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은 ‘현자타임(현실자각 타임의 줄임말을 나타내는 신조어)’을 느끼는 순간이다.
하물며 바로 그 ‘부동산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는 어떠하겠는가. 다른 부서를 담당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박탈감과 ‘현자타임’을 매일 느끼고 있다.
취재를 하다 보면 굉장히 자주 듣게 되는 소식은 ‘30대 직장인인데 갭 투자로 5억 벌었다’, ‘주말에 세 번째 집 보러 임장 다녀왔다’, ‘자식한테 집 증여하려고 하는데 세금폭탄 피할 방법 없느냐’ 등 기자의 실생활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얘기들뿐이다.
그런데 기자가 부동산부에서 뛰기 시작한지 약 8개월이 지나가는 동안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느꼈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주택자, 1주택자, 무주택자, 임차인, 임대인, 20대, 30대, 40대, 50대, 은퇴한 사람들, 현직 공인중개사, 부동산 전문가, 국토부 등 당국 관계자들, 여야 국회의원들, 부동산 커뮤니티 회원들까지, 그 누구 하나 만족하거나 행복해하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소위 ‘부동산 투자’로 돈 좀 만졌다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쓴 소리까지 늘어놓는다. ‘나는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하루에 9시간씩 공부하고 임장 다니면서 돈 버는 거다. 너희들은 노력도 안하면서 부자들만 욕하고 앉아있는 거다.’
물론 타당한 비판일 수 있다. 그들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사실 기자도 그들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런 노력을 할 짬조차 낼 수 없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도 많다.
단적인 예로 얼마 전 대한민국 복지 시스템의 취약성을 재확인시켜준 ‘방배동 모자’나 ‘송파 세 모녀’의 안타까운 사례들이 그러하다. 그들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이렇다보니 아예 유치원생 나이대의 아이들을 임장에 동행시키거나 부동산 공부를 시키는 등의 ‘부동산 헬리콥터 부모’까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기자가 한 견본주택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부모는 아이에게 견본주택 안내원을 가리키며 “너 공부 열심히 안하면 집 못 사고 저렇게 되는 거야”라는 몰지각한 말을 다 들리게 내뱉었다. 귀를 의심했다. 저런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는 과연 어떤 어른으로 자랄까.
정부의 유주택자-무주택자 ‘갈라치기식’ 정책에 무주택자들이 가진 다주택자들에 대한 막연한 증오와 분노도 늘어가고 있다.
정부는 ‘공급확대’라는 쉬운 길을 놔두고 먼 길을 돌아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 또 다른 투기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 사례들을 비쳐본 결과겠지만, 작금의 정부는 공급정책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부동산에 매몰된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점점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수요자, 투자자, 입법부, 행정부 모두 마찬가지다.
지금 대한민국 부동산을 보다보면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보다는 염세주의만 싹튼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정보 과잉의 시대 속 냉정을 잃었다. 언론도 책임이 없지 않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올해 대다수 실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요 이상의 시장 불안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팩트를 전달하고, 나라가 보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언론의 역할일 것이다.
냉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여론에 휘둘려 땜질식 처방을 내놓는 것이 아닌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해 힘을 집중해야 할 것이고, 시장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성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집은 ‘사는(living)’ 공간이지 ‘사는(buying)’ 공간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부동산은 결국 삶의 작은 한 부분일 뿐,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신축년 새해는 많은 사람들이 그 점을 되새기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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