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서로간의 교류조차 없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서서히 근본적인 교류와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한과 북한의 미술가들이 만난 최초의 전시는 1993년 일본 동경에서 열린 '코리아 통일미술전'이라고 볼 수 있다. 남북한의 이념에 의해 남쪽이나 북쪽에서 열린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처음이었다. 아직까지 북한의 기본과제가 ‘민족해방’이라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차이와 괴리가 있음은 분명하다. 우리나라(편의상 이하 남한)와 북한에서는 각기 다른 방식의 통일과 교류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간극을 좁히기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서 미술시장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정치적인 문제나 이념의 문제는 거론하지 않기로 하겠다. 거론하지 않음이 아니라 모른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북한의 미술품을 자본의 중심인 미술시장으로 끌어내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북한의 미술품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 보다 그것 자체를 인정하는 수순으로 이해하고자 함이다. 만일 북한미술을 남한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그것을 옳음과 그름의 잣대를 두어서도 곤란하다. 그것은 이념이나 정치에 속박되어서는 안 된다는 예술의 창작성과 독립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 된다.
북한미술품을 구매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소장가치를 먼저 생각해보라는 말을 건낸다. 미술작품에 대한 소장가치는 그려진 사회의 문화와 역사 정서나 이념 등이 내재된 것이어야 한다. 남북한의 이념대립과 사상, 전쟁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북한미술품이 남한에 유입되기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유입된 미술품은 <외화벌이용> 풍경화가 대다수를 차지 했다. 그것을 그린 작가가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북한체제를 이해한다면 그들이 원하지 않는 미술품제작은 별일도 아니다.
북한미술품에 대해 소장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문제는 개인적 입장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에 대한 가늠 또한 이와 비슷하다. 어떤 미술품이 좋은 것이냐에 대한 대답을 명확히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시대정신’이라는 말은 필요할 듯하다. 최근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붕괴되는 미술현장을 보면서 사상이나 이념에 대한 사실성을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는 북한 미술품 또한 보존해 둘 가치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레닌이 등장하는 미술품이 중요해 졌고, 중국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중요한 미술품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지금 현재 남한에서 유통되고 있는 북한 미술품이 그들의 미술 전부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북한의 만수대창작사에 소속된 많은 미술가들은 스스로의 독립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미 그들의 복제성과 사실성, 기술성은 국제사회에 인정받는 범위에서 기술로서 수출되고 있음은 오래되었다. 다만, 남한 식 입장에서 북한의 미술품에 대해 잣대를 가지지 않아야 한다. 북한미술의 집단성과 주체사상에 대한 창작성은 외부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남한과 다른 개념의 예술 활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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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칼럼니스트/정수아트센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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