길 기대해서는 안된다. 현 금융시장에서 바로 소화하기 어려운 과제를 부여한 만큼, 당국에서는 잘게 자르고 곱게 씹어 시장에 넘겨주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생산적 금융’을 제시한 정부와 많은 국민의 바람처럼, 앞으로 금융이 적재적소로 흘러 경제의 맥박이 활기차게, 그리고 역동적으로 다시 살아나 서민들이 일자리 걱정 없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밝은 내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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