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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생각해본 서민금융기관

기사입력 : 2020-07-06 00:00

금융소외 계층 지원자 역할 필요성 대두
설립취지 맞게 지역사회 금융서비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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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최근 뉴스를 보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동네상권과 전통시장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매출감소 및 자금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 및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오랜만에 웃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여유자금이 부족한 소상공인은 일상적인 경제상황에서도 사업 확장 또는 외상거래로 인한 일시적 부족자금 해소를 위해 외부 자금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이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적절한 금리로 대출받기는 쉽지 않으며,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해 금융회사는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고 회계장부의 정확성과 투명성이 떨어져 충분한 부동산 담보가 없이는 대출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대출 문턱을 높인 이유로 차입자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라 생각된다. 일견 금융회사의 입장이 타당할 수도 있으나, 지역금융회사의 역할이 중요한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비교해보면 이를 전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이들 국가의 지역금융회사는 재무정보 등 정량정보가 부족한 소상공인을 심사하기 위해 사업성, 기업주 평판, 거래기업과의 관계 등 금융시장에서 공개적으로 얻기 어려운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내 소상공인을 주요 고객으로 하면서 오랜 경험을 통해 고객 특성을 고려하는 지역밀착형 관계형금융을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문턱이 높은 주요 원인의 하나로 금융회사들이 고객 특성을 감안하여 대출을 심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일반 상업은행과 달리 자영업자 또는 중소기업 등 제한된 금융소비자를 위해 설립된 서민금융기관들이 있다.

상호저축은행은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신협 등 상호금융은 협동조합조직의 구성원 및 지역주민에 대한 금융편의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러나 이들 서민금융기관은 설립된 지 수 십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서민, 중소기업, 협동조합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은행과 마찬가지로 부동산담보 또는 보증 위주의 대출을 하고 있으며, 은행 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함에 따라 은행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서민금융기관과 일반 상업은행과의 차이는 사업모델이 아니라 단지 대출금리 차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정부 역시 서민금융기관과 은행의 역할 및 사업모델상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관련하여 총 175조원+α 규모의 금융지원정책을 마련하였으며, 여기에는 소상공인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마련한 총 26.4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정책도 포함된다. 3월 19일 발표된 1차 ‘초저금리(1.5%) 금융지원 패키지’는 총 12조원 규모로 시행 6주 만에 약 36만명의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공급은 신용도에 따라 고신용자(1-3등급)는 시중은행, 중신용자(4-6등급)는 기업은행, 저신용자(4등급 이하)는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담당했다.

또한 5월 18일 발표된 ’2차 금융지원프로그램‘은 1차 금융지원 패키지의 부족 자금 지원을 위해 4.4조원을 추가 지원하는 한편, 자영업자, 소상공인,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10조원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2차 소상공인지원 자금의 공급창구는 6대 시중은행으로 통일되었고 현재 대구은행이 추가되었다.

정부는 이와 같이 두 차례에 걸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서민을 위한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았으며, 이는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사업지속 및 고용유지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지원과정에서 상업은행과 달리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직접적인 지원활동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등에서는 중소기업과 지역경제에 대한 지역금융회사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으며 금융당국 역시 디지털화가 진행 중임에도 지역금융회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서도 미국에서는 중소형 지역은행, 신용조합 등으로 하여금 중소기업청(SBA)이 고용유지를 위해 제공하는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의 신청접수 및 자금지원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도 코로나19로 매출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위해 정책금융공고, 상공조합중앙금고 외에 지방은행, 신용금고, 신용조합 등 지역금융회사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금융당국은 대형은행과 지역기반 금융회사의 역할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지원과정에서 적절한 금융회사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서민 등이 충분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며,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정부가 대형 시중은행을 이용하여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면서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이 더욱 줄어들고 역할소홀에 대한 지적이 증가하는 배경이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민금융기관이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한편 이에 맞는 사업모델을 수립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는 설립목적을 달리하는 은행,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다양한 유형의 금융업권이 있으며, 동일 금융업권에서도 자산규모, 영업지역, 대상 고객을 달리한다. 각 금융기관은 자신의 설립목적, 자산규모, 사업지역, 주 대상 고객, 직원역량 등을 고려하여 사업모델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들 개별 금융업권 및 금융회사가 자신의 역량에 맞는 사업모델을 갖추도록 지도 및 감독하여야 한다.

이러한 금융시장 내 분업체계가 이루어질 경우 금융시장내에서 소득, 신용도, 담보 등 조건의 차이로 인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금융소외 문제는 최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서민금융기관과 은행의 차이가 대출금리 뿐이라는 지적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되고, 더 나아가 비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 금융회사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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