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을 트라이하면서 시가총액이 2018년 6월 이후 1년 4개월만에 300조원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2019년 초 3만 6천원대까지 떨어진 뒤 꾸준히 저점을 높여가다가 반도체 회복 기대 등으로 작년 8월~9월 시점부터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후 미중 협상이 진전되고 실적이 기대보다 양호하게 나오면서 주가는 더 뛰었다. 올해 들어 주가는 6만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1일 중국 폐렴 사태에 따른 우려와 함께 삼성전자는 지수보다 더 빠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만 잘 나간 데 따른 '캡의 문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 삼성전자 때문에 생긴 '30% 룰'..빠르게 시장 내 비중 높인 삼성전자
최근 주가지수 오름세엔 삼성전자 등 반도체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급등세는 전체 지수 흐름을 왜곡할 수 있어 제도적인 제약을 만날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이른바 '30% 룰'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종목이다. 코스피200지수에서 삼성전자 시총 비중이 30%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2019년 6월 코스피200, 코스피100, KRX300 등 지수 내 특정종목의 편입비중을 30%로 제한하는 시가총액비중 상한제도(CAP)를 도입했다. 사실상 삼성전자에만 해당하는 제도였다.
6월과 12월에 코스피200 시가총액 캡 정기조정을 실시하지만, 특정 종목의 비중이 갑자기 높아지면 정기조정 이전에라도 변경할 수 있게 했다.
정기 조정의 경우 5월과 11월 마감 기준으로 직전 3개월간 평균 비중이 30%를 초과할 경우 6월과 12월 만기일에 30%로 캡을 적용하게 된다. 하지만 연초 삼성전자 비중이 계속 높아지면서 '수시적용' 가능성에 대한 긴장감도 올라갔다. 캡은 스팟이 아
니라 3개월 평균에 대해 적용한다.
코스피시장 전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늘어왔다. 삼성전자의 호조와 다른 종목들의 부진이 맞물린 탓이다.
코스피시장 내 삼성전자 비중은 2011년 중엔 10%선을 기록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25%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다른 종목간의 격차가 그 만큼 커진 것이다.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5%p를 더하면 된다.
■ 삼성전자 캡 적용과 패시브 펀드 매도에 따른 수급 문제
인덱스 펀드나 시스템 펀드 매니저들은 캡 적용과 이에 따른 리밸런싱으로 인한 매도 물량을 고려하고 있다.
A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우한 폐렴의 확산 가능성이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 주가지수가 하락했고 삼성전자는 지수보다 더 빠졌다"면서 "아울러 삼성전자 KOSPI200 비중 이슈도 주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컨대 만약 당장 다음달에 30% 캡을 씌울 수 있다면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적지 않으니 수급상으로는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코스피200지수 내 비중이 33%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인 상황에서 이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덱스펀드, ETF 등이 펀드 내 개별종목을 최대 30%까지 편입할 수 있는 상황에서 '수시적용'이 수급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B 운용사 매니저는 "최근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바로 캡을 씌운다면 상당부분 물량을 줄여야 할 수 있다. 예컨대 최대 3.5%p를 적용해 KOSPI200 ETF만 가정하면 4,800억원 정도 매도 수요가 발생한다"면서 "다만 하루 거래량이 7천억원 정도 수준을 감안하면 그렇게 큰 규모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거래소가 언제 적용에 나설 지 알 수 없지만 당장 2월 13일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이 이슈는 계속해서 주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비중이 늘어났다고 기계적으로 당장 적용하기는 곤란하는 진단도 나온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비중이 30%를 상회하면서 선물 등을 편입해 운용하는 비용이 발생하는데, 삼성전자 주가 강세 지속으로 6월전 수시적용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영향이 크지 않도록 조정하려는 노력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 캡 적용은 코스피200 정기변경보다 영향이 클 수 있는 이슈"라며 "여러 지수사용자 이해가 얽혀 있어서 단시일내, 예컨대 2월에 시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외 코스피200 추적자금이 50~60조원 수준이지만 30% 이상 보유분을 선물 등으로 대체하고 있는 펀드, ETF 등은 캡이 적용돼도 직접 전자 주식을 팔아야 하는 필요성은 적다"면서 "20~30조원 내외 코스피200 추적자금이 삼성전자 비중 1.5%p 정도를 줄일 경우 이론적으로 3~4천억원 가량 매매 수요가 가능하나 실제로는 이보다 적거나 영향이 분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코스피200 캡 수시조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 삼성전자 캡 적용시..ETF 외 다른 펀드에도 영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투자종목에 캡을 씌우는 문제는 주가지수의 안정성과 투자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조처다.
하지만 다른 종목들이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을 따라잡기 보다 오히려 격차를 벌이는 상황에선 앞으로도 계속해서 CAP 문제를 대두시킬 수 있다.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같은 인덱스 펀드에선 그 비중을 맞추느라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는 데다 삼성전자 비중이 크다 보니 다른 펀드들의 운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보인다.
현재 공모 펀드의 경우 매달 거래소에서 발표하는 전월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이 맥스로 편입할 수 있는 비중이며, 일반 아웃소싱 자금은 보통 전월 시총 비중의 120~150%를 한도로 설정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아무튼 삼성전자에 캡이 씌우지면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30%가 되고, 비중이 30%가 넘더라도 실링이 30%가 되는 식이어서 이를 고려해서 대응해야 한다.
C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코스피200이 비엠인 펀드나 인덱스 펀드들은 자연히 비중 이하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일단 수급상 단기 부담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21일은 연휴를 앞두고 해외 악재가 터져 지수가 밀렸지만, 삼성전자 30% 캡을 씌우는 이슈도 있어서 삼성전자를 밀면서 팔다보니 장이 좀 더 밀린 측면이 있었다"고 풀이했다.
■ 삼성전자의 비중 급증은 다른 산업 부진 탓..우울한 한국의 산업현실 거론하기도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캡에 관한 문제는 결국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외에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종목이 없다는 사실을 노출한 '우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란 진단들도 보였다.
다른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 즉 반도체 외에 좋아보이는 주식이 없다는 게 한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문제"라며 "결국 우리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만 계속 가면 다른 종목은 못 오르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의 투자 비중이 이 쪽으로 계속 쏠리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바스켓 투자를 하는 외국인과 기관 입장에서도 삼성전자만 극단적으로 비중이 늘어가면 다른 종목을 결국 팔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인덱스 펀드들의 캡 문제가 있지만, 한국의 다른 산업들이 모멘텀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결국 삼성전자의 상대적 덩치는 계속 커질 수 밖에 없고 지수비중이라는 제도적 문제는 계속해서 일시적 수급변동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매니저는 "삼성전자 비중 축소 관련해 ETF만 감안할 경우, 예컨대 3~3.5%p 축소 수준이면 일거래대금의 1배 수준이 된다. 2%p 이내라면 0.5배 이하 수준"이라며 "연기금 등 시장의 전체 KOSPI200 추종자금까지 고려하고 3~3.5%p 축소일 경우엔 상당히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단기적인 수급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삼성전자 캡에 따른 인덱스 펀드의 비중 축소는 소화 가능한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아무튼 거래소가 언제 삼성전자에 대해 캡을 씌울지 관심이이지만,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주가의 하락으로 비중이 낮아질 경우 6월 만기 때에 씌워질 수도 있다. 시점 역시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한편 최근 삼성전자 주가 급등과 함께 시장에선 이 덩치 큰 '한국 대표주'를 보는 시각이 갈라져 있다.
여전히 유망하게 보는 투자자들도 있으나 삼성전자가 연초 전고점을 돌파한 데다 이익증가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고 보는 쪽에선 차익실현으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제도적 측면과 함께 이런 부분까지 감안해서 대응을 준비하기도 한다.
C 매니저는 "코스피200 트래킹 자금 30조원을 감안할 경우 대략 1조원 수준의 삼성전자 매도 수요와 함께 다른 대형종목으로의 매수 이전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 SK하이닉스, 네이버, KB금융 등은 이 문제와 관련해 일시 수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실 삼성전자를 보는 시각차가 적지 않다. 여전히 아주 좋게 보는 사람들도 많은 반면 주가 상승이 너무 가팔라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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