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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 글로벌 리스크에 적극 대처해야

기사입력 : 2019-09-23 00:00

잃어버린 20년 일본 불황 따라가는 유로존
국내 금융기관 보수적 경영체제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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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
국내경제와 금융이 이렇게까지 글로벌 정치경제적 환경에 좌우된 적이 없었다. 과거에도 글로벌 환경은 중요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다양한 지역에서 대규모 정치경제적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았다.

최근의 상황은 상당히 예외적이다. 미래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앞날을 예측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정치 및 외교의 패러다임이 자국이익 우선주의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가치사슬 구조도 바뀌게 된다. 정치에 의해 경제구조가 변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은 경제 및 금융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준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어 의사결정을 미루면서 소비와 투자가 저하되고 경제성장이 하락한다.

또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고 리스크가 큰 투자를 회피하는 등 금융중개기능도 왜곡된다.

더욱이 한국은 태생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주요 강대국들이 대립하는 대륙과 해양의 경계선상에서 국토마저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힘의 균형 유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힘의 균형이 흔들릴 때마다 대외개방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소용돌이에 쉽게 휘말릴 수 있다.

최근의 미중 무역갈등 심화,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는 모습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CDS프리미엄이 안정적이며 국가신용등급과 단기외채 비중이 양호하여 시스템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소규모 개방경제가 안심할 수만은 없다.

향후 상당기간 동안 글로벌 경제 및 금융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로벌 리스크는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수출규제, 홍콩 시위, 유로존 불황, 노딜 브렉시트, 아르헨티나 위기, 호르무즈 해협 갈등 등 7가지이다.

미중 무역갈등은 중국의 국영기업 보조금 및 기술 분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경제 하강의 가장 큰 요인인 동시에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우리 경제에 상당기간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주요 소재, 부품, 생산재의 대일 의존도가 큰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국내 산업의 생산과 수출에 불확실성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홍콩사태가 장기화되면 아시아 국가들의 외화자금 조달에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홍콩은 중국 본토로 유입되는 외화자금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중국의 대외자금 유출입에도 큰 장애가 된다.

유로존의 불황은 과거 잃어버린 20년의 일본불황을 따라가는 듯 한 모습이다. 향후 유럽이 계속 어려움을 겪게 되면 이미 국내 대외차입의 38%, 주식의 28%, 채권의 36%를 차지하는 유럽계 자금의 움직임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EU의 수출 감소로 이어져 EU경제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최근 아르헨티나 위기는 과거 IMF 외환위기 시에 중남미 위기가 시차를 두고 아세아 위기로 전이되었고 결국 우리도 외환위기를 겪었던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갈등이 심화되면 아시아 국가들이 주로 의존하는 석유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여 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경제성장률도 낮출 것이다.

글로벌 차원의 정치경제적 불안정성은 그 문제 자체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다.

그러나 이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글로벌 불안정성이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선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부터 완화해야 한다. 금융 불안에 대한 자기실현적 기대가 시장에서 형성되고 현재화되지 않도록 안정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이 느끼는 불안 심리가 증폭되어 잘못된 의사결정과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또한 대외부문에서 올 수 있는 추가적인 충격에 대비하여 국내 경제 및 금융부문에 충분히 버퍼를 쌓아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 지속, 충분한 외환보유고, 통화스왑 체결, 외환건전성 유지 정책 점검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거시경제 운영 측면에서 볼 때 민간의 소비와 투자는 글로벌 경제의 하향 추세와 괘를 같이 할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의 재정정책이 매우 중요해진다.

통화정책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유동성함정이 나타난 지 오래되었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해외자금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제약조건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향후 소재·부품산업의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책금융과 함께 재정도 일정부분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중국 및 반도체산업에 집중되어 있는 수출구조를 국가별, 업종별로 다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경기하강 시기에 어려움을 겪을 소재·부품 개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중개기능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실물부문의 경기변동이 6~12개월 정도 지나야 금융기관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부실에 대비하여 충당금 등 버퍼도 충분히 쌓아야 한다.

특히 미래의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대비하여 상품별, 지역별, 고객별 위험을 정밀히 분석하는 한편, 경기와 신용 사이클의 상호관계를 감안하여 보수적 경영 체제 전환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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