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종가가 2,6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1975년 코스피시장 출범 이후 45년만의 일이다.
과거 장중 최고가는 2018년 1월 29일 기록한 2607.10이다. 다만 당시 종가는 2598.19로 마감해 2,600선 아래로 미끌어진 바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뉴욕 주식시장의 상승 기운을 이어받아 추가 상승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지수 급등의 일등 공신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전날 4.33%(2,800원) 오른 6만 7,500원을 기록하면서 전체 지수를 견인했다. SK하이닉스도 3.31%(3,200원) 급등해 10만원대로 올라갔다.
오랜기간 주식시장 시가총액 1,2위를 구가해온 두 종목이 힘을 내자 역사적 고점이 뚫렸다. 한국 대표주들의 선전이 11월 주가 급등을 이끌어 낸 것이다.
외국인은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9,888억원을 순매수했다. 거의 1조원을 순매수한 것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2,537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지수를 이끌고 삼성바이오로직스(0.63%), LG화학(3.31%), NAVER(0.18%), 셀트리온(1.52%), 현대차(1.13%), 삼성SDI(2.14%), 카카오(0.41%) 등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들이 뒤를 받쳤다.
■ 신고점 돌파는 외국인의 가열찬 매수 덕분
코로나 백신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하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는 가운데 외국인은 가열찬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지수의 신기원을 열 수 있었던 이유는 외국인이다.
이달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5일부터 23일까지 13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했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무려 6조 3,657억원에 달한다.
11월 들어선 16거래일 중 단 하루(4일)만 제외하면 모두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은 11월 이후 6조 4,152억원을 순매수했다.
외인이 한국 대표주 삼성전자 등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면서 주가지수는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 주가도 역사적 최고치로 올라섰다.
외국인은 이날도 매수에 나서면서 추가 상승룸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시키고 있다.
늘 신고가 경신 시 터져 나오는 추가적인 '빅 피겨' 돌파 기대감도 여전하다. 벌써부터 지수 3,000 시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 코스피 지수 고점, 결국 외국인에 달렸다
지수가 전고점을 뚫고 2,600선 위로 올라오면서 투자자들은 추가 상승 여력에 주목하고 있다.
A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지수가 전고점을 뚫고 기세가 살아 있어서 2,800선까지 오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면서 "시장에선 이 정도 수준까지 볼 수 있다는 게 지금의 분위기인 듯하다"고 말했다.
B 증권사 직원은 "추가 상승 여력은 열려 있는데, 얼마나 더 오를지는 미지수"라며 "연내 2,700대까지 오르면서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수 추가 상승 여력은 외국인에게 달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 투자자들이 적지 않게 지수 부담을 느끼던 상황에서 외국인의 거친 매수 공세가 11월 주가 급등세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지분율은 연초 39%에서 35%까지 내려갔으나, 10월부터 다시 높아져 36% 위로 올라왔다. 국내 기업들의 미래 이익 추정치가 높아질 때 외국인들은 비중을 늘리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같은 외국인 투자 성격에 주목하는 사람들 중엔 앞으로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EPS 흐름과 외국인 지분율의 방향성은 유사하다"면서 "실적장세 시기는 대체로 외국인 수급이 장세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익 개선 흐름과 함께 외국인 수급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36%로 추세선(37.4%)을 하회한다. 팬데믹 위기에서 비중을 축소한 것도 있지만 개인의 주식시장 참여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추세선 수준의 지분율 회복을 가정하면 외국인은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25조원 가량 추가 매수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각종 공모 등으로 주식의 총량도 늘어나고 개인들의 참여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따라서 외국인 비중이 과거 만큼 늘어날 수 있을지 봐야 하지만, 추세치선 수준을 감안하면 상당한 추가 매수 여력이 있는 것이다.
글로벌한 머니 무브도 체크해야 할 사항이다. 펀드 플로우를 집계하는 시장조사업체 EPFR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은 11월 들어 연초 대비 플러스로 전환했다.
지난 11월 3일 미국 대선 직전부터 주가는 뛰기 시작했다. 바이든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거론됐고, 누가되더라도 불확실성 해소 차원의 호재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지수가 너무 뛰어 부담이란 목소리도 많지만 외국인, 그리고 이들의 돈을 태우고 한국 주식시장을 방문하는 펀드 플로우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펀드들이 돈을 배분하는 과정에선 기계적인 매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
최유준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 수급 방향을 나타내는 외국인 KOSPI 프로그램 비차익 순매수대금은 11월 누적 3.2조원 수준을 기록했다"면서 "이 자금이 8월 이후 형성된 KOSPI 박스권을 돌파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 낙관과 우려...기술에 따른 구조적 변화를 볼 것인가, 경험과 레벨부담을 중시할 것인가
이번 주식 강세장을 경기·금리와 같은 매크로 변수에 기초해 접근할 것인지, 구조적인 변화에 중점을 둘 것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주식에 대한 낙관적 관점을 지닌 사람들은 구조적 변화에 주목하기도 한다.
경기 회복에 따른 순환적 상승 사이클은 평균 1년 내외이기 때문에 올해 2분기가 경기 저점이었으니 내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판단할 확률이 높지만 이번 주식시장의 핵심을 ‘경기’ 변수에 두지 않으면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조언도 보인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기 변수'가 아닌 '기술 확산'을 가장 중요한 변수로 본다"면서 "Covid19를 제외하더라도 2009년 이후 11년째 강세장을 보이는 미국 주식시장을 경기 변수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지금은 순환적 강세장과 구조적 강세장 가운데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면서 "기술의 확산 단계를 통해 보면 지금은 기술의 초입보다는 대중화에 가까워지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작년만해도 미국의 주도주를 FAANG이라 불렀지만 지금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많은 주도주가 탄생한 것을 감안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런 세계경제의 구도 속에 한국기업들의 포지셔닝은 괜찮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시장에서 반도체와 2차전지, 자동차 기업의 이례적 동반 강세가 나타나는 이유도 구조적 측면 때문으로 봐야 한다. 경기보다는 기술이라는 공통분모 갖고 있다"면서 이런 접근이 주식시장의 강세를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
기술에 대한 낙관에 동의한다면 시장의 레벨업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시장의 과열 등도 경계하면서 조심스러워하는 모습들도 많다.
C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 주식시장은 상당한 과열이라고 본다"면서 "지수가 2,700선까지는 갈 수 있겠지만, 오버하는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A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최근 주가 급등은 외국인 수급이 만든 현상이다. 선물옵션만기 이전에 고점을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외국인도 연말 장세에 쉬어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며, 시장도 벌겋게 달궈진 코스피에서 코스닥과 개별 종목 쪽으로 분위기가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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