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업계는 저성장 기조 고착화에 따른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과 조달비용 증가로 자동차금융 경쟁력 약화 등이 예고되고 있었다.
이구찬 대표는 김광수 회장의 뜻을 받들어 올 한 해 내실경영 및 디지털 체질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는 그간 가파른 성장세로 인해 챙기지 못했던 건전성과 디지털 전환 등 내부 조직 안정이라는 ‘숨고르기’ 과정을 거쳐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비록 올해 3분기 농협캐피탈은 누적 순이익 402억원으로 전년대비 3.4% 줄어든 성적표를 받았지만, 상반기 부실채권비율이 2018년 2.09%에서 2019년 2.02%으로 줄어든 것은 물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018년 1.81%에서 2019년 1.68%으로 줄어드는 등 건전성 지표의 개선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 RPA 비롯 디지털 전산망 강화 노력…금융보안원 ISMS 확보
NH농협캐피탈은 올해 디지털 전환 과제로 크게 세 가지를 정해 실현 중에 있다. 먼저 경영 데이터 시각화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첫 번째다. 여기에 업무 생산성 향상과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수작업 개선을 더했다.
변화가 빠른 시장 현황과 상품 포트폴리오별 영업 실적 변화 등의 내용을 시각화한 데이터를 한 눈에 보고 논의하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기존에는 숫자 도표 형태의 보고서를 통해 의사결정을 진행했다면, 새롭게 구축된 경영정보 시각화 시스템은 경영 의사 결정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기술을 통한 수작업 개선이었다. 도입되는 RPA는 NH농협캐피탈 업무에 맞춰 자체 개발한 것으로 반복적인 작업의 자동화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예컨대 렌트카 취득세 납부, 채권관리업무 등에 사용할 수 있어 품이 많이 들었던 수작업들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추진했던 인공지능 기반 신용분석을 오토 상품으로 확대 적용하고, 리스크 관리를 위한 빅데이터 과제들을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 규제가 완화된 클라우드 활용 분야에서도 챗봇 서비스 확대를 통해 임직원의 업무생산성을 높이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구찬 NH농협캐피탈 대표이사는 “NH농협캐피탈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비즈니스와 신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캐피탈 업권에 가장 알맞은 디지털 전환 우수 사례 등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디지털 혁신을 위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농협캐피탈은 지난달 금융보안원으로부터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Inform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ISMS)’을 받았다. 대외 신뢰도를 높이고 정보 보호 수준을 한 단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NH농협캐피탈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15일 금융보안원 ISMS인증을 얻었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부터 내부 전산망의 취약점을 점검하고 보안 예방 활동을 펼쳤다는 전언이다.
ISMS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관리 체계 수립과 운영과 관련된 항목을 충족하고, 정보보호 관련된 보안요구사항 등 총 80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한 보안 관리가 되고 있다는 국가 표준 보안 인증이기 때문에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더라도 최근 ISMS인증을 취득하는 금융회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캐피탈 업계에서는 하나캐피탈, 롯데캐피탈 등 업계 상위 회사들이 이 인증을 얻었다.
이번 인증 획득은 NH농협캐피탈이 그간 진행해온 디지털 강화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금융을 위해 지난해 ‘디지털혁신실’을 신설하고 클라우드, 인공지능/머신러닝, RPA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을 실무에 적용하는 중이다.
성과도 적지 않았다. 인공지능 기반 신용분석 체계가 갖춰졌고, 최근에는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 챗봇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이 원하는 렌터카 견적을 조회하고 상담을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는 범농협 임직원을 대상으로 렌터카 견적 서비스를 시범 적용하는 중으로, 이 기간 동안 서비스 안정화 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NH농협캐피탈 관계자는 “앞으로도 비용 효율적인 작은 실험을 반복하며, 캐피탈에 최적화된 디지털 전환 전략을 적용해 성공적인 디지털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빠른 성장으로 누적된 잠재 리스크 관리…지주 연계도 동참
아울러 농협캐피탈은 저금리 기조로 인해 급변하는 캐피탈 업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내부 리스크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캐피탈업계는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금리로 인해 조달비용 부담이 완화되고 있음에도 불구, 타 업권에 비해 빡빡한 규제로 인해 장기 성장 동력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구찬 사장이 키를 잡은 농협캐피탈의 경영 방침은 그간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대신, 조직 안정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농협캐피탈은 불과 3~4년 전만해도 업계 20위권의 중견 캐피탈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농협금융지주의 강력한 지원 아래 자산 4조5500억원 및 당기순이익 470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을 달성하고, 회사채 신용등급이 6년만에 A+에서 AA-로 상향되는 등 눈에 띄는 성장을 기록했다.
이를 위해 올해 농협캐피탈은 그간 빠른 성장으로 인해 누적된 잠재 리스크를 점검해 캐피탈사 선두권 경쟁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돌입하고 지난 몇 년간 계속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바 있다.
그런가하면 이구찬 대표는 농협은행 등 지주 계열사와의 연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 대표는 ‘NH-Amundi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에 동참했다.
이구찬 대표는 “기술금융지원 등을 통해 대한민국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NH농협캐피탈의 일원으로 국내기업을 응원하기 위해 이 펀드에 가입하게 됐다”며 “이 펀드를 통하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기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투자가 더욱 활성화 되어 기술독립을 앞당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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