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저축은행 손창범 전략기획팀장 역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는 “일부 대주주의 검은 돈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 왔던 많은 관료들과 정치권이 책임을 저축은행에 떠넘겨, 저축은행의 명칭 개명 시도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이라며, “예를 들어 정치인들이 국민을 섬기지 않는다고 해서 국회의원을 ‘국민머슴’으로 명칭을 바꾼다고 달라질 것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반 은행이나 은행 유사상호금융기관(신협, 새마을금고)은 각종 세제혜택이나 이율이 낮은 보통예금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을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위험성이 높은 대출을 취급하지 않더라도 적정 마진을 확보할 수 있지만, 거의 모든 저축은행들이 높은 조달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손 팀장은 또 “지점 설치 제한 때문에 인가받은 몇 개의 점포를 가지고 영업을 하다 보니, 임대료가 가장 비싼 지역에 사무실을 임차하고 시설비와 인건비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를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모든 저축은행이 적절한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상황이니만큼 감독당국에서 염려하는 몸집불리기 경쟁도 없을 것이라는 것. 손 팀장은 “저축은행들이 서울 강남에만 몰려있지 않고 변두리 시장이나, 주택지 안에서도 편안하게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줘야, 결국 그 지역의 서민금융을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금까지 저축은행업계에 몸담으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시기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그는 “은행원이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대출을 하면서 고객들이 정말 고마워하고 사업이 잘 돼 대출을 갚으면서 감사인사를 해줄 때가 가장 보람 있었다”며, “특히 지점장을 하면서 개인적인 소신으로 대출을 결정하고 나중에 내 결정이 옳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면 그 기쁨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코픽스처럼 신라저축은행도 장기대출상품 출시를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금리리스크 헷지를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코픽스와 유사한 지수를 도입하려고 상당히 오랜 시간 고민하고 시행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여러 가지 사유로 시행이 유보됐다”며, “이를 위해 향후 저축은행 업계에서 함께 고민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열변을 토했다.
지난 1997년11월 신라저축은행의 전신인 신은상호신용금고에 입사한 손 팀장은 첫해 영업점으로 배치를 받자마자 국제통화기금(IMF)관리 체제라는 이름의 강풍을 맞았다. 그 후 신은상호신용금고가 채권단의 손에 넘어가면서 그의 회사생활은 절벽에 다다르는듯했다. 하지만 그때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배운 지혜는 오히려 남들 보다 빠르고 강하게 그를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그 결과 수습사원 입사 이후 최단기간에 책임자 승진, 최단기간 지점장 발령과 부장 승진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면서 그는 ‘존경받는 팀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존경’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수줍어하며 웃음 짓던 손 팀장의 모습은 ‘무뚝뚝하고 권위적인 팀장’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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