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생명 대표이사 후보에 박병희 현 농협생명 농축협사업부문 부사장을 추천했다. 농협생명 부사장 출신이 대표이사가 된 건 이번이 최초다.
보험사 내년 위기의 해 진단…농협중앙회 출신 낙하산 관행 타파
박병희 내정자는 1966년생으로 대구 청구고, 경희대를 졸업한 이후 1994년에 농협중앙회에 입사하여 농협은행 대구영업본부장 등 거쳐 2022년부터 현재까지 농협생명 농축협사업부문 부사장으로 재임했다. 이번에 농협생명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된 매우 파격적인 행보다. 출범 후 12년 동안 농협생명 역대 대표이사들은 직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임원에서 보험 경력 없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역대 대표이사 선임 전 직전 보직을 살펴보면, 농협생명 분사 초대 대표이사인 나동민 전 대표는 농협중앙회 공제부문 대표를, 김용복 전 대표는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서기봉 전 대표는 농협은행 부행장, 홍재은 전 대표는 NH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 김인태 전 대표는 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장을 지냈다. 윤해진 대표이사도 농협은행 신탁부문장을 맡다가 농협생명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외부 출신으로 생명보험사 상장자문위원회 위원장과 보험연구원장을 지낸 나동민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역대 대표이사 모두 보험 경력은 전무했다.
12년 관행을 깨고 2년 남짓이나 농협생명 내부를 경험한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한 건 내년 보험 업황과 무관하지 않다.
IFRS17 도입 후 보험사들은 실적이 일제히 급증했다. 농협생명은 금리 인하 시기인 2022년에 채권 비중이 높아 자본 잠식 상황까지 갔지만 IFRS17과 K-ICS 제도 도입 후에는 실적이 올라갔다. 올해 3분기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도 K-ICS 비율은 200%가 넘는다. 실적 부분에서도 2000억원 이상 순익을 내며 농협금융지주 비은행 순익에 기여했다.
내년에는 부채 할인율 정상화, 금리 인하 등으로 보험업황 실적 하락이 전망되고 있다. 해약환급준비금 부담, 부채 증가가 예상돼 보험손익, 투자손익 모두 올해만큼 실적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려운 업황속에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기존 관행을 깨고 보험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선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금융권에서는 위기 타개책으로 쇄신 인사를 단행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기존 CEO가 연임이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푸본현대생명, 라이나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외국계는 이미 대표이사가 일제히 연임했다.
신한라이프는 신한금융 계열사 CEO 쇄신 분위기 속 이영종 대표이사는 연임에 성공했다. 수익성 부문에서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신한EZ손해보험도 강병관 대표가 1년 더 이끌게 됐다.
올해 농협생명 1년 목표량 달성 기여
박병희 부사장이 농협생명 대표이사로 낙점된건 영업력을 높이 평가받아서다.박병희 대표이사 내정자는 농협생명 부사장을 지내면서 올해 농협생명 실적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농협생명은 1분기 농축협 채널을 통해 단기납 종신보험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전략이 통하면서 농협생명은 1년 목표 물량을 다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추위는 "박 내정자는 지역기반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농협생명의 신계약CSM(보험계약마진)을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시키는 등 영업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하여 주력 판매채널인 농축협 채널에서 탁월한 실적을 거양했다"라고 설명했다.
판매 실적 드라이브로 당기순익은 전년동기대비 37.1% 증가한 2478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손익은 전년동기대비 50.5% 증가한 4167억원, 투자손익은 289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K-ICS 비율 잠정치는 경과조치 전 기준 235%를 기록했다.
최대치로 끌어올렸지만 환급률로 고객을 확보하던 단기납 종신보험이 준비금 부담으로 더이상 판매가 어려워 보험 손익 하락이 예상된다. 투자 손익도 채권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금리 인하로 평가 손실 폭이 커질 수 밖에 없다. GA 보험판매수수료 제도 개편 등 제도 변화로 영업 채널 전략도 재수립해야하는 상황이다. 자산 부채 듀레이션 관리, 운용자산이익률 제고도 필수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2025년에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금리인하로 인해 투자수익률 하락 및 보험부채 증가 등으로 농협생명의 손익 악화가 우려된다"라며 "박 내정자의 탁월한 영업능력은 본원적 사업경쟁력 강화를 통해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하려는 농협생명의 경영전략 방향에 부합한다"라고 밝혔다.
농협금융지주 임추위는 "농협생명 출범 이후 약 12년 동안 한 번도 현직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사례가 없었는데, 박 내정자 추천을 통해 직원 사기진작과 장기적인 인적경쟁력 강화 효과도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전하경 한국금융신문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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