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을 창업해 억만장자가 된 실리콘밸리의 전설 리드 호프먼은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스타트업들이 직면한 과제의 난도(難度)가 이렇게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쿠팡의 전략이 전형적인 블리츠스케일링에 속한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들고 나왔을 때 한 물류기업의 CEO는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쿠팡은 지금도 적자다. 기존 전략 분석가들의 논리로는 이런 전략을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블리츠스케일링 관점은 다르다.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비행기를 조립하듯 단기간에 엄청난 가입자를 확보해 거대한 규모의 경제를 일궈내 나중에 평균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초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을 내는 게 블리츠스케일링의 핵심이다. 아마존, 링크드인, 페이스북 모두 이런 길을 걸었다.
스타트업의 진정한 가치는 여기에 있다. 한국 사회를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역시 스타트업의 도전 정신이다. 도전 정신이 사라지면 한국 시장은 아마존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장악할 것이다.
쿠팡에 대해 운영과 관련한 몇몇 이슈로 비난을 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물류센터의 신종코로나 확진자 발생과 관련한 대중들의 도를 넘은 집단적, 맹목적 비난이 바로 그것이다. 당초 현장의 상황과 현지 책임자의 판단, 비상 상황에 대한 평소 준비성 여부, 사후 조치의 적절성 등과 관련한 종합적 평가를 생략한 채 한 두가지 실수에 대해 몰아붙이기식 감정적 대응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재기 방지의 효자, 물류맨들의 헌신적 노력 등 ‘코로나 영웅’으로서 추억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각자 주머니에 돌멩이를 가득 넣은 채 쿠팡에 언제든지 던지려고 하는 집단 ‘이지메’는 감정의 배설이지 결코 건설적 행동은 아니다. 세계 초일류의 물류기업을 지향하는 쿠팡의 현란한 혁신을 보면서 한때나마 한국판 아마존, 알리바바의 탄생을 기대했던 것을 ‘거위의 꿈’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우리는 제2의, 제3의 쿠팡을 만들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를 간곡히 권한다.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소비자로서.
[반병희 BLK·다원 대표(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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