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57)는 최근 한국금융신문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창투사 투자받고 나중에 그 창투사 인수한 기막힌 인연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1999년 MVP창업투자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수많은 출자자 및 기업과 함께 성장한 국내 대표 톱티어 벤처캐피털(VC)이다. 현재 스마일게이트그룹 투자 부문 자회사다. 2000년 최초 창업투자조합(현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한 이래 현재 1조 2000억원 운용 자산을 바탕으로 600개에 가까운 기업을 투자·육성하고 있다.
남기문 대표는 MVP창업투자 설립 멤버로, 지난 2007년부터 15년간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있다.
당시 스마일게이트는 자사가 개발한 FPS(1인칭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출시하기 위해 MVP창업투자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후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시장에서 크게 선전하며 오늘날 중국 국민 FPS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접속자 수만 800만명에 이르며, 2020년 기준 누적 매출은 118억 달러(약 14조 4900억원)에 달한다.
2010년 스마일게이트는 MVP창업투자가 결성한 390억원 규모 ‘2010 KIF-MVP IT전문신성장투자조합’에 35억원을 출자했다. 1년 뒤인 2011년 피투자기업인 스마일게이트가 MVP창업투자를 인수하면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바꿨다.
인수 당시 1500억원 수준이던 총운용자산도 현재 1조2000억 원까지 늘었다. 게임사가 대주주로 있는 벤처캐피털 중 최대 수준이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이에 대해 피투자기업이 심사역과 함께 소통하고 같이 성장해서 또 다른 게임벤처 등 초기기업에 투자하고 키우는 대표적인 선순환 사례로 평가한다.
스마일게이트가 벤처캐피털을 인수한 것도 창업 성공 경험을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주 의지가 반영됐다.
그는 기업 성장에 벤처캐피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창업 성공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권혁빈 창업주는 후배 기업가를 물심양면 돕고 싶다는 의지로 VC 인수 결정을 내렸다”며 “현재까지도 스마일게이트그룹과 인베스트먼트는 단단한 협력 체계로 오렌지플래닛 창업재단 운영, 초기기업 전용 오렌지펀드 운용 등 성공한 벤처 선배로서 시장에서 큰 임팩트를 창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데브시스터즈·베이글코드 등 게임사 투자 활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전신인 MVP창투는 스마일게이트의 ‘스페셜포스’ 외에도 ‘서든어택’ ‘팡야’ 등 프로젝트성 투자로 평균 내부수익률(IRR) 20% 이상을 기록했다. 스마일게이트에 인수된 이후에도 다양한 게임 및 콘텐츠 업체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남 대표는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나 콘텐츠 산업이 급성장하던 때부터 최근에는 실감 콘텐츠, NFT(대체불가토큰) 분야까지 게임 및 콘텐츠 관련 부문에 전방위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가 투자한 대표 게임사로는 ▲지난해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쿠키런 킹덤’을 출시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데브시스터즈’ ▲‘클럽 베가스’로 빠르게 성장을 이뤄내며 올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베이글코드’ ▲종합 e스포츠 회사 ‘빅픽처인터렉티브’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하이스코어게임스, 비포플레이 등과 같이 초기 스테이지 캐주얼게임 및 게임 큐레이션 서비스 등 게임 인프라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남 대표는 게임업체 투자 판단 기준에 대해 “게임·콘텐츠 투자 경험이 많은 심사역들과 기업 IR이나 시장 리서치 자료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개발 경험 ▲인력 ▲IP ▲리스크 등이 투자 포인트로 정리된다”고 말했다.
개발사 내 핵심 인력들이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지, 있다면 주요 레코드가 어떠한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 인력은 게임사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게임업계가 능력 있는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 연봉 인상 행렬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렇다 보니 투자회사는 게임사가 안정된 개발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이들을 통한 실제 게임 출시가 가능한지도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다.
또 게임의 흥행 요소 중 하나인 우수한 지식재산권(IP)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도 투자 포인트 중 하나다.
최근 게임업계에선 원천 IP를 기반으로 웹툰·단편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즉,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IP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기본 팬층은 물론 신규 이용자까지 유입시킬 수 있어 작품 흥행 가능성이 크기 때문다.
또 콘텐츠 흥행에 따른 IP 수수료도 지속적으로 창출된다는 점도 개발사로선 이득이다.
스마일게이트도 지난 2020년 인기 IP인 크로스파이어를 활용해 중국 드라마 ‘천월화선’을 제작했다.
이 드라마는 상영 초반부터 1억 뷰를 달성하고 누적 조회 수 19억2000만을 돌파하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같은 해 1월에는 중국 쑤저우에 천월화선 1호 테마파크를 입점시킨 뒤 난퉁, 항저우 등에 개관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광저우에 실내외 테마파크인 ‘천월화선: 화선전장’을 오픈하면서 IP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회사가 타겟하고 있는 플랫폼·장르 시장 규모와 글로벌 흥행 여부, 출시 이후에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맞춰 업데이트 등 게임의 수명, 신규게임 출시 전략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남 대표는 게임업계 투자 리스크에 대한 질문에 “게임 투자는 규제 리스크가 큰 분야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크립토(암호화폐) 및 NFT(대체불가능토큰) 연계 비즈니스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 보니 이와 같은 장르 또는 중국과 같이 국가별로 규제 리스크가 존재해 이를 피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로봇 등 신사업 가치 투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999년 설립 이후 24년간 투자한 기업의 수만 541개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중인 펀드도 34개다. 최근에는 산업간 경계가 융합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환경 펀드, 소재부품장비펀드, XR콘텐츠(메타버스) 펀드, 바이오헬스케어 펀드, 해외펀드 등 모든 산업별로 전문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사실상 시장에서 유망한 기술은 모두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남 대표는 “최근에는 가상·증강현실 콘텐츠, 클라우드, AI, 디지털 헬스케어, 로보틱스, 넥스트 커머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신산업이 향후 경제성장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러한 신산업 분야는) 우리가 그간 축적한 경험과 투자 인사이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4차 산업시대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지난해 말 1109억원 규모 ‘스마일게이트뉴딜펀드’를 결성하고, 현재까지 약 300억원 가량 투자를 완료했다.
‘스마일게이트뉴딜펀드’에는 ▲소상공인 세무신고앱 사업을 운영 중인 ‘널리소프트’ ▲산업용 소형 드론 사업을 진행 중인 ‘디어스랩’ ▲동대문 도소매 커머스 ‘딜리셔스’ ▲서빙 로봇 제조 ‘베어로보틱스’ 등 성장 가능성이 큰 11개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향후에도 각 산업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열심히 발굴 및 투자할 계획이다.
남 대표는 “올해는 스마일게이트그룹이 설립 20주년을 맞는 해”라며 “그룹의 패밀리 창투회사로서 우리가 투자한 기업이 미래에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해 또 다른 스타트업 성장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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