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전반에서 CEO 견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하나금융의 이번 이사회 개편은 오히려 경영진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통제 강화 위해 정관 변경
하나금융은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3가지 정관을 변경한다. 이번 정관 변경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는 점이다. 기존 이사회 권한 조항(제33조의3)에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정책의 수립 및 감독’이라는 항목이 추가되면서, 이사회가 내부 리스크 관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관장할 수 있도록 수정한다. 이는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요구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기존 경영진과의 유착을 유지하면서 견제 기능을 형식적으로만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하나금융 측은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여 내부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사외이사 소폭 교체…독립성 우려
다만 사외이사의 실질적인 견제력이 충분히 확보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인 감시 기능이 작동하려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최근 금융권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영진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한 구조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재선임 후보 중 박동문 사외이사는 이미 하나금융과의 인연이 있던 인물로 연임 반대가 제기됐던 인물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지난해 주총의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박동문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CGCG는 박동문 사외이사가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로 재직한 점을 문제 삼았다. CGCG는 “코오롱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전략적 제휴 관계”라며 “제휴관계에 따라 코오롱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서로 상대방 전직 임원들을 사외이사 또는 감사로 교차 선임하는 관행을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랜 전략적 제휴 관계, 교차선임 관행 등으로 인해 사외이사로서 독립성 부족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박동문 사외이사는 2021년 최초 선임 후 올해로 3번째 재선임 명단에 올랐다. 이처럼 외부에서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은 새 인물을 영입하기보다 박 사외이사 재선임을 고집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이번 주총 이후 하나금융 이사회는 사실상 함영주 회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사외이사 교체가 최소화되면서 견제 기능이 강화될 가능성은 낮아졌고, 사내이사 3인방의 연임으로 인해 내부 의사결정 구조도 변화를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사내이사 전원 연임, ISS는 반대
이번 주총 안건에 따르면 함영주 회장, 이승열닫기
특히 함 회장은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및 채용 비리 등으로 금융권에서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 재선임을 통해 하나금융 이사회는 함 회장 체제를 더욱 굳건히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셈이다.
이에 글로벌 1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함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의견을 밝혔다. ISS는 최근 발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함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의견을 담았다. 함 회장뿐만 아니라 이승열, 강성묵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도 반대했다.
ISS는 “엄격한 규제가 동반되는 은행업은 지배구조 확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히며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감독 부실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영진 입김 강화에 지배구조 우려↑
최근 금융당국과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금융지주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 교체를 통한 내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사회를 재편하는 추세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이번 주총을 통해 경영진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어, 금융권 전체 지배구조 개선 흐름과는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향후 금융당국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추가적인 견제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전반에서 CEO 견제를 위한 이사회 독립성 강화가 주요 화두다"며 "하나금융의 이번 주총 안건은 이러한 흐름과 다르다. 사외이사 교체를 최소화하고 사내이사를 전원 연임시키는 방식은 사실상 경영진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조치다”고 강조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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