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은행 자산 가치가 높아지면 반드시 민영화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가 지난해 이어 ‘강한 우리은행 달성’을 2년 연속 경영 목표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 최초 모바일뱅크 위비뱅크 기능 확대 등 시장 지위 확고
이광구 행장은 업계 최초로 모바일 은행인 위비뱅크를 출시하면서 한발 앞서나가고 있는 핀테크사업 주도권을 올해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지난 2014년 12월 취임하자마자 금융권 최초로 ‘핀테크 사업부’를 만들었고 여기서 위비뱅크가 태어났다. 때문에 위비뱅크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직접 제시하고 각종 사안을 챙기는 등 사실상 위비뱅크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위비장터는 고객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에스크로 결제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에스크로는 결제대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방식이다. 상품을 사고팔 때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생길지 모르는 배달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 행장은 “위비페이 등 기존 송금방식도 사용 가능하고 에스크로 방식으로 우리은행이 결제대금을 맡아뒀다가 구매자가 안전하게 배송 받았다고 사인을 보내면 그 때 결제가 완료 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매업체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상품 만족도 등을 점검하는 등 사전사후 검증시스템으로 구매자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우선 1만여개 판매업체를 위비장터에 입주시킬 계획이다
이광구 행장은 올해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저유가,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등으로 국내·외 경제여건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경제여건이 나빠지면서 부각되고 있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의 부채는 은행 건전성에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올해 자산건전성 확보와 함께 수익 극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 장기화에 따라 은행권의 국내 영업이 한계에 직면함에 따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는 판단 아래 글로벌 사업을 계속 강화하기로 했다.
그는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금융시장의 한계를 만회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순이자마진(NIM)이 여전히 3~4% 정도 확보되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점 공략하겠다는 것이 이광구 행장의 구상이다. 이들 지역은 은행업이 성숙되지 않은 만큼 기존 진출 방식에서 벗어나 소액대출, 저축은행, 할부금융 등 비은행업을 중심으로 먼저 진출해 현지 적응력을 키운 후 은행으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진출 전략을 준비 중이다. 현지 시장에 대한 조기 영업 기반 구축과 현지화 추진을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진출도 더욱 넓힐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17% 가량의 글로벌 부문의 당기 순이익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이광구 행장은 “지난해 205개 점포의 해외 네트워크를 올해 말까지 300개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양적 성장과 동시에 다양한 현지 리테일 영업 전략을 통해 수익성도 챙겨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2020년에는 해외 총자산 500억 달러를 달성하고 해외 거점 500개 이상을 확보해 아시아 리딩뱅크로 도약할 목표를 장기비전으로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점포의 심사, 성과관리, 내부통제 등을 전문적으로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 성공적 민영화 위해 내달 유럽 투자설명회 개최
이광구 행장은 올해 수익성과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 기업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올해 은행의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주가 상승을 이뤄내고, 기업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라며 “성공적인 민영화 달성으로 우리은행이 종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하는 전환점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적 민영화를 위해 내달 중순쯤 유럽을 방문,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에서 투자설명회(IR)를 여는 등 새 바이어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은행의 오랜 숙원인 민영화를 위해 그동안 공들여온 중동 국부펀드로의 매각이 주춤해지자 유럽으로 눈을 돌려 직접 투자자 모집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기대보다 회의적인 시선이 더 많다. 우리은행 주가와 총자산순이익률(ROA)이 극히 낮은 상태에서 공적자금 전액 회수만을 고집하면 민영화 작업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종가 기준 우리은행의 주가는 8400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얹어도 1만원 전후 수준이다. 반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주당 1만3500원 이상을 받아야 하니 갭이 큰 상태다. ROA 역시 국내 은행산업 자체의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0.4%(지난해 3분기말 기준)에 불과해 글로벌 은행보다 크게 뒤처진다. 아무리 연간 1조가 넘는 당기순이익을 낸다 해도 외국 자본이 흥미를 보이기 힘든 수준이다.
이 때문에 “순조로운 민영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우리은행 매각가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우리은행 민영화는 네 번의 실패를 거친 후 다섯 번째 추진 중이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매각 방식을 과점주주(지분을 4~10%씩 쪼개서 매각) 체제로 전환하면서 중동 국부펀드 등이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국제유가 폭락’이라는 돌발 악재를 만났다. ‘오일 머니’인 중동 국부펀드들이 세계 투자자금을 회수하면서 신규 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광구 행장은 “상반기 중에 1차 매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와 우리은행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예보가 갖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 51.04% 중 10~15%가량을 1차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체 매각 대상 지분 중 일부를 먼저 팔아 이를 주가 상승 ‘마중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과연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광구 행장이 그 동안 실패로 끝난 매각 역사에 ‘우리은행 민영화 달성’이라는 방점을 찍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 프로필 〉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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