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업자는 신용카드 가맹점과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함에 있어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하여야 하며 부당하게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
최근 카드업계는 3년 주기로 이뤄지는 가맹점 수수료 조정에 들어섰다. 앞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에 따라 영세·중소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인하되자,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가맹점을 상대로 수수료율을 인상했다.
이에 질세라 일반가맹점들도 카드업계가 수수료 인하 손실분을 자신들을 통해 만회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만일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카드사는 법을 위반한 셈이다. 과연 그럴까.
팩트 체크 : 가맹점수수료 너무 높은가?
우선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상 요청 근거가 타당한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은 일반가맹점들이 입을 모아 주장하는 것은 크게 2가지다.첫째, 카드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 감소분에 대한 고통을 일반가맹점과 분담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마트협회가 공개한 지난해 카드사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신한카드 6750억원(11.3%), 삼성카드 5511억원(38.2%), KB국민카드 4189억원(29%), 하나카드 2505억원(62.1%), 롯데카드 2414억원(84.6%), 우리카드 2010억원(67%), BC카드 1016억원(45.8%)을 기록했다.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현대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카드사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오히려 감소 추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지난 2018년 말 7조9112억원을 기록한 이후 적자로 전환됐다. 2019년 말 7조2183억원, 2020년 말 7조848억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지난해 9월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5조626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여신금융협회가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드업계의 가맹점 수수료 부분 영업이익은 2013~2015년 5000억원에서 2016~2018년 235억원으로 감소했고, 2019~2020년에는 1317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재무 자료에서도 지난해 9월 말 7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롯데·하나카드)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8조3600억원에서 3조5191억원으로 57.63% 감소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합친 전체 카드 이용실적 637조22억원 대비 가맹점수수료 수익 비중은 0.55%에 그쳤다.
둘째,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분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앞서 중대형 마트들은 신한카드로부터 현행 최고 수수료율인 2.3%를 통보받았다. 전자급결제사(PG)들도 기존 2% 초반대보다 0.05~0.1%p 오른 새 수수료율이 적용됐다.
하지만 이는 모든 일반가맹점에 부가된 기준이 아닌, 실제 협상 대상자인 연 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업체들에만 해당하는 사안이다.
마트와 PG 업종 가맹점 중 약 92~94%가 영세·중소형가맹점에 해당해 이미 우대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마트와 PG 업체들은 연 매출 30억원과 월 2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명백한 중대형업체들이다. 특히 수수료율이 오르는 마트는 전체의 약 10%에 불과하다.
주유소와 같이 국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공공성을 갖는 특수가맹점도 최대 1.5%인 적격비용 이하의 차감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 카드수수료 상한선 역시 적격비용 제도 도입 이후 기존 4.5%에서 2.7%와 2.5%, 현재는 2.3%로 낮아진 상황이다.
또 가맹점이 부담하는 각종 배달·입점·광고·결제수수료 중 오직 카드수수료만이 정부의 가격통제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마음대로 인상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의4(가맹점수수료율의 조정요구 등)에 따르면 신용카드업자가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할 경우 이를 조정하도록 요구하거나 관계 기관 통보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수수료 논쟁, 어제오늘 일 아니다
사실 카드수수료 논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여년 전 김대중 정부 시절 내수 진작과 과세 양성화를 목표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면서 신용카드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카드 의무수납제’를 통해 신용카드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절하지도, 불리한 대우를 하지도 못하도록 했다. 여기에 소득공제 혜택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이용을 장려했다.
신용카드 사용량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카드 수수료를 내는 가맹점도 증가했다. 결국 지난 1978년부터 35년간 유지되어온 업종별 수수료율 체계가 가맹점 간 수수료 양극화 문제로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하며 카드사 원가 분석을 통해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 비용인 ‘적격비용’만 수수료율에 반영토록 했다.
이때 당시 생긴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로 3년마다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마련해 새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2012년 이후 현재까지 4차례에 걸친 수수료율 재산정이 이뤄졌으며, 지난해 그 주기가 돌아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기존보다 0.1~0.3%p 하향 조정했다.
가맹점 75%를 차지하는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 점주들은 기존 0.8%에서 0.5%로 수수료율이 하향 조정됐다. 연매출 3~5억원 자영업자는 기존 1.3%에서 1.1%로, 연매출 5~10억원 자영업자는 1.4%에서 1.25%로, 연매출 10억원에서 30억원 사이 사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1.6%에서 1.5%가 됐다.
논쟁 멈출 해결책은
카드사와 일반가맹점 간 수수료 다툼을 멈출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새로운 수수료 산정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대형가맹점은 카드사와 개별적인 협상을 거쳐 수수료를 책정한다. 하지만 대형가맹점의 경우 매출 규모가 커 상대적으로 카드사보다 우위에 있어 공정한 협상이 어렵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와 반대로 영세·중소형가맹점은 시장원리에 따라 수수료율을 정하고, 대형가맹점은 하한선을 만들어 수수료 인상을 거부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의무수납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의무수납제는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할 근거로 작동해왔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의무수납제를 폐지한다면 정부 개입 명분이 없어지고 시장도 자율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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