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대표이사 최수연닫기
최수연기사 모아보기)가 연매출 10조 원 시대를 열었다. 국내 인터넷 플랫폼 기업으로 최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초우량 성장주에서 평범한 안정형 기업으로 변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네이버 신용등급은 2019년 이후 줄곧 ‘AA+(안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년간 네이버 매출은 꾸준히 늘었다. 특히 2020~2022년에는 검색 플랫폼·커머스·핀테크·콘텐츠·클라우드 등 신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매출이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21년까지는 매출 확대와 함께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도 개선됐다.
다만 2022년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0%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이 소폭 역성장(-1.6%)하며 마진이 꺾였다. 당해 투자·M&A(인수합병)·각종 일회성 요인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매출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2022년 10월 북미 C2C(소비자 간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를 발표했고, 이듬해 초 약 1조 9,000억 원 규모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포시마크 인수는 네이버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M&A였다.
문제는 이 같은 투자 확대에 비해 이익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회사가 보유한 자산 규모에 비해 얼마를 벌어들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2022년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평가다.
예컨대 ‘영업이익/총자산’ 지표는 2019년 0.31에서 2022년 0.13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총자산’ 지표도 0.35에서 0.24로 하락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비용 증가를 넘어, 투자 대비 수익률과 자산 배분 효율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의미다. 같은 자산을 투입하고도 수익이 줄어든 기업이라면, 시장이 성장주 프리미엄 대신 보통 수준 밸류에이션만 부여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라인·Z홀딩스 통합 과정이 2021~2022년 네이버 손익계산서에 추가적 착시를 남겼다. 2021년 라인 지분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장부상 평가이익이 일시적으로 크게 늘었고, 이 일회성 이익이 사라진 2022년에는 순이익이 급감한 것처럼 보이는 기저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회계상 변동성을 감안하더라도, 네이버 재무 체질 자체가 예전만큼 탄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신문이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통해 확인한 네이버 알트만 Z-스코어는 ▲2019년 4.68 ▲2020년 4.57 ▲2021년 5.20 ▲2022년 3.05 ▲2023년 3.29 ▲2024년 3.20으로 집계됐다.
2021년 5점대에서 2022년 3점대로 1점 이상 급락한 뒤, 이후에도 3점대 초반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부실 위험 구간은 아니지만, 한때 초우량으로 평가받던 안전성·성장성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총자산 대비 운전자본 역시 2019년 0.18에서 지난해 0.10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알트만 Z-스코어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시가총액이 크게 줄어들면서, 시장이 바라보는 네이버 ‘안정성 프리미엄’도 함께 옅어졌다는 분석이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2019년 30조 7,377억 원에서 2021년 62조 926억 원까지 늘었으나, 2022년 29조 1,187억 원으로 급락한 뒤 현재는 40조 원 안팎을 맴돌고 있다.
2023년 이후 네이버 숫자는 분명 회복세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모두 2022년 저점을 벗어나 다시 우상향 흐름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매출과 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시장이 느끼는 온도는 2021년과 다르다. 이미 수조 원대 AI·클라우드 인프라와 대형 M&A에 베팅한 덩치에 비하면, 이익 성장 속도는 다시 ‘초우량’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살펴본 자산 대비 매출·이익 지표와 Z-스코어가 2021년 고점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시선을 뒷받침한다.
구글은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검색 서비스 경쟁력 강화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했다. 반면 네이버 AI 투자는 포털 중심 뚜렷한 승부수보다 각 사업부를 두루 보강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쇼핑 등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영역까지 사업을 넓히며, 투자 대비 수익률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진행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합병도 같은 고민을 던진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1위와 손을 잡으면 결제·투자·디지털자산을 아우르는 거대 금융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 규제 불확실성과 가격 변동성, 높은 자본 요구량을 감안하면 이미 AI·클라우드·콘텐츠·커머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네이버에 또 하나의 자본집약적 부담을 더하는 셈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와의 합병이 프리미엄을 되살릴 성장 카드가 될지, 아니면 ‘안정형’이라는 꼬리표를 더 굳히는 리스크가 될지는 여전히 물음표”라고 말했다.
결국 네이버가 다시 ‘초우량’이라는 이름표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건은 단순한 매출 성장에 있지 않다. 이미 벌여 놓은 AI·클라우드, 글로벌 콘텐츠, 핀테크·디지털자산 사업에서 얼마나 안정적 현금흐름과 높은 마진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동시에 플랫폼 규제와 데이터 독점, 가상자산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줄여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성뿐 아니라 예측 가능한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 능력을 입증할 때, ‘초우량 성장주’에 붙었던 프리미엄이 다시 네이버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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