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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흥모 금융결제원장] “금융 본질은 신뢰…‘결제의 중심’ 타깃”

기사입력 : 2017-10-16 00:00

(최종수정 2017-10-1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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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환경 변화 속 기술 접목 고민
바이오정보 분산관리로 보안 강화

△ 이흥모 금융결제원장이 최근 서울 테헤란로 본부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 이흥모 금융결제원장이 최근 서울 테헤란로 본부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금융결제원의 새 비전을 ‘신뢰받는 금융결제서비스의 중심’으로 정했습니다. 금융의 본질은 신뢰이고 이를 위해서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입니다. 금융결제서비스 분야에 새로운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 기술들이 기존의 시스템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계속 기술검증(PoC)을 해나갈 겁니다.”

이흥모 금융결제원장(사진)은 최근 서울 테헤란로 본부에서 이뤄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제3자(TTP)’로서 금융결제원의 기능을 강조했다. 1986년 창립 이후 국가기간전산망의 하나인 금융전산망을 구축하고 운영해온 금융결제원은 빠르게 변화하는 지급결제 환경에 맞춰 그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힘을쏟고 있다.

◇ ‘분산화 실험’ 참고 결제환경 변화 대응

금융결제원은 지난해 창립 30주년 기념세미나에서 ‘국제 금융공동망(SWIFT)의 미래’,’블록체인(Blockchain)과 금융혁신’ 등을 주요 주제로 다뤘다. 블록체인은 분산화된(decentralized) 시스템으로 금융결제 환경이 격변될 가능성을 뜻하며 금융결제원의 역할과 기능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이흥모 원장은 “결국 중요한 질문(Big question)은 과연 지급결제 시스템이 TTP 없이 작동할 수 있겠느냐의 여부”라고 규정했다.

이흥모 원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은행간 지급결제에 실험적으로 적용해 본 캐나다 중앙은행의 ‘재스퍼 프로젝트(Project Jasper)’를 참고사례로 들었다. 1년간 진행된 프로젝트의 결과가 지난 5월 발표됐는데, 결론은 “기술적으로는 실현가능(feasible) 하다, 그렇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블록체인 적용의 장애물로는 프라이버시 문제와 사용자 수 증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확장성(scalability) 부족이 꼽혔다. 기술의 유용성은 인정되지만 중앙집중(centralized) 방식을 대체할 만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흥모 원장은 “캐나다뿐 아니라 싱가포르·프랑스 중앙은행, 한국은행 등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재스퍼 프로젝트의 경우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블록체인과의 상호운용가능성(interoperability)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합리적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결과는 거액 결제시스템을 책임지는 한국은행 뿐만 아니라 소액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금융결제원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며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현재의 시스템과 접목하거나, 시스템의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각종 페이(pay)로 이름붙여진 간편결제 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이흥모 원장은 “페이는 10만원 내외의 소액결제로 금융결제원의 영역과는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간편결제 시장에 많은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데 점차 보안 문제가 강하게 대두될 것이며 향후에는 몇 개의 강자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에서 금융경력을 시작한 이흥모 원장은 “금융의 본질은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자금이 이체되는 시스템에서 TTP는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중심’의 역할은 그대로일 것이다”며 “물론 TTP에도 더 많은 신뢰성이 확보돼야 하고 새로운 기술이 현재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계속 기술검증을 하면서 혹시라도 접목할 여지가 있다면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분산관리로 생체인증 기반 확대

금융결제원은 금융공동망을 구축하고 운영해 오면서 새로운 서비스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안성을 높인 ‘바이오정보 분산관리 시스템’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출범한 바이오정보 분산관리센터에는 은행·증권·보험 등 60곳 가량의 금융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지문·홍채와 같은 바이오정보를 금융결제원과 금융회사가 각각 나누어 보관한 다음 필요시 결합하여 이용하는 방식이다. 고객들은 금융회사 창구, 판매점 POS, 디지털 키오스크 ·CD/ATM 등 비대면 채널과 모바일 거래(뱅킹·결제·주식거래·보험청약 등)에서 바이오정보의 유출 걱정없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흥모 원장은 “바이오정보 분산관리 서비스는 원본을 보관하지 않으며 암호 결합으로 인증하는 방식”이라며 “어떤 사람이 지문으로 인증을 요청하면 두 기관에 나누어 보관되어 있는 지문정보가 하나로 합쳐져서 인증이 완료되며 (나눠 보관한) 두 개의 바이오정보가 다 유출되지 않는 한 도용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결제원은 스마트폰의 안전 저장소인 트러스트존(TZ)과 국제 바이오인증 표준인 FIDO를 연계해 공인인증서의 비밀번호를 바이오 인증으로 대체하는’FIDO 기반의 개방형 인증 플랫폼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이 환경의 새로운 변화에 맞춰 ‘신뢰받는 금융결제서비스의 중심’이라는 위치를 굳건히 다지려면 전문성을 갖춘 미래지향적인 인재가 필요하고 이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흥모 원장은 “금융결제원의 인프라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IT 인력 규모가 절반을 넘은 상황”이라며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와 알고리즘, 데이터 분석, 통계능력까지 가진 인력을 키워나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고, 이는 모든 금융회사들도 고민하는 공통의 문제이며 앞으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력] 1956년 / 서울고 졸업 /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경제학 석사 / 한국은행 입행(1981년 8월) /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선임조사역 /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해외조사실장·발권국장 / 한국은행 부총재보 / 금융결제원장(2016년 4월~현재)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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