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메타버스가 미래 먹거리로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세계다. 정확히 말하자면 메타버스는 ICT(Information and Communica tion Technologies·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가상세계와 현실이 융합된 세계를 의미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까지 확산되면서 스마트폰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사람)는 언택트(Untact) 트랜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는 2019년 기준 약 1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1%에서 2030년 55%까지 확대될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이런 상황 속에서 ‘MZ’와 ‘메타버스’는 카드업계의 디지털 전환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비대면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과 동시에 미래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창구로 비춰지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네이버Z의 ‘제페토’다. 제페토는 자신만의 3D 아바타로 다양한 사회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가상세계 플랫폼이다. 이 안에서는 문자와 음성, 이모티콘을 활용해 이용자들끼리 양방향적 소통이 가능하다.
지난 2018년 처음 선보인 후 현재 전 세계 2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80%를 10대가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일상화되고 교육·게임·업무·소비 등의 분야에서 가상세계에 대한 관심과 메타버스 기술 수요가 증가하자, 카드업계도 제페토 활용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하나카드는 지난 15일 제페토에 ‘하나카드 월드’를 오픈하면서 카드업계 중 가장 먼저 메타버스 ‘신호탄’을 울렸다. MZ세대 특성과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가상세계를 기획했다는 게 하나카드 측의 설명이다.
하나카드 월드는 야외 콘서트장과 캠핑장 등 총 6가지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향후 ‘하나TV 뮤직콘서트’를 메타버스로 확장해 팬미팅 공간을 제공하고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고객에게 다양한 가상세계 경험가치를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카드도 지난 21일 네이버Z와 업무 협약을 맺고 제페토 내 가상공간 구축을 예고했다. 제페토에서 쓸 수 있는 Z세대 전용 특화카드 출시도 암시했다. 특화카드는 신한카드 사내 워킹그룹(Working Group·실무회의를 진행하는 협의단)인 알스퀘어의 제안을 반영한 결과로, 알스퀘어는 20여명의 MZ세대로 구성된 역멘토링 조직이다.
앞서 신한카드는 올 하반기 사업전략으로 ‘미래고객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데이터 기반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꼽았다.
또한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MZ고객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안도 함께 논의하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으로의 변화를 다짐했다.
BC카드는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간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3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K-POP 걸그룹 ‘블랙핑크’와 제휴한 상품인 ‘블랙핑크 카드’를 선보였다. 이미 제페토 내에서 가상공간으로 자리잡은 ‘블핑하우스’를 통해 블랙핑크 카드 광고 등 관련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 메타버스 효과 아직 ‘미미’…선택 아닌 필수 될까
카드업권의 메타버스는 아직 시작단계다. 8개의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하나·우리·삼성·현대·롯데·BC카드) 중 메타버스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단 두 곳뿐이다.
BC카드는 최근 메타버스와 관련된 사업 아이템을 발굴 중이며, 우리카드도 아직까지 확실하게 결정된 바는 없지만 관련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카드사들은 검토 단계이거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권 관계자에 따르면 “간펼결제 시스템 등 메타버스 내에서 실제 카드 사용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며 “카드사들이 이제 막 메타버스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서비스를 점차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경영회의를 진행하거나 신입사원 연수를 하는 등 내부적으로만 활용하는 수준이다.
반면 GS리테일과 BGF리테일 등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메타버스 공간 내 매장을 열고 상품 구매와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비교했을 때 카드업계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 걸쳐 가상공간 활용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메타버스 관련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50조원에서 2030년 약 17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운 소비 계층으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인 MZ세대를 유치하기 위해선, 디지털 친화적이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혀야 한다.
메타버스는 온·오프라인 연결이라는 기술적 특성을 바탕으로 일상 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인터넷 활용이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상세계 활동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관련 시장이 커져가는 만큼 카드사들도 메타버스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업 구축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일각에선 메타버스 사업이 초기단계이고 성공 가능성도 미지수라 섣불리 가상세계 시장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의견이다.
또한 아직 제페토 내 카드결제 등 관련 개념과 시스템이 정립되지 않아, 추후 메타버스에 대한 효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게 관계자는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10대들이 어느 순간 소비의 주체가 돼있을 것”이라며 “아직 메타버스 사업에 대해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지만, 금융권 전반에 일고 있는 메타버스 바람이 모여 카드서비스 연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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