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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SG 경영, 구호보다 내실이 먼저다

기사입력 : 202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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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곽호룡 기자
▲사진: 곽호룡 기자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착하게 돈벌기.”

SK그룹은 사회적가치 경영을 이렇게 표현했다.

과거 사회공헌이 기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 일부를 사회에 다시 환원하는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돈을 끌어들이는 시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ESG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하며 투자금을 모으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서 이와 유사한 전략을 읽을 수 있다. ESG채권은 기업이 돈을 빌릴 때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분야에 해당하는 사업에만 투입하기로 약속하고 발행하는 채권이다.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친환경사업에 올인하기로 한 현대차그룹이 ESG채권을 통해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전기차 관련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투자에 약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인 4000억원을 ESG채권을 통해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직접적인 사업뿐만 아니라 공정 친환경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지난달 50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현대제철은 이 자금을 건식냉각설비 교체와 탈황설비 도입에 투입한다.

이는 대기오염 등 환경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최신설비다.

LG그룹도 환경경영을 전면에 내세워 재미를 보고 있다.

LG전자는 전장 합작사 ‘LG 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작년 12월 22일 이후 시가총액이 현재 90% 이상 치솟았다.

LG전자는 지난 몇년간 실적과 주가 흐름이 매번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실적은 거의 매분기마다 스마트폰 사업 적자를 ‘예상을 뛰어넘는’ 수익을 거둔 가전·TV사업부가 상쇄하는 구조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LG 가전사업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입증한 셈이었지만 주가는 꼼짝하지 않았다. 수요에 한계가 있고 교체주기가 비교적 긴 소비재 사업으로는 비전이 어둡다는 다소 박한 평가에서다.

반면 오랜 경쟁자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그런 상황이 전장부품사 설립으로 단번에 뒤집힌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전장사업 매출 비중은 미미한 편이지만 전기차 시대에 맞춘 확장성에 의미가 있다”며 “인포테인먼트·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다른 모빌리티 사업과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LG는 20년 이상 역량을 쏟아부은 배터리 사업에서 투자 효과를 누리고 있다.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는 최대 100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기업 LG화학도 ‘탄소중립 성장’을 핵심 경영가치로 내걸고 친환경 플라스틱, 모빌리티 소재, 바이오 등을 4대 신사업으로 선정했다.

한편으로는 기업들이 내세우고 있는 ESG경영을 살펴보면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알레한드로 아각 포뮬러E 회장은 ‘전기차도 생산과정에서 내연기관차 못지 않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지적에 “지금 우리가 들어마시는 도심 공기만이라도 깨끗하다면 의미 있지 않나”고 답했다.

기업들이 ESG를 바라보는 솔직한 관점도 이와 같지 않을까.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ESG에서 의미를 찾고 있고, 기관들이 앞다퉈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인정받기 위해 이 흐름에 뛰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각 기업이 내세우는 ESG를 어떤 기준에서 평가해야 할까. ESG는 재무제표처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수치화된 자료가 적어 비교평가가 어렵다. ESG채권을 검증작업을 시작한 한국신용평가는 사업에 대한 적격성과 함께 투명성을 평가 잣대로 쓰고 있다.

예를 들어 SK렌터카는 지난 4일 발행한 980억원 규모의 ESG채권에 대해 한신평으로부터 최고등급을 부여 받았다. ‘모든 렌터카 자산을 친환경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 아래 전기차 구입 대수에 따른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를 수치화해 공개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투명성 측면에서 많은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매년 반복되는 메세지를 담은 CEO의 신년사나 주주서한, 주주총회 현장에서 ‘귀찮은’ 주주들의 질문을 피하려는 CEO들의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올해는 국내기업도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나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처럼 실적발표회나 주주총회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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