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오후 간부 회의를 열어 기업어음(CP)·회사채 동향 등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한 뒤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전개와 국제금융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회사채 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은행으로서는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회사채 시장과 단기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시장 불안이 심화할 경우 비은행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회사채 등을 담보로 직접 대출을 해 신용경색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다만 법에서 정한 한국은행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분기 말 이슈는 해소됐지만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유동성 수요가 지속되면서 채권시장의 불안심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은법 제80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 이상의 찬성으로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업 등 영리기업에 여신을 제공할 수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법도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시 대형 금융기관의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체로 전이될 위험을 막기 위해 베어스턴스 AIG, 시티 등 금융기관에 긴급여신을 제공한 바 있으나 2010년 금융 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 제정 이후에는 특정 금융기관에 대한 여신도 제한하고 있다.
한편 이 총재는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시장의 자체수요와 채권안정펀드 매입 등으로 차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20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전날 1차 조성분 약 3조원이 납입됐으며 이날부터 매입을 시작했다.
한은은 첫 전액공급방식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한은은 이날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91일물 RP 매입 입찰을 실시해 응찰액 5조2500억원을 모두 낙찰했다.
올해 4~12월 중 일반기업 발행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20조6000억원(AA등급 이상 14조4000억원, A등급 이하 6조2000억원), CP 만기도래 규모는 15조4000억원(A1등급 10조7000억원, A2등급 이하 4조7000억원) 등 총 36조원이다. 이 중 2분기에는 회사채 8조9000억원, CP 11조4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한은은 “우량등급 회사채·CP는 시장의 자체수요와 20조원의 채안펀드 조성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차환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우량등급 회사채·CP는 8조4000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과 3조900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기업은행 매입 프로그램이 차환발행을 상당 부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량등급 회사채(AA등급 이상)·CP(A1등급)의 올해 중 만기도래분은 25조1000억원, 비우량등급 회사채·CP의 만기도래분은 11조원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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