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의 불확실성과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객들의 부동자금이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찾아 저축은행으로의 머니무브(Money Move)에 기여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들이 연말에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금리가 높은 특판을 잇따라 출시하는 것은 업계 특성 때문이다. 연말은 성과급 등으로 인해 시중에 여유 자금이 생긴다.
또 고객들이 맡겨놓은 수신의 만기가 대규모로 돌아오는 시기이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특판을 진행하며 유치한 금액으로 2022년도 대출 사업을 위한 자금을 만들어 내려는 전략이다.
지난달 상상인저축은행은 가입기간 6개월로 최대 연 33.2%를 제공하는 ‘뱅뱅뱅 33.2% 정기적금’ 특판을 내놨다. 고려저축은행도 모바일 앱 ‘GO BANK(고 뱅크)’ 출시를 기념해 연 5% 금리를 제공하는 ‘고 뱅크 정기적금’ 특판을 출시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도 우리금융그룹의 완전 민영화를 기념해 최대 연 5% 금리를 제공하는 ‘위드정기적금’을 선보였다.
저축은행들은 특판 상품을 출시한 것은 이벤트적 측면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고객 이탈을 막고 신규 고객과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저축은행은 지난해부터 100% 이하로 예대율을 맞춰야 한다. 예대율은 조달한 예수금을 초과해 대출을 취급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로, 대출 규모를 확대하려면 예금도 그만큼 늘려야 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거나 특판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예대율 규제로 예금 규모를 늘려야 하는 원인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금융당국이 제시한 예대율 완화 정책이 올해 3월까지 연장됐기 때문에 당장 예수금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수신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 저축은행 수신액 100조 돌파 전망
연초 저축은행 업계의 수신액이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액은 97조41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4조1835억원 대비 31.32% 증가했다.
저축은행 수신액은 2017년 말 51조1815억원, 2018년 말 59조8102억원, 2019년 말 65조9399억원, 2020년 말 79조1764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에 들어서도 10개월 만에 18조2423억원이나 늘었다.
또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보예금은 증가세다. 부보예금은 예금자보호를 받는 예금을 말한다. 지난해 3월 저축은행의 부보예금은 76조4000억원으로 2020년 말에 비해 7.1% 늘었다.
반면 은행권의 부보예금 잔액은 지난해 3월 1599조4000억원으로 2020년 말 대비 3% 증가했다. 지난해 시중 자금이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저축은행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 수신액 증가의 배경으로는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꼽힌다. 현재 저축은행 예금 금리는 시중은행, 인터넷은행과 비교했을 때 최대 0.30%포인트(p) 높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현재 제1금융권에서 금리가 가장 높은 12개월 만기의 정기예금 상품은 2.50% 금리를 제공하는 한국씨티은행의 ‘프리스타일예금’이다. 다음으로 케이뱅크의 ‘코드K정기예금’이 2.00% 금리를 제공한다.
저축은행 중에서는 조은저축은행의 ‘e-정기예금’이 2.80%를, 스마트저축은행의 ‘e-로운 정기예금’이 2.76%의 금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이후, 저축은행 예금 금리 인상률은 0.05%p에 그쳤다.
저축은행업계가 예·적금 금리 인상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다수의 저축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대출을 위한 자금조달을 예·적금에 의존하는 저축은행의 여신 업무가 제한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수신 업무에도 제약이 걸렸다는 판단이다.
다만 저축은행들이 올해 초 금리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연초에는 대출 공급 여유가 있고 만기가 돌아오는 예·적금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총량이 올해 14.8%로 줄었지만 연초에는 대출 공급 여력이 있기 때문에 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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