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2

대한민국 최고 금융경제지

닫기

2022.09.29(목)

DC·IRP 적립금 자동 운용…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어떻게 활용하나 [Cover Story]

기사입력 : 2022-07-13 10:37

(최종수정 2022-08-03 10:34)

center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약 3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DC‧IRP) 시장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12일 도입됐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따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지정해놓은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에 따라 투자를 집행한다.

가입자는 디폴트옵션으로 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뿐 아니라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 원리금보장상품과 펀드상품을 혼합한 포트폴리오 상품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제시하는 실제 디폴트옵션 상품은 오는 10월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수익률은 '쥐꼬리'
국내 퇴직연금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의 ‘2021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295조6000억원으로 300조원에 육박했다. 1년 전(255조5000억원)보다 15.7% 늘어난 수치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 2018년 이후 꾸준히 15~16%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퇴직연금으로 노후 준비에 나서는 이들이 많은 데다 금융사들도 치열하게 유치 경쟁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퇴직연금 가입자의 관심과 시간 부족 등으로 당초 제도 취지와 달리 적극적인 운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DC형의 경우 근로자가 투자 상품과 비율을 직접 결정해야 하는데 별다른 운용 지시 없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방치해 놓는 경우가 많다.

국내 퇴직연금은 대개 예금·적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운용되고, 위험자산 편입 비중도 70%에 그쳐 수익률은 1~2%대를 넘지 못하곤 했다.

앞으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계좌를 운용할 수 있게 되면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100%까지 늘어나게 되면서 원리금 보장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펀드 상품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퇴직연금 운용 경험이 풍부한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연평균 6~8%의 안정적인 수익률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은 ‘401K’ 제도를 1981년부터 운용 중이며 최근 10년간 연평균 8.6%대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401K 퇴직연금 계좌에 금융자산 1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근로자는 41만2000여명에 달한다.

호주는 1992년 '마이슈퍼'(MySuper), 영국은 2012년 ‘네스트(NEST)’를 각각 시작했다.

DC·DB·IRP…퇴직연금 유형 차이점은
퇴직연금 제도는 개인이 직접 운용해 원리금을 받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회사가 운용해 퇴직 시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확정급여형'(DB)으로 나뉜다.

유형별 적립금 비중을 보면 DB형이 171조5000억원(58%)으로 가장 많고 DC형과 IRP는 각각 77조6000억원(IRP특례 포함, 26.2%), 46조5000억원(15.7%)이 적립됐다.

상품 유형별로는 원리금보장형이 225조4000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86.4%를 차지했고, 실적배당형은 40조2000억원으로 13.6%에 그쳤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 후에 지급받을 급여가 미리 결정되는 방식을 말한다. 회사는 연금 운용 사업자를 선정하는 대신 지급액을 근로자에 보장한다.

회사가 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금을 굴리는 형태의 퇴직연금이다. 보통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급여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기준으로 퇴직급여가 지급된다.

DC형은 사전에 회사가 납입할 부담금을 확정해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매년 근로자 연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부하고 근로자가 적립금 운용 방법을 결정한다.

근로자는 자기 자금을 추가해 운용할 수 있고 연금 운용 사업자를 직접 선택하는 대신 운용 결과 책임도 본인이 지게 된다.

투자 성향에 따라 원금보장 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수 있다. 퇴직할 때 회사 부담금과 운용수익을 더해 퇴직급여로 받는다.

쉽게 말해 DB형은 회사가, DC형은 근로자 개개인이 퇴직연금 적립금을 굴리는 방식이다.

IRP는 회사가 연금 지급액을 부담하는 DB형, DC형과는 달리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돈을 넣어 운용하는 상품이다. 퇴직금과는 별도로 근로자가 이직·퇴직 시 받은 퇴직급여를 적립하거나 본인 부담으로 돈을 추가 납입해 55세 이후 일시금이나 연금으로 찾을 수 있다.

IRP는 대표적인 절세 금융상품이다. 소득이 있는 누구나 가입 가능하고 연 1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예금·펀드·채권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을 가입자가 직접 선택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특히 연금저축과 합산해 최대 700만원(50세 이상은 900만원)까지 개인의 소득수준에 따라 13.2~16.5% 세율로 세액공제가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IRP 계좌에 700만원을 넣었다고 가정할 경우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최대 115만5000원(세액공제율 16.5%), 5500만원 초과 근로자는 최대 92만4000원(13.2%)을 연말정산 때 환급받을 수 있다.

투자 소득에 대해서도 배당소득세(15.4%)를 면제받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 시 연금소득세(3.3∼5.5%)로 과세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만기 자금을 IRP 계좌로 옮기면 추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IRP는 최근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가파른 적립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노후 설계가 가능해 퇴직을 앞둔 중·장년층뿐 아니라 MZ세대의 가입이 이어지고 있다.

디폴트옵션 시행…뭐가 달라지나
지난 12일부터 DC형과 IRP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서 은행, 증권, 보험 등 퇴직연금 사업자는 근로자의 운용 지시가 없으면 사전에 정한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디폴트옵션의 경우 처음 한 번은 가입자가 상품을 지정해야 한다.

우선 퇴직연금 사업자가 사용자와 가입자에게 제시할 디폴트옵션을 마련하면 고용노동부 소속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노동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디폴트옵션 상품 유형은 예금, 이율보증보험계약(GIC) 등 원리금보장상품,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펀드(BF), 스테이블밸류펀드(SVF), 사회간접자본펀드(SOC), 원리금보장상품과 펀드상품을 혼합한 포트폴리오 상품 등이 있다.

고용부는 퇴직연금 사업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오는 10월 중에는 첫 번째 심의위를 거쳐 승인된 상품을 공시할 예정이다.

예금·이율보증보험계약(GIC)등 원리금보장상품은 금리·만기의 적절성, 예금자 보호 한도, 상시 가입 가능 여부 위주로, 펀드·포트폴리오 유형은 자산 배분의 적절성, 손실 가능성, 수수료 등을 위주로 심의받는다.

여러 상품 중 가장 주목받는 상품은 타깃데이트펀드(TDF)다. TDF는 대표적인 자산 배분 상품이다. 목표 은퇴 시점에 맞춰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준다.

예컨대 가입자가 젊은 시절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적극적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도록 돕고, 반대로 나이가 들어 은퇴 시점에 가까워지면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채권 비중을 늘려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식이다.

수익률과 함께 안정성도 높일 수 있어 퇴직연금 투자 대상 1순위로 꼽힌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노동부로부터 승인받은 디폴트옵션에 대한 주요 정보를 사용자에게 미리 제시해야 한다.

사용자는 제시받은 디폴트옵션 중 사업장에 설정할 방법을 선택해 제도에 관한 사항과 함께 퇴직연금 규약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때 근로자대표 동의 절차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근로자는 규약에 반영된 상품에 대한 주요 정보를 사업자로부터 제공받으면, 이 가운데 본인의 하나의 상품을 본인의 디폴트옵션으로 선정하게 된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신규로 가입했거나 ▲기존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지만 운용 지시를 하지 않거나 ▲디폴트옵션으로 본인의 적립금을 바로 운용(OPT-IN)하기를 원할 경우 적용된다.

우선 기존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는데 근로자가 4주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퇴직연금 사업자로부터 '2주 이내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해당 적립금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된다'는 통지를 받게 된다.

통지 후에도 2주 이내에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적립금은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된다.

신규 가입한 경우에도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4주 대기 없이 바로 통지를 받고, 통지 후 2주 안에 운용 지시가 없으면 디폴트옵션이 발동된다.

또 디폴트옵션으로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지 않은 근로자도 언제든지 디폴트옵션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것을 선택(OPT-IN)할 수 있다. 반대로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될 때도 다른 방법으로 바꿀 수(OPT-OUT) 있다.

만약 사업자가 승인받은 디폴트옵션을 바꾸려면 노동부로부터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은 경우 근로자에게 변경 내용을 통지해야 한다.

변경된 내용으로 적립금이 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가입자는 다른 상품으로 운용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

DC형과 IRP의 디폴트옵션 관련 사항은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IRP는 사용자 관련 절차가 없기 때문에 사업자가 승인받은 상품을 가입자에게 바로 제공하고 가입자는 그중 본인의 디폴트옵션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가입자의 선택권 보장과 사업자 간 경쟁 제고를 위해 디폴트옵션의 운용 현황과 수익률 등을 분기별로 공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3년에 1회 이상 정기 평가해 승인 지속 여부를 심의할 방침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한아란 기자기사 더보기

[관련기사]

금융 BEST CLICK

오늘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