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신용사회의 기반은 신용경제의 주체인 신용제공자와 신용소비자 및 신용정보업자가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시장의 자율적이고 경쟁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오랜 기간 축적되는 방식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용사회는 매우 안정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싫어하는 특성을 가진다. 신용 제공은 수년에 걸쳐 일어나는데 신용이 발생한 이후 신용사회의 규율이 급변하게 되면 개별경제 주체에 비합리적인 득실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사회 후생적으로 여러 부작용과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과거에 축적된 데이터, 특히 부정적인 신용사건이나 경험과 관련된 정형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판별하는 분석기법을 적용해 추정한 신용등급을 기초로 신용제공자는 신용소비자에 적합한 기간, 이자, 한도 등을 적용해 왔다. 다르게 표현하면 금융기관의 신용(대출) 제공은 오랜 기간 통계적으로 검증된 규칙(신용등급이나 신용평점 등)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긍정적 데이터를 반영한 새로운 규칙들이 암암리에 실거래(대출거래)에서 활용되고 있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데이터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특히 신용정보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규칙으로 특화하려는 신규 산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한다. 전문개인신용평가업과 개인사업자신용평가업이 그런 산업에 해당하는 것이다.
게다가 데이터거래소와 데이터전문기관을 통해 서로 다른 주체가 가지고 있는 신용 관련 데이터 정보가 합쳐지기도 하고 데이터 결합과 가명처리된 정보로 신용제공자는 신용소비자를 더 정확하게 판별하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정부도 이미 신용정보법을 개정하였고 신용정보업과 신용정보 관련 산업 정비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던 신용사회 규율체계가 급격히 변화하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이 되어 기존 사업체의 대비도 시급할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 선진 금융권을 살펴보면, 미국의 캐비지(Kabbage)사는 사업자에 대한 신용한도 설정에 있어 거래 데이터 및 소셜 미디어 활동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데이터요소를 기반으로 신용한도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노바 크레딧(Nova Credit)사는 미국 내 신용기록이 없는 이민자들에게 본국에서의 신용평가보고서에 근거하여 미국과 동등한 점수로 변환시켜 미국 내 신용을 즉시 얻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언스트(Earnest)사는 개인의 교육 수준, 고용 상태, 재무 프로그램 등을 평가하여 전통적인 신용점수(FICO점수)와는 다른 방식으로 위험을 평가하고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 기반의 어드바이스로보(AdviceRobo)사는 신용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인공지능 플랫폼에 행동 데이터를 적용시켜 신용사회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도 신용평가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에이레(Aire)사는 머신러인 분석방법으로 신용수요자의 성격과 능력이란 정보를 통해 점수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청년이나 자영업자, 신용기록이 거의 없는 자를 대상으로 신용위험을 측정하는 서비스를 수행한다.
우리의 일상은 모든 것들이 일거수일투족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으며 그 데이터의 형태는 정형적인 데이터에서 동영상, 사진, 오디오 데이터로 확대되고 심지어 통화, 문자 및 위치 정보로 축적되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이러한 비정형 데이터는 기술적 어려움으로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없었으나 이제는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분산처리 기술이 접목되면서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에 근거하여 부정적이고 정형화된 신용 경험 데이터에서 탈피하여 긍정적인 경제 활동 데이터뿐만 아니라 개인 소셜미디어 활동 정보도 활용하는 신규 산업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더 많은 회사가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긍정적인 데이터가 더 자유롭게 이용되고 결합될 수 있도록, 더 신속하게 사업이 개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새로운 신용사회가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김근수 신용정보협회장 /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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