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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지속가능한 미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

기사입력 : 202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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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업 명운 걸린 투자·개발 주도
노사관계 갈등엔 불편한 속내 비치기도

▲사진: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지속된 경영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7년째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적자 문제를 해결하고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확보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임무다.

특히 미국 GM 본사가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한국GM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시 된다.

계속해 갈등을 빚는 노동조합과 관계도 풀어야 한다.

◇ 군산공장 매각 등 구조조정 주도

카젬 사장은 2017년 9월 한국GM 대표로 부임했다.

카젬 사장은 한국GM으로 오기 전 인도GM 사장으로서 인도 내수용 공장 매각 등 사업개편을 주도했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전문가’인 카젬 사장이 한국GM 철수를 가속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당시 한국GM은 2014년부터 3년간 누적적자가 2조원에 달하는 등 철수설이 끓이지 않았다.

카젬 사장은 취임 직후 “악화된 재무상황을 개선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한국 철수는 없지만 적자가 지속되면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메세지로 해석됐다.

이듬해 카젬 사장은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매각을 결정했다.

크루즈·올란도 등 생산을 담당하던 군산공장은 2013년 GM 본사의 유럽시장 철수에 따른 수출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11년 27만대에 달하던 군산공장 생산량은 2016년 이후 3만대 수준에 그쳤다.

카젬 사장은 군산공장 폐쇄에 대해 “지속가능성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이 카젬 사장은 사업 축소를 통해 당장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경영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 흑자전환 책임 막중

카젬 사장은 당초 임기 기간인 3년간 적자 탈출에는 실패했다.

한국GM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약 2조8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카젬 사장은 한국에서 임기를 올해 9월까지 1년 더 보장 받았다.

2017년 1조6300억원에 달하던 손실 규모를 2018년 8400억원, 2019년 3200억원 수준으로 매년 줄여나간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 엎친데 덮친 ‘반도체 대란’

다만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다.

대다수 완성차 기업들은 지난해 코로나19에 이어 올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을 가속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 근무 등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IT기기나 게임 등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이에 IT·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었고, 반도체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줄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 반도체는 앞서 언급한 대로 수익성이 낮고 생산 난이도가 높다.

네덜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릭스 등 소수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다른 기업이 당장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GM·포드·폭스바겐·토요타 등 완성차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잠시 멈추거나 생산 계획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GM은 지난 10일 열린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수요가 많은 차량을 우선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도 당초 120억달러 수준에서 100억달러 수준으로 20% 하향한다고 했다.

한국GM도 이 같은 본사 정책에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GM 부평2공장은 지난 8일부터 생산량을 현 시점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리부·트랙스 등을 생산하는 부평2공장은 연간 생산량이 20만대 수준이다.

지난해 생산량은 코로나19 여파와 차량 판매부진으로 10만대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 다시 절반을 줄이면 5만대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자동차공장이 흑자를 내려면 가동률이 80%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카젬 사장은 반도체 공급 동향에 대해 수시로 보고 받으며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수입차 전략 본격화

카젬 사장 체제 이후 한국GM은 수입차 중심의 판매전략을 펼치고 있다.

절대적인 판매량 보다는 볼륨은 적지만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영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카젬 사장은 2018년 이쿼녹스(중형SUV), 2019년 트래버스(대형SUV), 콜로라도(중형트럭) 등을 한국에 들여왔다.

국산 완성차 회사들이 뭉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원인 한국GM은 2019년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도 가입했다.

한국GM은 기존 카마로(스포츠세단), 볼트EV(전기차) 등 수입차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차종의 한계상 실적 기여도는 적었다.

지난해 한국GM은 내수시장에서 전년 대비 8.5% 증가한 8만2954대를 판매했다.

스파크·트랙스·말리부 등 기존 국산차 부진이 지속됐지만, 트레일블레이저 신차 효과와 함께 트래버스·콜로라도 등 수입차 판매가 상승을 이끌었다.

◇ 글로벌 신차 개발 가속


한국GM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위축으로 경영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그나마 한국GM은 쌍용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다른 국내 외자계 자동차 회사에 비해 나은 사정이다.

미국 수출용으로 배정한 신차들이 실적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차 개발은 GM과 한국 정부가 약속한 경영정상화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2018년 GM은 신차 개발 등을 위해 6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며, 2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81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출시된 차량이 트레일블레이저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와 형제차량인 뷰익 앙코르를 앞세워 지난해 28만5499대의 수출 실적을 냈다.

이는 르노삼성(2만227대)과 쌍용차(1만9528대) 수출실적을 합친 것 보다 7배 이상 많다.

또 다른 차량은 2023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다.

차세대 CUV 생산을 담당할 창원공장에서는 현재 올 1분기 완공을 목표로 도장공장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카젬 사장은 수시로 창원공장을 방문해 공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약속한 투자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알리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지난달 8일에도 새해 첫 현장 행선지로 창원공장을 방문한 카젬 사장은 “코로나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도장공장 신축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 전기차 전환 속 역할 주목

그러나 한국GM의 운명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계 자동차기업이 앞다퉈 ‘전기차 전환’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내연기관차 수출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GM에 대한 비전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GM은 자율주행·전기차 등 미래차 사업 전환을 가장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완성차 기업이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지난달 열린 CES2021에서 “탄소배출 제로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바라 회장은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에 270억달러(약 3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사업은 ‘얼티움’ 플랫폼에 기반한 차세대 전기차다. 현재까지 공개된 얼티움 기반 전기차는 GMC 허머EV, 캐딜락 리릭·셀레스틱 등이다.

해당 차량 생산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직까지 한국GM이 배정받은 전기차는 없다. 카젬 사장은 “한국GM의 경쟁력을 먼저 입증한다면 향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미국·중국 등 각국 정부가 친환경차에 대한 현지 생산·판매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내수 시장으로서 매력이 떨어지는 한국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지는 미지수다.

◇ 노사갈등 ‘작심’ 발언

최근 카젬 사장은 미래투자와 관련해 최근 한국 정부와 노동조합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기엔 노사 갈등이 심하고 노동 관련 규제도 심하다는 것이 골자다.

카젬 사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관점의 투자 환경’ 포럼에서 “본사의 투자를 받으려면 수익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중요한 노동 관행들과 규제의 확실성 면에서 뒤처져 있다”고 했다.

그는 노동 제도와 관련해 1년 단위로 이뤄지는 노사 협상 주기와 반복되는 노조 파업 문제를 들었다.

카젬 사장은 “미국 노사 협상 주기는 4년인데 한국은 1년”이라며 “노조 간부 임기(2년)도 짧아 안정적인 노사관계 구축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앞서 카젬 사장은 지난해 노사협상에서 협상 주기를 2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노조 반발로 최종 무산된 바 있다.

또 그는 “파견 근로자 사용의 불확실성도 비용을 상승시키고 유연성을 악화시킨다”고 했다. 카젬 사장은 지난해부터 불법 파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국GM이 협력업체에 맡긴 일부 생산 관련 업무를 검찰은 원청(한국GM)의 관리를 받는 불법 파견으로 본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시정 지시와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카젬 사장은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수입차 도입에 대한 어려움도 지적했다.

그는 “수입 차량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소비자 선택권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수입차에 대한 비관세 장벽이 존재해 비용 증가 요인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 He is…

△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 전지전자공학 학사 / 호주 라트로브 대학교 경영학 석사 / 1995년 GM호주 입사 / 2009년 GM태국 생산품질 부사장 / 2012년 GM우즈베키스탄 사장 / 2015년 GM인도 COO / 2016년 GM인도 사장 / 2017년 한국GM 사장 CEO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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