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체들이 23조원 규모의 카타르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수주를 위한 예비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에 조선주 주가가 동반 급등했다.
삼성중공업 우선주인 삼성중공우는 가격제한폭(29.91%)까지 오른 7만800원에 마감했다.
대우조선해양(14.41%), 한국조선해양(6.40%), 현대미포조선(3.32%) 등 다른 조선주들도 상승 마감했다.
이번 계약은 QP가 2027년까지 이들 3개 조선사의 LNG선 건조 공간(슬롯)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선박 건조 계약에 앞서 각 조선사의 건조 공간을 확보하는 일종의 사전계약이다. 규모는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 수준으로, LNG선 1척의 선가가 평균 약 23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103척가량이 발주된 것이다.
통상 대규모 사업의 경우 정식 발주 전에 선박 건조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계약을 맺는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LNG 연간 생산량을 기존 7700만톤에서 2027년까지 1억2600만톤으로 늘리기 위해 증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까지 조선업종의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현재 업종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은 0.6배 수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PBR(0.8배) 대비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며 “상반기 전체에 걸쳐 부진한 수주실적이 지속됐고 산업재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나 최근 국제유가 급등 및 카타르 LNG 물량확보 소식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까지 회복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약선가가 1억8600만달러로 2020년 LNG선 신조선가 4월 평균가격이었다는 점에서 선가 상승이라는 업황 회복의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없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계약은 추후에 다른 계약의 추진 속도를 빠르게 전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국내 조선사에 긍정적인 뉴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선 3사 모두 당장의 불황을 버틸 수주 잔고, 수익성 개선 흐름, 재무적 체력, 주요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며 “최근 주가는 LNG선 건조 경험이 많은 대우조선이 우위를 보였으나 차별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신증권은 이날 대우조선해양의 목표주가를 기존 2만3000원에서 3만5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목표주가도 각각 13만3000원, 6200원으로 높여 잡았다.
당장의 주가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협약의 규모와 상징성에 비해 단기 주가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카타르의 대규모 발주 계획이 사전에 언론 등을 통해 알려져 조선업종 주가가 선제적으로 이를 상당 부분 반영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이번 협약은 2027년까지의 장기 계획으로 실제 선박건조계약은 올해 소량을 시작으로 2024년이나 2025년까지 4~5년에 걸쳐 나눠 체결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2021년 이후 연간 수주량은 25~30여척, 조선사별로는 10여척 수준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조선사들의 대형 LNG선 수주량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66척과 49척이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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