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25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10원 떨어진 1,1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 하루 만에 반락이다.
지난밤 사이 미 금융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면서 달러인덱스가 4개월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한 단속 의지가 전해지면서 뉴욕 금융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후퇴한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 인사들까지 나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선을 긋는 발언을 더 하자 뉴욕 금융시장뿐 아니라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이 리스크온 분위기로 흘러가며 달러/원 하락을 압박했다.
이들은 24일(현지시간) 연설에서 "몇 개월 안에 인플레이션이 치솟더라도 이는 억눌린 소비 수요가 분출한 데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며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도 이러한 미국발 훈풍을 타고 장중 내내 오름세를 이어갔고, 특히 중국과 대만 주식시장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달러/위안 환율 하락을 부추긴 것도 달러/원 하락을 촉발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3981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0.13% 떨어진 89.73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713억원어치와 1천98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 外人 주식 순매수 전환…"수급보다 심리에 영향"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10거래일 만에 주식 '사자'에 나섰다.
이달 들어서만 10조원 가까이 내다 팔면 연일 주식 '팔자'만 이어오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 순매수에 나서자 달러 약세에도 롱마인드를 유지하던 시장참가자들은 이날 숏플레에 나섰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그간 이들의 주식 순매도로 시장 심리가 얼마나 롱 쪽으로 기울어졌는지를 잘 대변해 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가운데 달러/위안 환율 하락과 미 주가지수선물 상승이 어우러지며 달러/원의 하락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특히 달러/위안 환율은 6.4위안 아래로 내려서며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나 달러/위안 하락세를 고려하면 오늘 달러/원 환율은 1,120원선 하향이탈도 가능했어야 했다"면서 "여전히 테이퍼링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잠재적 달러/원 상승 요인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이라 달러/원의 하락이 달러 약세 분을 충분히 반영하진 못했다"고 진단했다.
■ 26일 전망…인플레이션 우려 완화 지속 여부 주목
오는 26일 달러/원 환율은 자산시장 내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가 지속되고, 외국인 주식 순매수 움직임이 재차 확인될 경우 1,120원선 하향이탈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될 경우 미 주식시장 상승과 함께 달러인덱스의 하락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달러/원의 하락 가능성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10거래일 만에 주식 '사자'로 돌아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 순매도로 바로 돌아선다면 달러 약세나 미 주식시장 반등 재료만으로 달러/원의 하락을 예단하기란 쉽지 않다.
여전히 환시 수급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 관련 잔여 역송금 수요 등으로 수요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고, 역내외 참가자들 역시 여타 가격 변수보다 외국인 수급에 주목하며 포지션 설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연준 인사들이 양적 완화 유지 방침을 밝힘에 따라 달러 약세 흐름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전환만 기조적으로 확인된다면 달러 약세에 그간 괴리를 보여온 달러/원 환율은 여타 통화 대비 더욱 빠른 속도로 낙폭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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