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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패한 교육이 만든 MZ세대 ‘영끌’

기사입력 : 2022-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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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서른이 됐다. 통장에 잔고가 늘었다. 1년 남짓 일하면서 모은 돈은 1000만원이다.

영혼을 끌어모아 노동한 값이다. 어디 투자하기엔 여력이 없다. 전세 보증금을 마련해야 한다. 20대 이하 가구 평균 자산이 9781만원(2017년)에서 1억2140만원(2021년)으로 2359만원(24.1%) 증가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3’으로 바뀐 나이가 미워진다.

내 또래들은 영혼을 더 끌어모았다. 지난해 ‘영끌(영혼을 끌어모은다)’과 ‘빚투(빚내서 투자)’는 시대의 화두였다. 비트코인이 등락을 반복할 때도, 부동산 집값이 폭등할 때도, 주식시장이 활황을 펼칠 때도 청년 세대의 ‘영끌’과 ‘빚투’는 쉴새 없이 등장했다.

곳곳에서 청년을 분석한다. 청년을 ‘MZ세대(20~30대)’로 묶는다. 특성이 나열된다. 재테크에 적극적이고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것에는 과감히 소비한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정치적으로는 ‘공정’에 민감하며 사회적으로는 개인주의가 심각하다고 분석된다.

난 MZ세대가 아닌 걸까. 이런 뉴스를 보면 소외감을 느낀다.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도 마찬가지다.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도 있지 않나. 한 친구가 투자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가 오늘 번 돈은 치킨값이다.

실제로 MZ세대는 지난 한해 동안 투자 주체로 이름을 떨쳤다.

부동산 시장도 MZ세대가 이끌었다고 한다. 굳이 각종 통계를 여기서 들먹일 필요가 없다. 동네 카페를 가든 술집을 가든 온통 주식과 코인, 부동산 얘기다. 강남 카페에서는 “2000만원 정도론 투자 못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단한 세대다. 지금으로부터 10~20년 전인 학창 시절 MZ세대의 중간에 위치한 내 나이 또래들은 학교에서 주식을 배운 적 없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무엇인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어떤 것인지 학교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때는 함수가 더 중요했다. 모두 유튜브를 통해 공부한다. 누구는 밤잠을 아껴서 영상을 보고, 여유가 더 되는 이들은 일하는 시간도 줄이면서 투자 관련 책을 읽는다. 노동 소득으론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불안한 세대다. 투자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면 ‘벼락 거지’가 된다는 생각이 세대를 뒤덮는다. ‘인생은 한 방’이라는 구호가 술자리에서 울려 퍼진다. 친구를 만나도, 자신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도,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온통 돈 얘기다. 건물주가 최고의 꿈으로 여겨진다. 거주 지역이나 아파트 평수에 따라 ‘왕따’도 발생한다.

제도권 교육은 실패했다. 실패한 제도권 교육은 미래를 꿈꿔야 할 청년을 ‘자본의 노예’로 만들었다. 학교는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돈의 값어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자본 소득이 이 시대에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하지 못했다.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 규제가 올해부터 확대되고 기준금리가 한 번 더 인상된다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 지 학교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세상은 ‘각자도생’이다.

각자도생이 ‘영끌’을 만들었다. 잃으면 세상을 탓하고 얻으면 한 번 더 ‘영끌’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시대에도 여전히 하루살이로 사는 청년 노동자도 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이른 나이 쉴 새 없이 땀 흘리는 비정규직 청년에겐 ‘영끌’할 기회조차 없다.

제도권 교육은, 아니 제도권 정치는 변해야 한다. 영끌은 청년이 선택한 게 아니다. 사회가 청년을 영끌로 내몰았다. 그조차 하기 힘든 청년은 절망의 늪으로 빠뜨렸다.

지금이라도 제도권 교육은 각자 인생을 지킬 수 있는 실용적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 부동산, 세금, 대출 등을 가르쳐야 한다. 영혼은 쉽게 끌어모으는 게 아니다.

다시, 서른이다. 이상하게 시간은 빨리 흘러만 간다. 어릴 때는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생 때는 직장을 가기 위해, 직장에서는 집을 사기 위해… 끊임없이 굴러가는 쳇바퀴 속 나를 찾고 싶다. 어쩌면 집을 장만하기 위해 과감히 ‘영끌’했던 내 또래도 마음은 나와 같지 자유를 갈망하지 않았을까. 다음 세대 청년은 영혼을 끌어모으지 않아도 숨 쉴 수 있을까. 제도권 교육부터 변해야 할 때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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