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생명은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보유한 최고의 알짜 우량매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에서 505.13%의 독보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당초 푸르덴셜생명은 국내 시장에 진출했을 때부터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 상품에 집중해왔기에 IFRS17 도입에 대한 부담도 적었고, 보수적인 투자운용을 가져가며 자산운용수익률 3.8%대를 유지하는 등 안정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매각 예비입찰은 내년 2월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등 복수의 금융지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미국 본사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푸르덴셜생명의 매각 적정가를 약 2~3조원 대로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건전성 측면에서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던 푸르덴셜생명이 갑작스레 시장에 나온 것을 두고 보험업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1991년 국내시장에 진출한 이후 29년간 안정적인 이익을 내며 ‘작지만 강한‘ 생보사로 자리매김해온 회사다.
그러나 푸르덴셜생명을 비롯한 외국계 보험사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들은 “그만큼 국내 보험시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반증”이라며 “푸르덴셜생명의 가치 역시 지금이 ‘고점’에 다다른 것”이라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 시장은 저금리·저출산·저성장의 ‘3저시대’를 맞이하며 역대급 순익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역시 지난 2017년 1760억 원의 실적을 거둔 데에 비해 지난해 1644억 원, 올해 3분기까지 1465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등 조금씩이지만 실적 하락세를 띠고 있다.
그마저도 영업환경은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 매도가능채권을 팔아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다는 비관적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푸르덴셜생명의 유가증권처분익을 살펴보면 2016년 176억 원, 2017년 279억 원, 2018년 669억 원, 올해 3분기 645억 원으로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보험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그만큼 국내 보험시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증거로도 풀이된다.
특히 미국 푸르덴셜은 오는 2022년 국내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면 추가적인 자본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내 푸르덴셜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국내만이 아니라 미국 역시 오는 2024년까지 회계기준 변화를 가져가게 되면서, 미국 보험사들의 해외 계열사 정리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생명보험 시장에서 급증하기 시작한 저해지·무해지환급형 상품을 취급하지 못한다는 한계점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90년대 중후반부터 이미 저해지환급형 상품을 판매해왔다. 저해지환급형 상품은 조기해지하는 가입자의 환급금을 장기유지하는 고객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띈다.
그러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저해지환급형 상품의 해지율이 예상보다 낮으면 모든 소비자에게 높은 환급금을 돌려줘야 하므로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미국에서는 저해지환급형 상품의 유지율이 높게 나타났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보험사들이 파산하는 등 보험사들의 ‘악몽’이 실현되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미국 푸르덴셜은 국내 푸르덴셜생명의 영업전략으로 안정성과 건전성을 위시한 종신보험 위주의 상품 영업을 택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이 저해지환급형 상품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지난해에는 보험업계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까지도 관련 상품 판매에 나서며 시장이 변하기 시작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와 더불어, 포화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고육지책이 더해진 결과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푸르덴셜생명은 저해지 상품 판매에 동참하는 대신, 기존 종신보험에서 연금보험 위주로 상품 포토폴리오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자 연금보험이 점점 힘을 잃기 시작했고, 시장에서 푸르덴셜생명 상품이 갖는 경쟁력 역시 예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푸르덴셜생명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모두 ‘저금리’에서 유발됐다는 것이 보험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누구 품에 안길까? KB-우리금융지주 유력 거론
푸르덴셜생명은 시장에 등장한 직후 기존 생보 매물이었던 동양·ABL·KDB생명을 제치고 독보적인 M&A 매물로 떠올랐다.
사모펀드를 비롯한 군소 인수자들도 등장했지만, 현재는 포토폴리오 강화를 위해 보험사 인수를 심도 깊게 고민하고 있던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핵심 잠정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먼저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생명보험 계열사가 없다. 당초에는 “증권사 M&A를 우선할 것”이라며 보험사 인수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푸르덴셜생명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판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푸르덴셜생명 인수전 참여 관련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라며 “보험사 매물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푸르덴셜생명에 한정 짓지는 않았지만, 현재 생보사 매물 가운데 푸르덴셜생명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금융 역시 푸르덴셜 인수전에서 발을 빼지 않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부터 강한 M&A 의지를 드러냈다. M&A가 ‘리딩금융그룹’을 굳힐 수 있는 확실한 카드라는 인식에서다.
KB금융지주의 생보 계열사인 KB생명보험은 어려운 업황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방하고는 있으나, 파이 자체가 작아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는 못하다.
KB금융지주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컨퍼런스 콜 등에서 수차례 생보사 강화 의지를 드러냈던 바 있다.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KB금융은 M&A를 통한 자기자본순이익률(ROE) 개선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