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바이 '영남 홀대론'
1961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허 내정자는 대구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영남출신이다.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은행 안팎에서는 영남 홀대론이 제기됐으나 허 내정자는 이같은 논란을 종료시켰다.
또 지금은 사라진 한국장기신용은행 출신이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1967년 설립된 장기신용은행은 금융채를 발행해 기업에 중장기 자금을 대출해 주던 은행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9월 소매 금융에 특화돼 있던 국민은행에 합병됐다. 허 내정자는 서울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하면서 뱅커의 길로 들어섰다. 은행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마이너로 치부됐던 장기신용은행 출신이 행장으로 부임하면, 합병 전 출신은행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는 등 직원 응집력을 강화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60년대생을 행장으로 내정한 것은 윤 회장 2기 체제의 혁신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허 내정자는 위성호닫기위성호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1958년생), 함영주닫기함영주기사 모아보기 KEB하나은행장(1956년생), 이광구 우리은행장(1957년생)과는 달리 시중은행장 중 유일한 1960년대생이다.
KB금융지주가 금융 혁신 과제로 핀테크 및 글로벌 시장을 아우른 '4차 산업혁명'에 집중하는 맥락은 신한금융지주를 견제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KB국민은행은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신한은행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당장의 3분 실적은 KB가 앞설 것으로 예상되나 그 격차가 크지 않다. 이에 윤 회장과 함께 KB금융을 이끌 젊은피 수혈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 '내부자' 선택해 조직 안정화 꾀해
차기 행장으로 내부자를 낙점한 데는 은행 핵심 업무 경력자를 통해 조직 안정화를 꾀한 결정으로 보인다. 행장 후보로는 총 8명이 거론됐는데,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 계열사 CEO가 포함돼 있었다.
허 내정자는 여신심사와 기업금융, 전략, 재무, 영업 IT 등 은행의 주요 핵심 직무를 두루 거친 정통 ‘은행통’이다. 장기신용은행 입행 후 종합기획부와 검사부, 기업금융부 등을 거쳐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전산통합추진 TFR 기업금융부문 팀장을 맡았다. KB국민은행에서는 동부기업금융지점 지점장, 삼성타운대기업금융지점 지점장, 여신심사본부 집행본부장, 경영기획그룹대표를 역임했으며, 2016년부터 KB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 및 부행장을 맡아왔다.
상시지배구조위원회도 "고객과 시장, 영업현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고, 임직원들의 하나된 응집력을 모을 조직관리 리더십과 역량을 보유했다"고 허 내정자에 대해 평가했다.
한편 KB국민은행장은 오는 12일과 16일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의 심층 인터뷰 등 최종 심사ㆍ추천을 거쳐 16일 은행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또한, 신임 은행장은 11월에 열릴 KB금융지주 임시주총에 비상임이사로 추천될 예정이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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