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블라인드 채용 확대’, ‘학생부종합 블라인드 평가한다’처럼 블라인드라는 말이 최근 많이 등장한다. 수년 전 “블라인드에 뭐가 나왔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니 무슨 햇빛 가리는 블라인드에 도대체 뭐가 나왔단 말인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여기서 블라인드는 익명성이 보장된 직장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으로 직장인들이 회사 내부 문제나 고충을 털어놓는 데 애용하고 있다. 간부들은 이 블라인드에 거론되는 걸 꺼린다.
본래 블라인드(blind)는 국어사전에 ‘눈을 가리는 물건’, ‘앞을 못 보는 사람’, ‘창에 달아 볕을 가리는 물건’, ‘대상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를 말한다. 국립국어원은 블라인드 채용에서 블라인드를 ‘정보 가림’, ‘가리개’로 쓸 것을 권한다.
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것은 ‘빽’ 동원, ‘부모찬스’를 막고 채용에 공정을 기하기 위함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가림 채용’, ‘정보 가림 채용’으로 쓰면 된다. 가림 채용 방식이 블라인드 서류전형에서 나아가 스펙을 전혀 보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스펙(spec)은 ‘이력’, ‘경력’이다. 스펙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력이나 경력을 전혀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학벌이나 이력과 상관없이 실력이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도입하는 블라인드 면접은 ‘(정보) 가림 면접’이라고 하면 된다.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는 ‘투자처 미특정 기금’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펀드가 투자처를 미리 정하고 난 다음 그 목적물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을 모집하는 데 반해 ‘투자처 미특정 기금’은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모으고 난 이후에 좋은 투자처를 찾아 투자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투자펀드가 대표적이다.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특정 물건에 투자하려 해도 자금 모집 기간에 그 물건이 팔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리 투자 물건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모집한 후 투자를 하는 형태를 취한다.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는 소비자가 제조회사나 상표명을 알 수 없도록 가린 상태에서 제품을 평가하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말로는 ‘정보 가림 평가’라고 한다. 가령 맥주 상표를 보이지 않게 한 후 맛을 평가하게 하는 방식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블라인드 트러스트(blind trust)라는 제도도 있는데 고위 관료나 국회의원이 본인 소유의 주식을 명의신탁한 이후에는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고 마음대로 사고팔 수도 없도록 하는 것으로 국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리말로는 ‘백지 위임’, ‘백지 신탁’인데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도입했으면 한다.
황인석 경기대 산학협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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