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12월 25일, 성탄전야의 즐거움이 채 가시기도 전 오전 9시 50분. 공휴일 아침에 갑작스레 발생한 화재사건으로 이 날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성탄절로 기록됐다.
대연각호텔은 지은 지 1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신축건물이었지만 그 당시는 고도성장을 추구하던 시절이다 보니 대형건물에 걸맞는 안전시설이나 대책이 부족해 호텔 1층에서 발생한 불길이 1시간 30분 만에 꼭대기 층인 21층까지 옮겨 붙는 대형 참사를 낳았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큰 화재사건으로는 서울시민회관 화재사건(1972, 사망자76명), 대왕코너 화재사건(1974년, 사망자 88명),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1999, 사망자 23명), 인천호프집 화재사건(1999, 사망자 56명),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2008년, 사망자 40명) 등이 우리나라 주요 화재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큰 화재사건을 계기로 화재위험에 대비하고자 소화전·화재경보기·스프링클러 설치 등 안전시설 의무화 및 관련 법규들이 신설 또는 재정비됐다. 먼저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이하 화재보험법)이 1973년에 제정됐다. 현행 화재보험법 기준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출입 또는 근무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 호텔, 철도역사, 대규모점포나 16층 이상 아파트 등을 특수건물로 지정해 소방안전점검 등 특별한 관리를 하게 됐다.
기존 대물배상책임보험은 과실책임의 원칙하에 법률적인 배상의무가 발생하였을 경우 책임을 지도록 했으나 금번 신설된 특수건물의 대물배상책임보험은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에도 불구하고 소유자로 하여금 무과실책임을 부여하여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 구제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충분한 보상 금액을 반영하고자 신체배상책임 한도를 기존 1인당 최대 8천만원에서 1.5억원으로 보장한도를 상향했고, 부상급수(1급~14급) 및 후유장해급수(1급~14급)의 보장한도를 기존 대비 약 2배 가량 보장금액을 인상해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의 한도를 늘렸다. 또한 대물배상책임은 1사고당 최대 10억원까지 지급하도록 규정, 피해의 실손해액을 한도 내에서 지급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화재보험법에서 정하는 의무보험 가입대상은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있는 특수건물의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최소한의 의무를 부여하는 대신 피해자 구제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도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보험사 및 보험유관기관은 특수건물 소유자를 대상으로 의무보험 가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및 설명을 해야 한다. 화재보험법 시행(2017.10.19.) 시점에 대물손해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특수건물 소유자는 벌칙(벌금형)이 부과되기 때문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기존 보험계약 가입자에 대해서는 경과조치를 규정하여 화재보험법 시행 전에 이미 체결된 보험계약의 갱신 시점이 도래하지 않은 계약은 갱신 시점까지는 종전의 계약이 유효하도록 경과규정을 두어 불필요한 마찰적 논쟁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금번 화재보험법의 개정은 화재사고에 대한 피해자의 피해구제를 강화 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이러한 피해구제 제도의 정비도 중요하지만 화재는 사전적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화재로 인한 인적·물적피해의 발생 뿐만 아니라 사후 피해복구에 소요되는 시간적·정신적 피해까지 고려할때 상당한 사회적 부담이 뒤따르는 것이다. 화재사고 예방과 관련하여 곡돌사신(曲突徙薪)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하여 미리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아궁이 근처의 나무를 딴 곳으로 옮긴다는 뜻으로 화(禍)를 미연에 방지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화재보험은 불가피한 화재사고를 대비한 차선의 선택인 것이고, 화재사고에 대한 최우선의 덕목은 예방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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