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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칼럼] 채권시장, 골이 깊었던 만큼 산도 높을까?

기사입력 : 2023-01-1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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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이미지 확대보기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2022년 국내 채권시장은 IMF 이후 최악의 한 해를 경험했다. IMF 당시에는 국내 채권시장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던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사상 최악의 해를 기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2023년 채권시장 또한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예고와 경기침체 우려,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 가능성 등으로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금년 또한 녹록치 않은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마냥 채권시장을 암울하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난 한 해 골이 깊었던 만큼 호흡을 가다듬으며 서서히 정상까지 오를 준비를 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지난 한 해 대내외 금리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주요국의 공격적 통화긴축으로 급등세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후 위기 극복을 위한 유동성 공급 확대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압력이 코로나발 글로벌 공급망 악화, 미중 패권 경쟁, 러-우 전쟁발 원자재가격 급등 등과 맞물려 심화됨에 따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긴축정책이 단행되며 연중 글로벌 금리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특히, 연초 물가 급등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과하던 연준이 뒤늦게 정책 오판을 자인하며 긴급 대응에 나서며 연중 4.25%p의 금리 인상과 함께 양적긴축(QT: Quantitative Tightening)을 시작했으며 금년에도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미국 보다 높은 물가 상승세를 경험하고 있는 유럽도 ECB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11년 만에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하는 등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5%대 이상의 고물가 장기화와 주요국 통화긴축 가속화에 따른 환율 부담 등으로 사상 최초 빅스텝(50bp) 인상을 단행하는 등 매파적 정책 기조를 강화하면서 한은이 시장금리 상승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연출됐다.

글로벌 통화정책은 2023년에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긴축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년 세계경제는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물가 상승압력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비스 가격의 하방경직성 등을 고려할 때 둔화 속도는 연말 3%대 물가를 기대하는 시장 전망과는 달리 다소 더디게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연준의 통화정책은 작년 12월 연준위원들의 기준금리 점도표를 감안할 때(최종금리 5.0~5.25%) 금년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이 일단락되겠으나, 물가가 연준 목표 수준인 2.0%를 장기간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 적어도 금년 연말까지 동결 기조를 지속할 전망이다. ECB 또한 10%대에 달하는 고물가에 대응해 양적긴축(QT) 시행을 비롯한 긴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며, 일본은행도 최근 수익률곡선통제(YCC : Yield Curve Control)정책을 조정하는 등 금리 상승을 일부 용인함에 따라 통화완화 기조 종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 국내 통화정책은 금년 1분기 까지 인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나 향후 정책기조는 점차 물가에서 경기/금융안정으로 초점을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지속 의지와 더불어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물가상승세가 금년에도 이어질 전망임에 따라, 한국은행 또한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국내의 경우 주요 선진국과 달리 가계를 비롯한 민간부문의 부채가 과도하고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특성으로 인해 금리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증하며 경제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긴축에 따른 부담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미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는 바와 같이 과잉긴축이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시장의 급격한 가격 조정을 초래하고 자금조달 여건을 악화시킬 경우 한계기업 및 차주 부실화를 초래하며 금융 리스크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 또한 통화정책 운신 폭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23년 1분기까지 1~2차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진행한 후 경기 및 금융안정 상황을 주시하면서 연중 동결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시장금리는 대내외 정책금리의 추가 인상 기조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 일단락, 경기 둔화, 수급 개선 등 하방압력으로 연중 상고하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정부는 작년 4분기 중 급등했던 시장금리의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금년 국채발행 한도를 작년 대비 약 10조원을 축소(177.3조원 → 167.8조원)하고, 순발행 규모도 작년 대비 43.3조원 감축한 61.5조원을 목표로 설정해 시장의 수급 부담을 최소화할 것임을 표방했다. 이에 국내 시장금리는 연준 및 한은의 1분기 추가 기준금리 인상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일단락된 이후에는 경기둔화 우려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며 하방 압력이 대두되는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중 시중금리는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경기둔화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장기금리 하락폭 확대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고착화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불안이 극대화됐던 회사채 시장과 단기자금시장은 정부의 적극적 시장안정 대책과 금리인상 리스크 완화로 우량 크레딧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1분기 기준금리 인상 종료시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며 채권 관련 자금의 유입 규모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국채시장 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어 있는 상황에서 신용스프레드 확대로 회사채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점은 기관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수요를 확대시키며 회사채 금리 하락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4분기 극도로 위축됐던 크레딧 시장의 경우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이나 우량/비우량 등급 간 양극화와 더불어 신용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일부 산업을 중심으로는 차별화 현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 둔화에 따른 비우량 기업의 실적 악화와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PF 부실 위험으로 A등급 이하 건설사 등 저신용 채권의 수요 둔화가 이어지면서 신용스프레드 축소는 AA등급 위주로 강세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택시장 침체와 맞물린 PF부실 위험은 회사채 시장내 관련 산업의 신용도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시장 양극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금리 급등과 맞물린 부동산 시장 침체는 각종 부동산 PF사업의 수익성 전망을 악화시키고 개별 사업장에 대한 지급보증 및 준공확약 등을 명시한 증권회사, 건설사 등의 유동성 리스크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원자재가격 상승 및 미분양 증가 등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는 건설 및 부동산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악화시켜 관련 익스포져가 큰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크게 저하시키며 이들 기업의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화증권에 대한 신용경계감이 높아지며 금리가 급등하고 단기 PF 유동화증권의 신규 발행이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향후 회사채 시장 전반의 유동성 환경이 개선된다고 해도 부동산 시장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없이는 PF 시장의 안정과 이들 사업에 연관된 증권사 및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 개선이 단기간내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회사채 시장 전반에 온기가 확산된다 하더라도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채권에 대해서는 산업 고유 리스크가 부각되며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주택시장 관련 규제를 단기간내 대폭 완화하며 주택시장 침체의 골을 낮추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금리 급등에 따른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징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데다 주택가격 고평가에 대한 부담, 대내외 경기침체 우려 확산 등을 감안할 때 주택시장 환경이 단기간내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부동산 시장 리스크가 채권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단기금융시장 안정화 대책과 같은 정책적 노력 지속과 더불어 유동화 전문기구 등을 활용해 시장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부실 브릿지론 사업장을 전문으로 인수하는 REITs를 출범시켜 개발자금 시장의 선순환 구조 재건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REITs의 경우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 인수에서 추후 개발까지 가능한 기구(vehicle)인 점을 감안할 때 일반적인 배드뱅크 보다 PF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크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분양이 완료된 주택의 공사비 채권, 기성 공사비 미회수 채권 등을 전문적으로 유동화하는 전문 펀드를 조성하여 건설사의 긴급자금 공급처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조성한 것과 같은 하우스푸어 펀드 등을 조성해 입주 예정자가 주택을 한시적으로 매각해 잔금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해 시장의 막힌 숨통을 틔워 주는 방안도 회사채 시장의 불안을 사전에 관리하는 수단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서울국제금융오피스 금융 전문가 칼럼]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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