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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기업이 장수해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 : 2019-10-28 00:00

업력 45년 이상 혁신적 장수기업 12개 불과
오래가는 스타트업 기업탄생 토대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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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사인 영국의 토머스 쿡(Thomas Cook)이 2억 파운드(약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추가자금차입에 실패하면서 파산을 선언했다. 곧바로 해체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중국기업을 비롯해 인수를 원하는 기업이 나타났다고 하나 파산으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장 코앞에 닥친 문제가 여행객처리다. 영국정부가 신속히 나서서 토마스 쿡을 통해 해외여행에 나선 해외의 영국민 15만5000명을 본국으로 수송하기위해 비행기를 대거 투입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토마스 쿡은 여행, 호텔, 항공 등의 사업을 통해 지난해 10억 파운드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 5월 말 기준 12억5000만 파운드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경영 위기에 빠졌다. 영국 내 9000명의 직원과 전 세계의 지점 2만 2000명의 직원이 실직에 직면하게 되며 여행예약자들의 피해구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대규모기업의 파산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의 경우는 많은 투자와 인력고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그로인한 여파는 대체로 기업규모와 비례한다. 거래하는 금융기관이 부실해지기도 하며 대량실업도 발생한다. 건설업체가 망하는 경우 하도급업체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업의 몰락은 당장 기업이 그간 쌓아온 부와 명예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창업자에게 뼈아픈 일이다. 또한 기업에서 이익을 꾀하는 주주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stakeholder)에 경제적 피해를 준다.

기업구성원과 그 가족은 실업이나 고용불안으로 삶의 질이 저하된다. 원재료·부품·서비스 등의 생산 및 판매, 구매가 정지됨에 따라 거래처에도 연쇄부도나 경영악화 등 도미노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규모나 영향력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스타트업도 다를 바가 없다. 무엇보다 피해를 보는 사람은 창업자다. 쏟아 부은 자금은 물론 시간과 정열, 그간 구축된 인간관계까지 송두리째 잃기 마련이다.

대규모의 기업뿐만 아니라 작은 기업이라도 망하면 그 피해는 사회가 온전히 떠맡게 된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생존·성장은 큰 의미를 갖는다.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2016년)에 따르면 창업 1년차 기업의 생존율은 65.3%, 3년차는 41.5%, 5년 이상 기업은 28.5%로 나타났다. 창업지원을 받은 기업(2017년)의 생존율이 53.1%로 높다 해도 상당수가 수년 내에 사라진다.

토마스 쿡의 경우처럼 178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초 여행사의 종말을 보면서 기업의 수명을 생각해본다.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으나 기업의 수명은 짧아지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 기업을 유지하고 성장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대규모기업의 부도폐업이나 인수합병에 이르는 기업의 ‘종지부’가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인식을 깨트리고 있다. 장수의 조건은 헤아릴 수 없다.

이번 사례를 통해 살펴보건대 첫째,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다. 공급은 여전한데 수요가 변하고 있음에도 이를 대비하지 못하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고객은 값싸고 편리한 상품을 원하고 있으나 토마스 쿡은 고급패키지상품을 고수했다.

둘째는 원가상승시의 대책이 없는 경우다. 원자재나 서비스의 구매가 공급자에 의존적인 경우 원활히 수급되지 않으면 리스크가 된다. 원유나 철강재, 소재·부품 등처럼 말이다. 셋째는 대체가능한 제품·서비스를 공급하는 경쟁사에 적시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숙박업이나 유통업의 경우 ICT를 활용하는 유통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의 영향을 간과한 것이다.

기업은 쉬지 않고 어려움에 대비하여 새로운 수익원의 확보(때로는 다각화)나 탐색을 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추어 부각되고 있는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와 같은 신기술의 근본요소를 받아들이고 융합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를 회피하려면 기업은 투자자원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이 자금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들이 스마트공장이나 스마트설비가 필요하다(84.4%)고 하지만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비용 부담(77.8%)을 꼽고 있다. 알고 있지만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market)은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이나 이 분야에 기 진입한 기업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과 기술의 변화는 오랜 연륜과 탄탄한 시장을 구축했던 기업에게조차 위기를 가져다준다.

반면 발 빠르게 시대흐름에 적응하는 스타트업이나 혁신기업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들 기회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 장수해야 한다. 젊은 기업이 많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정부도 장수기업을 예우하고자 ‘명문 장수기업’을 선정하여 이들의 명예와 사기진작을 촉진하고 있다. 업력이 45년 이상, 경제적,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변화하는 혁신적 기업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고용유지와 세금납부가 이루어지는 기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수기업은 12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건전한 기업생태계가 구축되고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이유는 장수기업을 탄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속담처럼 강하고 오래가는 스타트업이 탄생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들의 고용도 늘어나고 시장도 넓히는 한편 창업-성장-재투자로 이어지는 ‘스타트업 선순환’도 가능해진다. 기업이 장수해야 하는 이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창업자도 오래살고 기업도 오래가는 것이 상생이 아닐까.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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