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재 대형 저축은행 CEO: “자본상태가 안 좋아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들은 개정된 대부업법에 따라 지난 3월 3일부터 신규 대출 최고 금리를 기존 34.9%에서 27.9%로 7%포인트 인하해 적용 중이다. 그 이전에 취급된 대출은 물론 30%대 고금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 말이다. 그렇다 최근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중소형 저축은행 6곳이 올 3월3일 이전 취급된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금리를 낮춰주기로 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시작됐다.
문제는 최고 금리를 인하해 주기로 선언한 중소형 저축은행의 소급 적용 대상 고객이 적은데다 그마저도 선별키로 하면서 금리인하 해택을 받는 고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대형 저축은행이 재무부담 등의 이유로 참여를 유보하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언급된 서울소재 대형 저축은행은 자기자본금까지 잠식된 상태에 있어 더 말해 뭐하나 싶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저축은행이 갖고 있는 서민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일삼고 있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고 고객에게 그 혜택을 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마냥 팔짱 끼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고금리 대출 이미지는 내부에서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나 몰라라 했다가 금융당국에 미운털이 박힐 수 도 있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의 강한 입김, 즉 관치(官治)금융에 항복해 인하된 금리를 소급해 적용했다가 자치 법정에 서야 될 지도 모른다. 한국서 벌어지는 이 같은 초헌법적 상황을 이해해줄리 없는 일본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진행되는 상황만 놓고 보면 이 저축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의 입김(최고금리 인하 소급 적용) 보다는 회사 경영정상화로 귀결되는 듯하다.
금융당국의 입장에서 다소 먹쩍을 수 있다.
아마도 초저금리 시대에 살인적 고금리를 받고 있는 저축은행의 대출형태에 대해 금융당국의 입장으로서 대출금리 인하와 같은 개선안이 필요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 소급 적용이라는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억지 춘향식 졸속 추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가 없다.
금융당국의 개입이 잘못된 것이라고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법과 제도로 규율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 만큼 금융당국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저축은행에만 맡겨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축은행업계의 자율성이 높아지지 못하면서 서민금융 산업의 발전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기관의 생명은 신뢰다. 금융당국에서 소위 말하는 ‘령’이 서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연히 균형을 잃기 쉬운 시장에서 견제와 조율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말에 위엄이 있어야 한다. 시장 신뢰는 그런 면에서 포기할 수 없는 전제조건이다.
그리고 저축은행업계 고금리 신용대출 문제는 어제오늘 얘긴 아닌다.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이 연 30%대의 고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해서야 되겠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저축은행은 설립 목적이 '서민의 금융 편의'인 금융기관이다. 대부업과는 달리 법으로 엄격한 인가 요건을 요구하는 동시에 금융기관으로서의 공신력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도 저축은행이 대부분 살인적인 초고금리를 받아 대부업과 다름없는 영업을 하는 것은 '금융기관'으로서의 자격을 의심했다.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은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저신용·저소득 계층이 대부분이다. 지금은 기준금리가 연 1.25%에 불과한 초저금리 시대이다. 그리고 그 혜택은 대부분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돌아가고 정작 저금리가 필요한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1100조 원이 넘는다. 특히 고금리 부채 비중이 증가해 부채 구조가 악화되고 있어 시한폭탄과 같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다.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이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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